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문화원(원장 조성원)은 이천의 대표동화 시리즈 제2권으로 「지혜로운 서희」를 발간했다고 7월 2일 밝혔다. 그동안 서희에 관한 아동도서가 8종 나온 적은 있지만 모두 고려사 등 사료에서 거란과의 담판을 위주로 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동아시아 정치체제나 왕조사 중심의 기록만으로는 당시 전쟁의 위기 속에 놓여있던 백성의 처지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아쉬움을 넘어서 당시 고려의 급박한 상황과 서희의 인물됨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발간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에 발간된 「지혜로운 서희」는 서희의 빛나는 업적에 대한 찬양 일색의 영웅담에서 벗어나 오랜 세월 일반 민중의 기억 속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설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12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그가 그런 시의적절한 대처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증이 해결된다. 이 책에 그려진 서희는 표준영정 속에서 보랏빛 관복을 입고 있는 근엄한 모습이 아니라 평복차림을 하고 민중의 삶 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친숙한 얼굴로 등장한다.
설화를 통해 서희를 서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책
이 책의 특징은 우선 내용 면에서 전쟁을 위정자의 입장이 아닌, 힘겨운 삶을 살았던 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고려가 놓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고려사뿐 아니라 송사와 요사도 알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시 이 땅에 살았던 고려의 백성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런 관점에서 천 년 전 거란이 수십만 대군으로 고려를 침략했을 때처럼, 21세기에도 여전히 전쟁의 위협 속에 놓여있는 일반 민중의 입장에서 과연 진정한 평화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하게 준다.
「지혜로운 서희」는 1부에서 서희 가문의 탄생과 배경이 되는 효양산에 관한 설화를 소개하며, 2부에서는 물을 다스리는 용에 관한 설화로 독자를 안내한다. 거세게 일렁이는 물은 주인공이 위기 상황에 놓여있음을 암시하는데, 이 물을 건너는 데는 용기와 지혜도 필요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헤아릴 줄 아는 덕스런 마음도 필요하다. 3부에서는 전쟁에 동원되거나 피해 당사자가 되는 백성과 군졸들의 입장을 서희가 어떻게 이해하고 대변했는지 말해준다. 이 설화들을 통해 서희는 뛰어난 지략가일 뿐만 아니라 힘없는 백성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떻게 해서든 이를 풀어주려고 하는 덕장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해외도시들과 문화콘텐츠 교류 위해 대표동화 시리즈 발간 시작
한편 이천의 대표동화는, 이천이 최근 해외도시들과 문화적 교류가 부쩍 더 늘어나면서 도시간 민간교류가 더 폭넓게 활성화되려면 문화예술 영역의 콘텐츠 교류가 시급하다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이천문화원은 이천의 고유한 문화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천의 전래 이야기에 주목하고, 이천의 문화와 정서를 간직한 대표적인 이야기를 골라서 모두 5권으로 이천의 대표 동화책을 발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표동화 시리즈는 책의 외관부터가 벌써 눈길을 끈다. 책을 보는 어린이가 날카로운 책 모서리에 다치지 않도록 둥글게 처리한 부분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런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더 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외국인도 책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영어 번역을 함께 실었다. 무엇보다도 이천시를 방문하는 해외도시 방문객에게 이 책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도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이야기책을 준비해올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주자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기도 하다.
2022년에 나온 제1권 「천마와 용마」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마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산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이룰 아기장수와 용마에 관한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발간된 제2권 「지혜로운 서희」는 이천의 대표 인물인 서희에 관한 구전설화를 통해 그동안 역사적 성취의 이면에 가려진 서희의 인간적인 모습을 펼쳐 보여준다. 대표동화 시리즈는 이천의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 유아교육기관 등에 배포되며 이천문화원 아카이브 사이트에서 디지털 원문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