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족산자락에 펼쳐진 동문들의 터전 ‘도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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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족산자락에 펼쳐진 동문들의 터전 ‘도월마을’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8.07.18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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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토박이들의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
경동고 동문들 장호원에 집짓고 주민과 함께 호흡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행가 가사처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전원생활. 인간이란 본래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보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흙 가까이 가고 싶어 하는 동물적 회귀본능이 작용하는 것일까. 비단 나고 자란 곳이 시골이 아니어도 넓은 정원에 예쁜 꽃나무를 키우며 유유자적 노후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커지기 마련인데….

그런 꿈같은 전원생활을 실현하려 1960년대 까까머리 고교시절을 함께 보냈던 27명의 친구들이 반백의 나이가 훌쩍 넘어 다시 뭉쳤다. 서울경동고등학교 24회 동문들이 그 주인공.내년이면 환갑잔치를 치러야 할 예순의 동문들이 모여 살기로 작정한 곳은 백족산 그늘에 자리한 이천시 장호원읍 진암리 일대. 평소 뜻을 같이하던 친구들을 대표해 총대를 메고 이 일을 추진한 (주)양지건설 대표이사인 이종소 씨는 35년간 건축업에 종사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지물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전문가적 식견에 딱 들어맞은 곳이 바로 이천시 장호원읍이었던 것.

“평소 자연의 품에서 노후를 보낼 전원주택지를 찾아 수년에 걸쳐 발품을 팔았죠. 우선 이천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사통팔달 교통요지이며, 장호원 지역은 구릉평야지로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후가, 또 단지 뒤편에 백족산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어 노후 건강관리에 적합한 곳이라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게다가 동문들이 함께 의지하며 살면 외로움도 덜 수 있고, 취미가 같은 친구들의 동호인 모임으로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고, 또 여행 등 장시간 집을 비울 때 이웃 친구들에게 부탁할 수 있고,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죠.”

백족산 산그늘 아래 27채의 전원주택이 들어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현장에서 만난 이종소 씨는 매일 서울에서 장호원 현장으로 출퇴근을 하면서도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자랑이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뒤로는 백족산을 병풍삼아, 앞으로는 장호원읍내와 청미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주택 경관은 그야말로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그림 같은 집’을 연상시킨다.

“처음 이천시에 건축허가를 받는데 전문적인 ‘집장사’가 아닌가 하는 오해로 5번이나 반려가 됐었죠. 친구들이 모여 주택단지를 이룬 경우는 처음이라 오해를 했다는데, 각자 자기 직업에서 은퇴할 나이다보니 자연스레 뜻을 함께 하게 됐죠. 이천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토박이들이지만 이제 이곳을 고향삼아 남은 여생을 즐기고 싶어요. 인생은 60부터란 말도 있잖아요(웃음).”

의사, 교수, 중소기업대표, 자영업 등 직업도 다양한 동문들이 모였으니 힘들 일도 없단다. 이종소 씨와 함께 매일 현장에 나와 설비 쪽 일을 담당하고 있는 정영택 씨처럼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 그러나 자재구입이나 인력 등 공사에 투입되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들은 지역 내에서 해결하고 있다. 약1만평의 부지에 총사업비 1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사업이니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이에 이종소 씨는 평소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그저 호화롭게만 누릴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 같은 뜻을 전달하기 위해 동문들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겨울, 마을 대동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원주민들에게 미리 얼굴도장을 찍고 전입신고를 한 셈. 이들은 또 다가오는 복숭아축제에는 경동고 동문들로 구성된 ‘KD밴드’를 초청해 모두 함께 행사에 참석할 계획도 세우고 있단다. “우리 나이가 인생경험도 적당하고, 어디서나 한데 어우러지고 섞일 수 있는 나이잖아요.

주택단지를 만들어 들어왔다고 따로 구분지어 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도 진암리 주민이 될 텐데 당연히 지역을 우선순위에 둬야죠. 그래서 동호회 통장도 장호원농협에 만들고 모든 거래를 지역농협을 통해 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대소사에도 참여하는 진짜 진암리 주민이 되고 싶은데, 조병돈 시장님의 인구유입정책과도 들어맞으니 저희를 환영해주시겠죠?(웃음).”

2010년 입주를 목표로 우선 내달 8일, 모델하우스 준공식을 가질 예정인 이들은 마을 주민들도 초청해 동문들과 함께 성대한 잔치를 벌일 계획이다. 오래 두고 가깝게 사귄 벗, 친구. 까까머리 고교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며, 인생의 황혼기에 제2의 추억을 만들어갈 서울경동고 24회동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곳. 그들은 그 곳을 ‘도월마을’이라 이름 지었다. 도월마을-‘무릉도원(武陵桃源), 경운조월(耕耘釣月)’이라 새겨진 표석에는 ‘중원의 별천지 이곳에 터 잡은 우리는 세속적인 명리(名利)를 떠나 하늘의 구름을 밭 갈듯이, 밤하늘의 달을 낚시질하듯 큰마음으로 유유자적하며 오순도순 살아간다’는 동문들의 염원을 담아 모델하우스 준공식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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