우리가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뿐, 시간은 분명 무언가를 남기고 간다. 아름다운 추억, 슬픈 기억, 아쉬움, 새로운 희망 등을 뿌려놓고 간다. 오늘이 없는 내일이 없듯이 지난 일 년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이 없다면 다가올 새해의 꿈도 없는 것이다.
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그 속에서 지난 시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다가올 봄의 새싹을 미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하다.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전에 현재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들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지난날 필자도 현재의 나를 돌아보기 전에 내일의 나를 꿈꾸는 일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채우고 더하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현재 가진 것보다 앞으로 가지고 싶은 것들에 더욱 관심이 있었다. 차도 필요하고 승진도 해야 하고 자꾸만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새롭게 시작하는 일보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이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살았는가? 지금 내가 가진 것들 중에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과연 나는 얼마나 마음을 비우고 살았는가?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욕심이 부끄러워질 때가 가끔은 있다.
- 시인/수필가 김병연(金棅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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