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보름째 농사일에 아버지 입안이 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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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일기, 보름째 농사일에 아버지 입안이 헐고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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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일기 6월 셋째 주

조윤종의 쌀 영농 일기

긴 장마를 대비해 풀도 깎고 논바닥도 말렸다

6월 14일. 용인 쌀전업농 회장인 강귀호 씨가 우렁이 농법을 한다는 용인 남사면을 방문했다. 약 만 평 규모의 논에 120kg의 우렁이를 풀었다. 이 우렁이들이 내가 소개해 이천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 사람이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며 우렁이 농법을 선택했는데 아무 보조도 없이 개인이 우렁이를 구매할 만큼 모두들 의욕이 높았다.


집에 들어오니 이웃집에서 심다 남았다고 참깨 비닐을 주어서 텃밭에 몇 줄 심었다. 요즘에는 참깨가 붙어 있는 특수 비닐이 따로 있어 비닐을 치고 따로 참깨를 심지 않아도 된다.


15일. 지성리 농장에 가서 우렁이를 가져다 1300평 논에 뿌렸다. 이천시에서는 친환경 농사를 장려하기 위해 우렁이 값을 보조해준다. 우렁이를 쪼아 먹는 황새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반짝이 줄을 늘어놓았다.


17일. 먼 사돈되는 댁에 초상이 났는데 상례를 좀 봐달라고 해서 마을 사람 몇 분과 서울에 갔다. 새삼 삶과 죽음이 아무 경계 없이 우리 주변에 무심하게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달 초에 이천의 한 인터넷 방송사에서 쌀 문제로 토론회를 갖는다고 해서 가보니 여러분들이 모여 있었다. 지난 달 이천저널 후원으로 이천에서 처음으로 이천쌀포럼을 가졌는데 각계에서 이천 쌀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는 것을 보니 뭔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오명가명 장마 준비는 끝내 놓았다. 긴 장마가 되면 풀이 쉬 자라므로 일차로 논두렁의 풀도 깎고, 벼를 일찍 심은 논은 논바닥도 말렸다. 이 무렵에 논바닥을 한번 말려 놓으면 뿌리 활착에 도움도 되고 나중에 잘 빠지지 않아 논일을 하기에도 편하다. 
(경기도 쌀전업농회장·이천쌀사랑포럼 회장)

 

석재인의 복숭아 영농 일기

보름째 계속된 농사일에 아버지는 입안이 헐고

오늘 복숭아 봉지 씌우기 작업은 동네 분들이 하셨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니들이 서너 명 계셨지만  지만 도와주시려고 하는 마음은 이십대 젊은이보다 더 컸다. 바람 한 점 없이 햇볕만 강렬하게 내리 쬐는 과수원 밭에서 눈 깜짝 안하시고 봉지 작업을 하시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사다리를 오르내리시는 한발 한발에 힘은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사다리 들고 옮기는 손엔 힘이 들어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할머니들의 손과 발은 34도나 오르는 수은주를 봉지 속에 담아 버리듯 작업에 열중하셨다. 땀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연실 피부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는 말이 맞다.


아버님은 입안에 무엇인가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입안을 보니 입안이 헐었다. 열매솎기 작업을 할 때부터 오늘까지 보름 이상을 쉬지 않고 일하시느라 피곤이 겹쳐서 힘이 들어도 숨기시고 일을 계속하셨던 것이다. 미안함보다는 농업에 종사하는 내 자신이 더 원망스러우면서 죄스러운 마음이 앞을 가린다.

내가 농사를 안 했으면 부모님들도 이 고생을 안 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이 나의 가슴을 짓누른다.    
대전에 사는 형 소유 차량의 무사고를 비는 고사를 지냈다. 밤 9시가 넘어서 시작된 고사는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차량 무사고를 위해서 가까운 곳도 아닌 대전서 이곳까지 왔을까 ?

대전서 조그만 사업을 하는 형은 집에서 지내도 되는 것을 하루 일을 끝내고 먼 우리 집까지 온 이유는 고사도 고사거니와 부모님을 찾아뵈러 일부러 온 것이다.


준비하시는 어머님은 힘든 농사일을 끝내고 피곤하신데도 불구하고 아무 내색도 안하시고 준비를 도우셨다. 어머님 연세도 일흔이 넘으셨다. 그 사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복숭아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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