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의 방향과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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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의 방향과 제3의 길
  • 고명수 교수 (동원대학)
  • 승인 2007.08.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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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것, 자본주의도 아니고 사회주의도 아닌 것,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것, 개인주의도 아니고 집단주의도 아닌 것, 자유무역도 아니고 보호무역도 아닌 것 등을 포괄적으로 칭하여 부르는 말이 이른바 ‘제3의 길’이다.


 앤서니 기든스의 가장 최근의 저서인 제3의 길은 좌우 이념 대립의 역사가 끝나면서 공허해진 지식인과 독자들의 마음에 새로운 비전에 관한 상상력과 자극을 제공하는 책이다. 특히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앞에서 시장경제의 논리와 시민적 연대 및 정의의 원리를 결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제3의 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보적 지식인의 최소한의 양식과 개방적 사고를 상징한다. 한국을 포함해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제3의 길을 표방하는 중도 좌파정부가 집권한 상태이고 보면 현실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탈냉전의 세계사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좌우대립의 낡은 유습을 아직도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화과정의 분단 한국에게 제3의 길은 특히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서구에서 제3의 길은 사회민주주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한창일 때, 독일이나 스웨덴 등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제3의 길을 표방했던 적이 있다. 당연히 종주국 소련은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수정주의라 비난하고 동구권의 이런 운동을 탄압했다. 그러나 복지국가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었다. 누적되는 국가의 재정적자, 비대해진 국가 관료제, 시민사회 기능의 약화, 국민의 노동의욕 감소, 국가 경쟁력 하락 등으로 인하여 복지국가는 이제 칭찬의 대상이 아니라 공격의 목표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경쟁과 효율, 개인의 선택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세력을 얻었다.

영국의 대처정부와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와 같은 신우파 정권은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이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정부의 재정위기를 불어왔다는 신념체계를 기반으로 복지비용의 삭감 및 지출구성의 변화, 공공서비스를 포함한 공공부문의 민영화 및 기업에 대한 규제의 완화, 지방정부의 역할 축소, 노조를 포함한 사회세력의 약화 등의 정책기조를 견지하였다. 아울러 환경운동, 여성 운동, 소비자 운동들이 복지국가 안에 내장된 생산 제일주의를 맹렬히 비판했다.


 서구 복지국가가 위기에 빠진 데는 석유파동(oil shock) 이후의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금융을 핵으로 한 경제의 범세계화도 매우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였다. 과거에는 국가권력이 자본의 이동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속수무책에 가까운 상황이다. 자본은 이제 자본 자체의 논리에 따라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할 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요약되는 이 거대한 세계질서의 변화 앞에서 개별 국가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변화된 현실에 대한 새로운 대응이 바로 제3의 길이다. 그러므로 제3의 길은 성찰적 현대화의 길이며 시민 사회의 재구성과 전자 매체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국제 연대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은 기존의 복지국가의 결함에 대한 반성에 기초한 것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범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어떻게 정의와 연대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통스런 탐색이기도 하다.
 현 정부도 지난 해 의욕적으로 마련한 ‘비전 2030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2030년까지의 미래 한국사회와 인구구조, 재정 전망과 재원조달 방안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비전 2030’은 복지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06년부터 2030년까지의 장기 국가재정 계획으로 선진국을 향한 도전이자 꿈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밝힌 50대 핵심과제 중 사회복지 선진화 항목은 18개로 가장 많다. △국민·직역연금 개혁 △건강보험 개혁 △사회보험 통합 △비정규직 대책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체계 개선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도 수두룩하다. 정부는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목표수치까지 적시하면서 ‘희망’을 키우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공적연금 수급률 65.5% △건강보험 보장률 85% △육아서비스 수혜율 74% △육아비용 부모부담률 37%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수준 85% △합계출산율 1.8명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장미빛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합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이 전제되어야 한다. 게다가 지금 우리에게는 안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성장잠재력 저하, 밖으로는 세계화의 급진전, BRICs의 급성장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요인들이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도전요인들은 구조적이면서도 복합적이고 해결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는 정파를 초월하여 진정으로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뜨거운 가슴과,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다양한 방면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차가운 머리를 지닌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이는 조국의 미래와 국민의 행·불행이 걸린 절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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