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판 버리려면 저한테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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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 버리려면 저한테 파세요”
  • 양동민 기자
  • 승인 2008.08.14 11: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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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것에서 향수를 느끼며,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누구나 찾아와 향수 즐길수 있는 박물관 건립이 꿈

“지역경제 살리기 위해 이천은 기존 생활권을 중심으로 발전 방향을 꾀하여야 합니다. 군부대 유치한다고 마장면에 소규모 신도시를 육성한다면 얼마나 지역경제에 보탬이 될지 의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마장면 신도시의 생활권은 용인과 광주로 빠져나갈 공산이 큽니다.”부발읍 영동고속도로 이천IC와 청구아파트 옆에 20년이 넘은 현대자동차공업사(3급 경정비)는 이천에 오래 산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이 공업사의 이천토박이 김학주 사장(48세)의 말이다.

바닥을 치는 최악의 중소업체
지난 11일 김사장이 옛날 물건을 모으는 독특한 수집광이라는 소문을 듣고 인터뷰를 청했지만, 도리어 김사장은 기자에게 요즘 이천의 경기 전망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을 한다.주위에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소리와 짧은 지식에 그나마 김사장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발전의 여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김사장은 탐탁치가 않은가 보다. 20년 전 28살에 이 자리에 공업사를 차리고 승승장구하며 잘 나갈 땐 직원을 5명이나 거느리며 열심히 일했다. 한데 지금은 경기가 너무 형편없다. 직원 한명에 출장서비스를 해야만 인건비라도 챙긴단다.

그래도 김사장은 이따금 여유가 있을 때면 공업사 옆에 3층 건물로 향한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마련된 공간에는 갖가지 골동품이 즐비해 있고, 한켠에 1000여장이 넘는 LP판(레코드판) 속에 한 장을 꺼내 과거의 향수에 젖어든다.“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은 과거의 것들을 보고 있으면, 옛 향수를 느낍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힘이 넘칩니다.”

또 김사장은 3층으로 안내한다. 수두룩하게 쌓인 LP판 옆에 책장에서 옛 숟가락을 꺼내 보인다. 한 10년전 강원도 정선장에 갔다가 구입한 제비꼬리 청동숟가락(고려시대)은 손잡이가 날렵하게 바람을 가르고 나는 제비꼬리 날개 모양이고 검푸른 녹이 세월의 흐름을 증명한다. 김사장의 보물 1호다.

레코드판은 보는 즐거움에 듣는 효과도 있어
2층에서 본 LP판과 달리 3층에서 본 LP판은 가요는 물론 클래식, 샹송, 영화음악 등 장르도 다양하며 포장재도 각양각색이다. “LP판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7년 정도 됐습니다. LP판은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옛날 축음기나 야외전축에 틀면 ‘직직직’하며 바늘이 돌아가는 소리나 튀는 소리가 매력적이죠.”

그는 회상한다. 이천농고(현 이천제일고) 시절 이천읍내 세광음악사를 찾아 옴니버스 스타일로 나온 옛 가요판을 사던 기억, 돌아가신 아버지의 LP판, ‘쓸데없이 판만 사들인다’고 꾸짖는 어머니 등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요즘 김사장은 레코드판 구하기가 힘들어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주변 이삿짐센터에 부탁해 ‘버리는 레코드판이 있으면 파실 의향이 있는지 주인에게 물어보라’고 말이다. 많게는 3000원에서 적게는 1000원에 구입을 한다. 그렇게 해서 구한 레코드판도 꽤 많다. “혹시 기사가 나가면 레코드판 팔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겠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사장은 “다 사야죠, 힘 닿는 데까지 사들일 것입니다. 하하하”라고 시원하게 답한다.

공자님 말씀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이 있다. 김사장을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김사장의 말처럼 이천의 어려운 지역경제, 새로운 개발과 발전도 좋지만 과거 구 시가지와 구 도로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 틀 속에서 발전을 꾀하여야 할 것이다. 김사장은 노후설계는 자신이 수집한 물건을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누구나 함께 하며 찾아와 옛 향수를 느끼고 그 속에서 희망과 기쁨을 찾기를 바란다.
문의 : 현대카공업사 (031)635-1180
H.P: 011-466-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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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08-08-21 22:26:20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