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평 - 방과후에 학교는 잘 돌아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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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 방과후에 학교는 잘 돌아갑니까?
  • 이천저널
  • 승인 2007.07.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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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하는 『곰돌이 푸우』의 원작자인 밀른은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방학하기 바로 전 30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나은 30분이 있었을 법도 한데 아직 만나지 못했다고 너스레까지 떨면서 말이다.

비슷한 얘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 다니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떠올리라면 바로 수업이 끝나기 직전이 아닐까 싶다. 뒷자리에 앉은 짓궂은 아이들은 선생님의 종례가 조금 길어질라치면 가방은 허리춤에 끼고, 뒷문은 미리 열어놓고, 페널티킥 선상에선 축구공 같은 들뜬 마음으로 앉아 있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사실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얌전히 앉아 있던 모범생들의 마음도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렇게 학교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이들에게 빨리 떠나고 싶은 곳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학교 밖에서 뭔가 즐겁고 신나는 시간들이 기다릴 거라고 기대하는 아이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작해야 풀숲으로 달아난 개구리를 쫓아가거나, 함께 나란히 서서 오줌을 누거나, 운이 좋으면 가시넝쿨 사이로 단 열매라도 몇 개 맛보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하릴없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아니 그 아이의 전 생애를 통해서 다시 맛보기 힘든 황금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런 ‘방과후’의 황금 같은 시간에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부터 다시 공부를 강요한다. 이른바 ‘방과후 학교’다. 그 배경에 대해선 대략 지지난 글인가에서 밝힌 바 있지만 오늘은 그 현실을 주목해 보자.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 덕에 지금 ‘방과후 학교’는 지원금이 차고 넘친다. 지난 4일, 이천시는 추경 예산으로 30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천시는 이 돈을 농산어촌 방과후 학교 지원 사업 등에 쓴다고 밝혔다. 농산어촌 방과 후 학교 지원 사업은 지난 4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상 지역으로 선정돼 국비 6억 5000만원에 시비 5억 6000만 원을 받아 모두 12억 1000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런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보육, 특기, 적성, 수준 별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학교마다 경쟁적으로 개설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수십 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도 생겼고, 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열성적인 교육을 하는 모범적인 학교로 대접받았다. 이런 교육 프로그램들이 도시와 지방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이천을 경쟁력 있는 교육 도시를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 학교의 수혜자들인 농산어촌의 아이들은 과연 이 놀라운 혜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방과후(放課後)란 “학교에서 하루에 정해진 수업을 모든 마친 뒤”란 말이다. 따라서 방과후 학교란 학교 수업에서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다시 가르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도대체 뭐가 얼마나 모자란단 말인가? 그러나 이 가치 기준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상대적이다. 곧 도시의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서 모자란 부분을 사교육 시장에서 보충하는 것과 달리 농산어촌의 학생들은 경제적으로나 교육 여건상 조건이 열악하므로 정부에서 그들에게도 그만한 교육 여건을 제공해주어 빈부나 도농의 격차 때문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신분이 대물림되는 사회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뜻의 배경에는 “하루에 정해진 수업”을 하는 학교나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담겨져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막대한 비용을 학교 수업 시간에 쏟아 부어 교육의 질을 높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환상은 이런 비용을 들이면 그만한 효과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일단 아이들은 일정 시간 붙잡아 가르치면 그만한 교육성과가 나오는 공부 기계가 아니다. 또 농산어촌의 특성상 그만한 교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학부모나 아이들의 수강 신청에 따라 개설되는 수업은 지속성이라는 교육의 특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또 농산어촌 아이들은 방과후 집에 가는 교통편을 대부분 학원 버스에 의존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마 누군가 방과후 학교의 문제점을 묻는다면 이보다 더 많고 구체적인 문제들이 담당 선생님들의 입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해진 수업 시간에 잘 가르치자! 그리고 아이들을 자유롭게 뛰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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