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만한 통계, 믿을 수 없는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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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만한 통계, 믿을 수 없는 통계
  • 이창기
  • 승인 2007.08.02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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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가 갖는 역할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고의 여론 조사 기관은 외삽(extrapolation)할 표본을 찾기 위한 과학적인 법칙을 궁리함으로써 놀랄 만큼 정확한 방법을 만들어 냈다. 컴퓨터 역시 통계로부터 만들어진 예측과 판단의 신뢰성을 점점 더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적인 법칙과 높은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 인터뷰 같은 여론 조사의 기술은 짜 맞출 수 있는 위험 또한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질문의 표현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에 영향을 준다. 어느 때는 논점을 교묘히 피해 가는 말들이 질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편견을 갖기에 충분하다.


“과도한 세금의 폐지를 찬성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금의 폐지를 원한다는 뜻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그런가 하면 때때로 질문의 병치는 선입견을 줄 수 있다. “파괴를 일삼는 과격한 노조는 사회에서 매장 시켜야 하는가?”하는 질문에 뒤이어 “○○노조는 사회에서 매장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반응은 의심할  것 없이 첫 번째 질문의 반응에 대해 편견을 갖게 할 것이다.


IMF 직후에 한 방송사가 “IMF의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부 고속 전철을 반드시 놓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을 가지고 찬성과 반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그것이 여론 조사라는 방식으로 사업의 실시 여부를 판별할 성질의 것인가? 하는 의문과 관계없이, IMF의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시점을 강조함으로써 응답자의 반응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므로 올바른 여론 조사 기법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개별 인터뷰에서 지적되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약점은 여론 조사원이 만든 두 가지 가정에서 유래한다. 하나는 사람들은 항상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에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람들이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에 진실한 대답을 해줄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이 정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상황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항상 알고 있을까? 만일 그들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그들은 때때로 정직하지 않은 대답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순간 지지하는 후보를 정말로 알 수가 없다는 것을 여론 조사원에게 말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천시청 기업지원과에서 ‘여주 명품 아울렛에 대한 인식 조사 연구’라는 거창한 제목의 기초 자료를 얻는다고 설문지를 만들어 돌렸다. 알만한 사람은 이 설문지가 지난해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됐던 이천에 설립 계획을 가지고 있는 ‘패션 유통 센터’ 건립과 관계가 있음을 알아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반대로 무산된 기억이 있고, 또 올 초에 대규모 패션 아울렛 업체인 ‘첼시’ 1호점이 여주에 들어서면서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폭발적인 관심 속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된 뒤 이천시민들의 여론이 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설문지에 담긴 20개의 질문은 그 의도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한눈에 비전문가가 만든 것임을 알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장 기본적으로 여주 아울렛에 가본 사람과 안 가본 사람의 질문을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 문항도 빠뜨리지 말고 성의 있는 답변을 부탁”했다. 또 ‘내’가 판단해서 대답할 수 없는, 혹은 적절하지 않은 막연한 ‘느낌’을 묻는 질문이 대다수였다. 도대체 이런 엉성한 질문으로 만들어진 자료로 무엇을 어떻게 분석한다는 것인지 그 능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여론 조사를 비롯한 통계는 모든 종류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불신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 논점을 사용하기 위해 지켜야 할 점은 사람들은 무비판적으로 통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는 항상 근거는 무엇이며, 그 근거는 믿을 만하고 편견은 없는지, 숫자는 어떻게 조사되었는지, 표본 추출은 믿을 수 있는 대리인을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되묻는다. 정확하고 합법적으로 얻기만 한다면 통계는 하나의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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