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서원을 우러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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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서원을 우러러 보고 싶다
  • 이천저널
  • 승인 2007.06.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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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명현(明賢)을 제사하는 것이 그 하나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것이 또 하나다. 본디는 인재를 키우기 위함이 그 출발이다. 서원이라는 명칭의 유래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서원(書院)이란 애초에 책을 편찬하는 곳이었다. 당나라 현종 때 있던 여정전서원(麗正殿書院)이나 집현전서원(集賢殿書院)은 모두 책을 편수하는 곳이었다. 目唯
그러다 송 나라 때는 지방의 사숙(私塾)에 조정에서 서원이라는 이름을 준 데서 학교의 명칭으로 변했다. 수양·석고(石鼓)·악록(嶽麓)·백록동(白鹿洞) 등의 4대 서원이 생겼으며, 특히 주자가 강론을 하던 백록동서원은 유명했다. 그러다 뒤늦게 선현(先賢)에게 제향하는 기능이 추가되어 제사를 모시고 교육을 하는 이른바 서재(書齋)의 기능을 갖추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542년(중종 37) 경상도 풍기군수 주세붕이 관내 순흥 백운동(白雲洞)에 고려 유교의 중흥자인 안향 선생의 옛집이 있음을 알고 거기에 사당을 세워 제사를 지내고 유교 경전을 구입하여 유생들을 모아 가르치니 이것이 사와 재를 겸비한 최초의 서원으로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이다. 제사를 모시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두 가지 기능을 한 최초의 서원인 것이다.


초기의 서원은 인재를 키우고 명현의 제사를 지내며 유교적 향촌 질서를 유지하고 시정(時政)을 비판하는 사림의 공론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차츰 혈연이나 지연, 학벌, 사제, 당파와 관련되어 지방 양반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향을 띠게 되었다.

 또 사액서원인 경우 부속된 토지는 면세되고, 노비는 면역되어 여기에 빌붙은 자들의 경제적 기반을 확대하는데 이용됐다. 그러자 서원은 군역을 기피하거나 협잡을 하는 등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유생들은 서원에 들어가 붕당에 가담하여 당쟁에 빠져 향교의 쇠퇴를 가속시켰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는 이런 폐단의 극단적인 처방이었다.


그때 철폐된 서원 중에 이천의 설봉서원이 있었다. 설봉서원은 조선 명종 때 세워진 삼현사에서 유래한다. 삼현사에서 이천 출신인 서희, 이관의, 김안국 등 세 분을 모시고 유생들을 교육한 것이 시발이 되어 선조 때 선현의 제향과 유생을 교육하는 정식 서원으로 설봉이란 이름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철종 때 최숙정을 배향하여 4위로 늘었다가 고종 5년에 대원군에 의해 철폐되었다. 그리고 근 140년 만인 올 4월에 설봉산에 다시 복원을 마쳤고, 그 운영 규정인 조례가 이번 6월 시의회 임시회를 통과함으로써 정식으로 운영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라. 중용에 나오는 이 말뜻을 풀면, 하늘이 명한 것을 성(性)이라 하고, 성(性)에 따르는 것을 도(道)라 하고, 도(道)를 닦는 것을 교(敎)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이러저러하게 살라는 명령(이 명령이란 말의 어감이 사실 좀 껄끄럽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칸트의 지상 명령, 곧 스스로 자유로워지라는 명령으로 해석해 읽는다)을 받는데 이 명령이 곧 인간이 본성이다.

그리고 그 본성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한다. 다시 돌아가면 자유로워지라는 명령을 따르는 것을 도라고 한다는 것이다. 배고플 때 먹고 졸릴 때 잠자는 것이 곧 도이며, 그 역행은 도가 아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아는 도인들이 바로 이렇게 산다. 이 도를 닦는 것이 바로 교, 즉 교육이다. 왜 주자가 교육을 중시했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교육이라는 말이 하나도 신성하게 들리지 않는 요즘, 옛 교육의 터전인 설봉서원의 운영 지침이 만들어진 것이다.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를 할 수 있는 참교육의 도량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창기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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