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완은 흙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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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완은 흙과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
  • 양동민 기자
  • 승인 2008.06.0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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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마 불 지피기로 또다시 전시회 준비 박차
다완 만들면서 도자예술 변화 예술적 승화노력
▲ 진묵도예 김상곤 대표가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다.
도자기축제 폐막을 앞두고 전통가마 불 지피기를 통해 또 다른 도자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도예인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도예인들이 도자기축제를 앞두고 축제장에서 판매할 도자기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데 반해 축제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기간동안 도자작품을 만들고 축제가 끝나자마자 전시회를 개최하는 도예인은 진묵도예 김상곤(46) 대표다.

모가면 진가리에 전통가마와 작업실을 마련하고 작품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상곤 대표는 도자기축제 폐막일은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장작가마에 불을 지폈다. 이날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다완을 만들고 생활자기를 만들어 잘 빚어진 자기만을 고르고 또 골라 가마에 넣었다. 이번에 장작가마에 들어간 작품은 정호다완으로 불리는 이조다완이 200여점, 생활자기 중 차도구로 사용되는 찻잔이 200여점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불을 지피기 시작한 김상곤 대표는 봉통에만 7시간가량 장작불을 지피고 또다시 4개의 굴에 6시간 동안 또다시 불을 지폈다. 밤을 새가면서 진행된 이날 장작가마 불지피기에 온갖 정성을 쏟은 그는 지난 2일 작품을 꺼냈다.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기전 고사를 지내면서 좋은 작품이 나오길 기원하는 한편 밤늦게 까지 진행된 불지피기에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막걸리를 마시면서 성공적인 작품이 탄생하길 기원한다. 이러한 기원에도 불구하고 5개정도의 다완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작가의 손에 의해 파쇄된다. 심혈을 기울여 성공적인 다완만 장작가마에 넣었지만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면서 자연과 호흡하지 못해 작품성이 떨어지는 다완은 모두 파쇄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장작가마에 불을 지핀 경험이 있어 불을 잘 안다고 생각했으나 자연의 이치에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불을 때는 동안 집중력을 갖고 최선을 다하지만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에 언제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연과 동화되고 일치되는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

미술을 통한 예술의 꿈을 도자예술로 전환
회화를 전공해 화가로서의 꿈을 키우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도자기를 접하고 장래 희망을 변경한다. 18세에 도자기를 우연히 접한 그는 지난 86년 단국대 도예과에 입학하면서 도예인으로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대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주입식 교육으로 진행되는 교육방법을 지켜보면서 예술관과 작가관에 혼란을 느끼며 방황을 거듭하게 된다. 몇 년동안의 방황을 지속하던 그는 제주도에서 어려운 생활을 지속하다 생활속에서 예술이 있음을 느끼고 학교로 돌아와 학창시절에 작업장을 만들고 생활자기에 전념한다.

생활자기를 시작하면서 성공을 느낄 때쯤 그에게 또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1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자기를 생산할 정도로 규모를 확대했으나 어느 날 화재로 인해 작업장이 불타고 1억원 이상의 빚만 남게 된다. 고통과 시련을 겪던 그는 도자집성지인 곤지암으로 자리를 옮겨 작업을 지속하다 8년전 다완의 매력에 빠지면서 이천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천시 모가면 진가리에 작업장을 마련한 그는 다완을 만들면서 흙을 느끼고 자연을 느끼면서 새로운 작업세계를 구축한다. “다완을 만드는 것이 큰 이익은 없으나 다완을 만드는 과정에서 흙을 느끼고 예술혼을 깨우치면서 이를 통해 생활자기를 만드는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그는 “흙이 닿는 느낌이 좋아 시작한 다완 만드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전통가마를 만들고 수시로 가마에 불을 지핀다”고 말한다. 다완을 만들기 위해 전국을 누비며 흙을 직접 구하고 수토작업을 거치는 열정을 가진 그는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조다완의 최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다완 사랑을 피력한다.

도자기축제가 열리기 전인 4월말 강남에서 생활자기 5인 전시회를 개최하고 곧바로 도자기축제에 참여한 그는 축제가 끝나기 전 장작가마에 불을 지피고 또 다른 전시회를 준비한다. 오는 6월19일부터 광주광역시 롯데백화점에서 열리는 다도구 개인전에 출품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장작가마에 불을 지핀 그는 “쓰러질 때까지 도자기를 빚고 장작가마에 불을 땔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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