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미술 교육이라면 수채화나 유화, 사군자, 서예 등을 떠올립니다. 물론 이런 장르들이 미술 교육의 기본적인 장르라는 잘 알고 있고, 또 훌륭한 표현 수단들임에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장르들은 긴 교육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교육이 있어야 최소한의 기법을 익힐 수 있지요. 그러나 보니 중도에 흥미를 잃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 그리기’ 중심에서 ‘만들기’ 중심으로
학교 현장에서의 미술교육이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 경험과 동기 유발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미술 교육 과정은 결코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기는커녕 뭔가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만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오성만 교사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짧은 미술 시간에 자신의 창의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가 시작한 일이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조형 미술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는 조형 활동은 학생들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넓힐 수 있고, 다양한 방법과 재료를 활용하여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으며, 자기표현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캔들 아트(양초공예), 목공예, 스카프 염색, 동공예, 종이염색, 판화로 달력 만들기, 카드 만들기, 책갈피 만들기, 허수아비 만들기, 소품 장승 만들기, 한국화 등이 그가 고안해 낸 미술 수업이다. 이런 만들기 수업은 아이들이 짧은 기간에 직접 만들어 집안에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2005년도에 마장중학교로 전근을 왔어요. 전교생이 100여 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 학교이지요. 물론 이 학교에 와서도 만들기 수업은 계속하려 했지요. 그런데 학교가 면단위에 있다보니 얼마 안 되는 미술 재료를 준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어요. 궁리 끝에 돈 안 드리고 쉽게 재료를 구할 수 있는 만들기는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생각한 게 솟대 만들기입니다. 사방이 산이니 나뭇가지 구하는 것은 쉽거든요”
산에서 잘라온 나뭇가지와 칼로 만든 솟대
이렇게 해서 통해 학생들은 칼과 나뭇가지만으로 솟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선생님, 다음 시간에도 만들기 해요!” 자기표현에 서툰 아이들의 입에서 이런 발언들이 수시로 나왔다. 오 교사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만들고, 조작하고, 움직이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리고 이 본능이 곧 활동으로 연결되고 그 활동은 무엇을 만들거나 꾸미는 일로 나타나 학생들에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와 같은 표현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입체적 창작 능력을 기르는 것이 곧 창의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재작년에 2, 3학년이 만든 솟대와 허수아비를 쌀 문화 축제장에서 전시를 했다가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지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들의 행위를 통해 큰 자긍심을 느꼈다는 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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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만 교사는 이런 지원을 발판으로 앞으로는 전각 만들기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한다. 졸업 앨범을 만들 때 각자 공들여 만든 전각을 찍어 기념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거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손때 묻은 작품은 그런 열의와 집중의 시간을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