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캄보디아 씨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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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캄보디아 씨엠립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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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문화를 전파하는 앙코르와트의 한국인들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가는 직항로는 대략 다섯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와 시간차는 두 시간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캄보디아는 베트남, 라오스, 타이 세 나라에 둘러싸여 있다. 위도 10~15도 사이에 국토 전부가 위치해 있고 적도와 가깝다보니 아열대 기후 지역이다. 특유의 무더위 때문에 스콜이 한 번씩 퍼부어주지 않는다면 생활하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미국이나 유럽 여행을 선호하는 편인데, 씨엠립이라는 캄보디아의 조그만 도시에 직항로가 생기고, 이천에 사는 나조차 그곳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바로 씨엠립에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치열하게 자신의 꿈을 키우고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있었다.
글·사진|장수정 객원기자 

 

▶▶ 앙코르와트의 도시 씨엠립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북서쪽으로 36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씨엠립 시가 있다. 씨엠립 주(州)의 주도(州都)라고는 하지만 인구는 7만 명 정도의 소도시다. 캄보디아에 있는 7개의 고속국도 중에 하나인 6번 도로가 시원하게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경주-앙코르와트 문화엑스포’ 행사로 씨엠립을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우리나라 기술진이 도로를 깔았다고 한다. 인도도 없고 중앙선만 있는 2차선 도로지만 외제차와 우리나라 중고버스들, 오토바이에 쇠수레를 단 뚝뚝이, 수쿠터, 자전거들이 도로 가득 달리는 모습은 무척 활기차다.

앙코르와트를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늘고 있는 씨엠립시는 6번 도로 주변으로 호텔과 음식점들이 가득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빈터만 있으면 여기저기서 호텔 건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도심에서 앙코르와트 유적지까지는 4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앙코르와트를 중심으로 수많은 사원들이 모여 있어 관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왕조 전성기를 이룬 수리야바르만 2세가 자신의 무덤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규모가 커지자 왕궁으로도 사용한다. 1113년에서 1150년 사이 약 37년간에 걸쳐 만들었는데, 가로 1.3KM, 세로 1.5KM의 석조 건물로 폭 200미터가 넘는 해자에 둘러 싸여있다. 앙코르와트는 크메르인들의 종교관에 따라 브라만교의 주신인 비슈누와 합일을 위해 힌두교 사원으로 쓰이다가, 불교를 받아 들여 부처님을 모시는 불교사원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스의 신전이나 로마의 콜로세움을 능가하는 웅장하고 예술성 넘치는 앙코르와트의 감상 포인트는 760미터에 이르는 회랑 벽의 부조를 감상하고 다섯 개의 포탄 모양의 원뿔형 탑을 살펴보는 것이다. 앙코르와트 건축물은 우주를 상징하고, 회랑 벽에 새겨진 부조들을 신화와 역사를 새겨 넣은 것이므로 크메르인들의 우주관과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융성했던 캄보디아의 고대국가 앙코르가 타이의 침략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가 사백 년 만에 1860년 프랑스인 앙리무어에 의해 밀림에서 발견된 것은 캄보디아인들의 건축 기술뿐만 아니라 높은 정신문화까지도 우리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불가사의한 일이다.

 

▶▶ 씨엠립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

 

현재 씨엠립에는 한국인이 천 명 정도 살고 있다. 거의 관광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주로 30~40대가 많이 활동하고 있다. 30% 정도가 가족을 동반하고 현지에서 일한다. 오백 명 정도가 관광가이드로 일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이나 숙박업, 마사지숍, 노래방, 피시방, 기념품 상점을 하고 있다.

앙코르와트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백만 명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는데 유럽 사람들이 제일 많고 다음으로 일본인, 중국인, 한국인 순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씨엠립 직항이 생기고 나서부터 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앙코르와트를 찾고 있는데, 전체 관광객의 21%를 차지한다고 한다.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간단한 인사말이나 호객할 때 필요한 말을 아주 잘 구사하고 있었다.


한국 대기업에서 직장생활 하다 그만두고 십년 전에 캄보디아를 찾은 권명 씨. 자연산 상황버섯을 채취해서 팔고 있다. 캄보디아에 온지는 십년 됐지만 자리를 잡은 것은 몇 년 안 됐다고 한다. 캄보디아 국경부근 삼림지역에서 뽕나무에 기생해서 자라는 상황버섯을 값싼 노동력으로 채취해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는다. 40년 이상 자란 상황버섯이 킬로그램 당 이십만 원씩 팔리고 있다.


권 씨는 혼자 씨엠립에 살고 있는데 방값과 차량비, 생활비로 한달에 백만 원이면 검소하게 지낼 만하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과 헬스로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 중에는 카지노에 빠지거나 술로 타국 생활을 달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열심히 살고 있다.

권 씨 말에 의하면 앙코르와트 관광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본다면서 향후 십년 이상은 성황을 일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속 늘어나는 관광객을 상대로 상품을 개발하고, 국적에 관계없이 전지구인들을 상대로 적절한 마케팅을 찾는다면 전망이 좋다고 한다.

 

▶▶ 전망은 밝지만 사업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젬스앙코르코리아(주)는 십년간 건물을 임대하여 루비, 사파이어, 투어마린 같은 보석을 관광객을 대상으로 팔고 있다. 루비 광산도 갖고 있으며 생산되는 보석들이 품질이 좋아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인 직원들은 영어, 불어, 일어에 능하고 친절했다.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부사장 서유석 씨는 신중하게 말을 아꼈다.

자신이 씨엠립에서 뭔가 해보고 싶다면 남의 말만 듣고 덥석 하면 낭패를 본다고 한다. 사기꾼이 너무 많고 특히 같은 한국인 사이에서 더 많은 사기 행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직접 와서 몇 달간이고 머무르면서 경험해보길 권한다. 아이템을 잘 잡고 난 다음 열심히 하면 미래는 밝다고 한다. 인건비가 싸서 사업하기 좋고 한국인에 대해 아주 우호적이라고 한다. 


현지 가이드 김남용 씨. 말수가 적기로 소문난 경상도 사나이가 마이크 잡고 관광 안내를 맡고 있다고 너스레를 떤다. 씨엠립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원과 유적들, 크메르 역사와 문화에 관해 거침없이 설명하는 김 씨는 캄보디아 사랑이 남다르다.

구걸하는 아이들 보면 쉽게 돈 주지 말고 연필이나 공책 같은 문구류를 사서 주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내놓는다. 현지 가이드들 중에는 모임을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귀뜸한다. 


김 씨는 바쁜 생활 틈틈이 캄보디아 언어를 배워서 통역사 자격증을 땄는데, 5년 정도 준비를 해서 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김 씨가 보기에 캄보디아는 잠재력이 아주 큰 나라라다. 지금은 우리나라 50~60년대 모습으로 정전도 잘되고 상수도 시설도 미비하지만, 유전개발에 열심이고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하면서 세금을 물리지 않아 사업하기에 좋은 나라로 본다.

캄보디아 날씨는 일 년 정도 살면 적응이 되고 물가도 싸다. 캄보디아인들은 아주 어질고 착하며 한국을 부자나라로 보고 좋아한다고 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아주 협조적이라고 한다.


처음 가본 나라, 캄보디아. 무더위에 에어컨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천둥 번개 치며 쏟아지는 스콜이 열기를 시키는데 최고라는 것을 알았다. 비가 그치고 나면 언제 비가 왔었나싶게 습기가 싹 걷히면서 야자나무 그늘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좀 더 나은 삶의 위해 찾아간 한국인들도 캄보디아 사람들과 아름답게 어울려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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