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에 불과한 ‘기업후견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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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염불에 불과한 ‘기업후견인제’
  • 양동민 기자
  • 승인 2008.05.0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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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폐쇄·이전도 제대로 몰라
지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유치에 혈안이 되어있다.
이천시도 친기업 이미지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통한 기업유치를 위해 지난 2006년 말 부터 ‘기업 후견인제’를 만들어 지역내 기업체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천시청의 과장이나 국장이 직접 관내 기업체와 연결하는 후견인제를 운영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는 등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민선 4기 조병돈 시장은 지역경제활성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조시장은 33만 자족도시를 만들어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 이천사회 경제 주체의 중요한 축을 차지하는 기업들이 속속 빠져나가거나 문을 닫고 있다.

실제로 현재 하이닉스 단지 안에는 현대하이LCD가 사업장 문을 닫고, 비오이하이디스는 대만PVI社에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장 폐쇄와 매각으로 인해 현대하이LCD는 이제 200명밖에 남지 않은 종업원이 거리로 나앉게 됐으며, 비오이하이디스 1200여명의 근로자는 과거 중국 비오이 그룹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술력만 빼내고 또 버려지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관내 기업체의 사태가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기업후견인제 도입을 홍보하던 이천시는 멀리서 불구경 하듯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 지난 6일 현대하이LCD 사업장 폐쇄와 비오이하이디스의 매각절차에 대해 이천시에 문의 했으나 이 두 회사의 후견인을 맡은 과장과 팀장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 과장은 “여러 번 전화를 해보았지만, 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며 만나자고 해도 답변이 없었다”며 이천시 과장의 위신이 말이 아니었다고 해당부서는 전했다.
기업후견인제를 통해 기업과 이천시청 공무원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기업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던 이천시의 의도는 칭찬받을만하다. 그러나 관내 기업체들의 반응은 싸늘 하기만하다. 후견기업이 문을 닫고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 많은 종업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후견인을 자처하던 이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문제 파악을 위해 뒤늦게 연락을 취했다는 공무원의 말은 그동안 후견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의 어려운 점을 사전에 해결하려는 기업후견인제를 도입한 조 시장의 의도는 칭찬 받을만 하지만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관내 기업체가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면서 기업후견인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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