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장이 협상의 전면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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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장이 협상의 전면에 나서라!
  • 이창기
  • 승인 2007.08.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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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이전 문제가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실마리만 풀지 못한 게 아니라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결사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이 어느새 국방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놓고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되풀이해서 반대만 외치고,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대안들을 내놓으며 주민들을 직접 설득하겠노라며 다그치는 이상한 형국이 되어 버렸다. 주민들의 의견도 지역에 따라, 또 이해관계에 따라 사분오열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군부대 이전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이천 시민들의 항의는 정당했다. 이천시는 그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들먹이며 정부와 국방부를 압박했다. 토지공사와 국방부 앞에서의 대규모 시위는 그런 민심을 잘 반영한 결과였다. 그러나 국방부 시위에서 조 시장은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협의체 구성을 약속했다. 조 시장이 얻은 것은 일방적 결정에 대한 ‘사과’와 ‘재검토’ 약속이었지만 국방부가 얻은 것은 ‘협상’의 시작이었다.


돌이켜보면 수천 명의 시민들이 국방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얻은 것이라고는 국방부에게 ‘협의체 구성’이라는 떡까지 주며 얻은 ‘돼지 퍼포먼스’라는 오명뿐이었다. 국방부는 곧 ‘재검토’ 약속이란 이천을 제외하는 재검토가 아니라 “이천을 포함한 재검토”였으며, “이천 안에서의 재검토”였다고 밝혔다.


그 뒤 협의체 회의는 이천과 국방부를 오가며 3차에 걸쳐 진행됐다. 회의 때마다 국방부는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으면서 협상 대표들을 압박했고, 새로 구성된 이천의 협상 대표들은 ‘이전 반대’ 외에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없었다. 이대로 협상이 결렬된다면 국방부는 최선을 다해 이천시를 설득했다는 명분을 얻게 되고, 이천시는 군부대는 무조건 반대라는 몰지각한 님비 현상의 도시로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 도대체 이천 시청에 찾아온 국방부 차관을 만나주지도 않던 호기는 도대체 어디로 갔는가?


주민들은 의아했다. 도대체 이런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협상은 왜 하는가? 국방부는 물었다. 당신들이 협상 대표인가? 당신들이 주민들을 대신해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회의가 되풀이 되는 중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지역사회 지도층 간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사이에 지역민들의 의견은 갈수록 흩어지고 강경해졌다.


그렇다면 이천 시민은 개발 반대론자인가? 내가 보기에 그렇지 않다. 평범한 농촌 지역인 이천이 오늘날 이만한 삶을 누리게 된 것이 개발 덕분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렇다면 이천 시민들은 어떤 개발은 원하고, 어떤 개발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부대 이전은 적어도 이천이 아닌 다른 지역의 개발에 대한 후폭풍이었고, 또 그들이 누려온 삶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송두리째 빼앗아버리는 엄청난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개발이란 그런 것이다. 길 하나를 내더라도 어느 누구의 귀중한 농토가 포함되고 더러 정든 집을 옮기기도 해야 한다. 문제는 그 개발의 대원칙에 합의하고, 피해와 희생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뒤따르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다. 이천 사람들이 분개했던 것은 그 개발의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것이 고도로 계산된 시간 끌기 전략이라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이전 불갗라는 대원칙을 고수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거나, 아니면 국방부와 피해와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책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협상의 전면에 조병돈 이천시장이 나서야 한다. 조 시장에게는 그런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천시민들은 조 시장에게 중지를 모아주고 그의 협상력과 판단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미래를 확인하고 증명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앞으로 가고 있다.

이창기
이창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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