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논평 이천시는 만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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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논평 이천시는 만능인가?
  • 이천저널
  • 승인 2007.07.0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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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가 올해로 10회째를 맡는 국제조각심포지엄을 떠맡을 모양이다. 그동안 이 국제조각심포지엄은 이천문화원에서 시비와 국도비를 지원받아 주최해 왔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시의회의 예산 심의에서 몇 가지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시비 1억 원이 전액 삭감되었고, 올  추경에서도 도비 2억 원이 시책 추진 보전금으로 확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런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천시가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시의회의 지적은 이랬다. 우선 지난 해 행정 사무 조사를 벌인 결과 일반 운영 관리 면에서 부실한 점들이 드러났고, 업자 선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그동안 조각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남긴 140여 점의 조각품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화원은 운영에 대한 문제점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않는다. 국제 예술 행사를 치르는 일이 공산품을 구매하듯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예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규모와 성격을 정하고 작가를 섭외하고 다양한 작가들과 작업 과정을 맞추어나가다 보면 어느 정도 임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적은 비용으로 이만큼 대외적으로 성공한 축제로 알려지게 만든 그간의 공을 너무 홀대한다는 것이다. 또 문제가 됐던 조각품의 전시 공간 확보는 어디까지나 시에서 풀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천시도 문화원에서 할 때보다 더 훌륭하게 또는 더 투명하게 하겠다는 자신은 없는 듯하다. 국제 예술 행사에서 가장 핵심인 커미셔너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대안을 찾다보면 어떤 결론이 나오지 않겠냐는 정도가 전부다. 예산도 일단 삭감된 액수 그대로 가는 모양을 갖추고, 시기만 다소 늦춰 가을쯤에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엉뚱하게 불붙은 것은 조각 공원 조성 사업이다. 명분은 앞으로 늘어나는 조각품을 설치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데에서 시작했지만, 사실 ‘조각’은 명분이고 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공원 조성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조각 심포지엄에 들인 모든 비용만큼의 돈을 다시 들여 전시 공간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아니 지금 이천에 공원이 그렇게 필요한 때인가?  


문제가 왜 이렇게 비약됐는지 점검해보자. 애초에 이천에서 국제조각심포지엄은 왜 벌였을까? 깊은 뜻은 없다. 알음알음으로 도 예산을 받아냈는데 이런 거 하나쯤 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이듬해부터 그 행사를 문화원에서 떠맡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 무렵 지방자치가 막 실시되면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지역 문화 육성에 대한 관심이 컸을 때니 이 정도의 호기는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이다. 이 흐름이 10년 정도 이어지면서 이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는 온갖 지역 문화 축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수와 비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처음의 취지를 살려내지 못하고 지역 주민들의 기대와 정서를 반영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지역 경제 활성화나 지역 이미지 고양은 멀고 뜻하지 않는 부작용만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조각심포지엄을 주도하는 조직과 집행 과정의 문제, 그리고 그 축제의 태생적 한계를 모두 말하려는 것이다. 이런 축제의 태생적 한계가 종종 세력화 싸움에 휘말리게 만든다는 것도 명심하자. 


그렇다면 조각 심포지엄의 조직과 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주최 측인 문화원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이천시가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천시는 쌀과 도자기 축제까지 모두 관 주도로 시행하고 있다.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이천시는 모든 축제를 주도할 뛰어난 역량을 가진 특별한 조직인가? 미안한 얘기지만 행자부에서 민선 지방자치 10년을 평가한 자료에 보면 전문가 집단이 지방 자치의 불만 요소로 꼽은 가장 큰 항목이 ‘내부 운영 역량 부족’이다.

게다가 지역 축제가 지자체에 의해 주도되었을 때(모양새는 민간주도형이지만) 그 비민주적 결정 과정과 전문성 결여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축제의 본질을 훼손해 왔다. 문제가 있으면 그 원인을 찾아 고치면 된다. 주춧돌 하나 생겼다고 집짓는다고 나서서야 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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