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에 대한 삐딱한 시선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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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에 대한 삐딱한 시선 ‘경악’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8.08.21 16: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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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보도됐던 ‘여중생 집단성폭행(본지 688호 1면)’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였다. 게다가 약 1년여에 걸쳐 자행된 이번 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중·고생인데다 집단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세상에 어린 학생들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다니. 어디 무서워서 딸 키우겠어.” “요즘은 딸만 걱정할 게 아니래요. 남자아이들도 성폭행 당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잖아요.”

아들, 딸 구별 없이 10대들의 성폭행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사를 접한 대다수 어른들의 반응이었다.
“에이, 딱 보니 여학생이 품행이 문란했구만.” “평소 얌전한 여학생이 아니었던가보네, 그러니 가방 빼앗겼다고 여관 같은 델 따라가지.”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당한 것 보면 여학생한테 문제가 더 많은 거 아냐?” 등등.

심지어 가해 학생들의 학교 일부 교사들도 가해 학생들의 잘못보다는 피해 여학생의 평소 품행에 대해 지적했다고 한다. 사건을 접했을 때 보다 더 충격적이었다.이런 성폭력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사회는 피해 여성의 사생활부터 가십거리로 삼기 일쑤다. 이런 잘못된 시선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기피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이번 사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첫 번째 성폭행이 가해진 2006년 3월, 피해 여학생이 신고를 했더라면 1년여에 걸친 제2, 제3의 범죄는 없었을 것이다.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가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다.이번 사건의 책임자는 가해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 사회와 어른들이라고 본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부모와 교사들의 책임은 무시할 수 없다.

우선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 모두 집단 성폭력이라는 비정상적 상황을 겪게 되면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마련인데, 학교와 가정이 이를 미리 감지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아이들이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한 셈이다. 아이들은 늘 어른들을 보고 따라가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 지역사회의 어른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성폭력 예방교육도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피해자 초점의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예방교육으로 가야할 것이다.

아직도 위의 어른들처럼 아이가 성폭행을 저질러도 ‘애들이 호기심으로 그런거지’ ‘여학생이 오죽 문란했으면 그랬을까’하면서 덮으려는 부모들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이런 부모의 태도는 아이를 성폭행을 반복하는 범죄자로 만든다. 내 아이를 성폭행 범죄자로 낙인찍지 않으려면 부모의 교육이 우선돼야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학교는 그저 쉬쉬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학보내기에 급급하다. 이번 사건은 ‘이 학교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 학교에서만 드러난 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 전체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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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2008-09-17 13:22:12
사춘기의 아이들은 흔히 남성호르몬 덩어리라고 표현하는 말이 있듯이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잘못된 성의식, 집단행동에 따른 불의에 대한 의식결여 등 어른들의 잘못된 시선..... 수없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고 그것이 원인이다.
이 모든 것이 한 인격체로서의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충동이 아닌 이성적 사고, 도덕적 사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생각의 힘이 평소 교육을 통해 길러졌다면 하는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