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방학이 끝나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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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방학이 끝나가지만
  • 이천중 교사 김병우
  • 승인 2007.08.16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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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이제 방학이다. 나름대로 알찬 계획을 세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도록.” 이 말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코앞이 개학이다. 아이들과 만나는 첫날 녀석들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중3이라 다른 건 못해도 봉사활동만큼은 다 채워야 될 텐데, 어쨌든 녀석들이 보고 싶다.
방학이 끝나가고 이제 2학기가 곧 시작되지만 우리 아이들이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서 정리는 꼭 할 필요가 있다. 매번 마음 다부지게 먹고 알차게 보내야지 하며 시작하는 방학.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 마음은 어디 두고 한없이 게을러지는 게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특히나 부모님 두 분 중 한 분하고만 생활하거나 맞벌이 부모님과 지내는 아이들은 그 많은 시간을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서 보내기 일쑤다. 하루 이틀 이러다 보면 습관이 되어 누가 옆에서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 이상 개학할 때까지 이런 생활을 지속한다. 이렇게 보냈다 하더라도 지난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정리는 해야 된다. 그래야 다음 번 방학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개학을 하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 방학하며 부탁한 몇 가지에 대해 다시 확인해야겠다.
첫 번째, 학교 다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었냐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도 제 때 아침을 먹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방학, 아주 잘 보낸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껏 아이들과 지내오면서 이 약속 하나를 제대로 지킨 녀석은 내 기억에 없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것 하나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방학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부탁한다. 제 때 일어나 아침밥 먹는 것이 몸과 마음을 튼실하게 하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저녁에 자신이 사는 동네나 아파트를 몇 바퀴 가족과 함께 돌아도 좋고, 줄넘기를 해도 좋다. 일주일에 두세 번 농구나 축구를 해도 좋고 배드민턴을 쳐도 좋다. 설봉산을 가도 좋고 수영을 해도 좋겠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한다면,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한다면 더없이 좋겠다. 이런 운동은 몸만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건강하게 만든다. 운동을 하면서 생기는 자신감,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
세 번째, 좋은 책 두세 권 만나는 것이다. 영상 매체에 길들여진 아이들이 책을 만나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펴고, 때로는 이성적으로 차분히 따져보기도 하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책, 그 아름다운 세상과의 만남은 아이들이 생활해나가며 겪게 될 절망 앞에서 당당히 이겨 낼 힘을 줄 것이 분명하다. 


끝으로 좋은 영화와 음악을 감상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며, 꾸준히 공부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가족과 함께 자신의 방학 생활을 정리하는 것도 좋겠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무슨 정리냐고 넘기지 말고 차분히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여유가 지금은 필요하다. 우리들 생활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이런 돌아봄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보다 더 의미 있는 날들을 만들 것임을 잊지 말자.


  아이들을 만나고 싶다. 녀석들이 어떤 표정을 짓더라도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좀 더 행복하게 생활하려면 그런 것은 고쳐야 되지 않을까? 우리 함께 노력해보자”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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