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교실 / 이천양정여중 도덕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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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교실 / 이천양정여중 도덕 시간
  • 글, 사진|이천양정여자중학교 도덕교사 장남철
  • 승인 2007.06.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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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이 '똥떡'에서 '토마토'가 되기까지

   
도덕 뭐 가르칠 거 있나? 시험 볼 때 착하고 옳은 것에 동그라미… 뭐 맨날 그 소리가 그 소리 그래서 지루해. 옳고 그른 것 누가 모르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해서 문제지… 도덕 수업을 하는 나로서는 가장 듣기 싫은 소리이지만 외면할 수 없는, 도덕교사인 내가 수업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지상 최대의 과제다. 아마 다른 교과목과는 달리 도덕 시간에는 도덕적인 지식과 판단력과 같은 인지적 영역과 함께 도덕적 가치와 태도, 행동 성향과 같은 정의적인 영역을 중점적으로 다루다보니 학생들이 지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수업 속에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집중해서 노력하고 있다. 첫째는 아무리 도덕 교과서 내용이 좋아도 배우는 학생이 호감을 갖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므로 학생들에게 도덕 시간을 호감이 가는 과목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고, 둘째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적 덕목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 생각과 행동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노력이다. 

>> ‘비호감’ 도덕을 호감 가는 과목으로

학생들에게 과목 선호도 조사를 해보면 거의 맨 뒤에 있는 과목이 도덕이다. 이것은 수업을 하는 교사로서는 우선 마이너스 요인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지면 수업에서 성공하기는 무지 어렵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비호감’ 도덕을 호감 가는 과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고민이 나의 수업 준비에 출발점인데 그러한 노력 중에 나름대로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소개해보자.

1)시작이 반, 새 학기 첫 수업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

우선은 1학년인 경우 선생님 소개를 재미있게 준비하고, 시작하는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첫 마음이란 시를 함께 읽고 자신의 각오를 써보고 발표를 하는 시간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 해보았다. 재미있는 선생님 소개는 학생들로 하여금 선생님에 대한 호기심과 친밀함을 유도해 수업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였고, 시작의 중요성을 딱딱한 설교보다는 한 편의 시를 통해 정서적인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첫 마음

새해 첫날
이른 아침 세수를 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일 년을 살아간다면

학교에 입학을 하고 빳빳한 새 책장을 넘기며
시간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하얀 병실에 누워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던 날의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의 몸을 돌본다면

그 사람은 언제나 씻고 닦는 항상 첫 마음을
잃지 않으리.

한 학생이 이 시를 감상하고 자신의 각오를 이렇게 다졌다.
“내가 원하는 꿈은 정열이 필요하다. 첫 마음으로 살아남는 것이 예술에선 최고의 경지이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항상 처음이여야 하고 그 처음을 기억해야겠다. 때로 어떤 것이 나를 힘들게 해도 정열과 용기와 지혜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첫 마음을 간직해야지.”

   
2)‘똥떡’ 싫어! 예쁜 이름으로 교과서 제목 튜닝하기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또는 재미로 교과서 앞면의 교과명을 끔찍하게 바꾼다. 예를 들어 도덕은 ‘똥떡’, 국어는 ‘죽자’, 영어는 ‘영감’ 등으로 과목이 ‘바뀌어’ 있는 책을 보면 사실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강제로 다시 화이트로 지워보게도 하고 손도 못 대게 윽박을 질러도 보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교육적이지도 못하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아름다운 이름으로 교과서 제목 튜닝하기’ 시간을 가져 보았다. 역발상인 시도라 그런지 학생들도 신선해 하였으며 튜닝과정에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제목으로 교사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은 토마토란 제목으로 튜닝한 학생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토마토는 속이 파라면 겉도 파랗고 속이 빨가면 겉도 빨간 것처럼 우리도 토마토처럼 속과 겉이 같은 인격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토마토라고 고쳤단다. 얼마나 대견스러웠던지.*^^*

>> 직접 보고, 듣고, 쓰고, 만들고, 느끼고, 생각을 나누는 도덕 수업

도덕 교과는 정의적인 요소를 다루기 때문에 어떨 때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나 한 곡의 노래, 또는 한편의 시, 한 편의 영상이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의 내용에 알맞은 자료를 찾아서 함께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을 나누는 다양한 활동을 통한 수업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에서 시도해 보았던 수업 내용은 이렇다.

   
1.가족 및 학급 팸플릿 만들기

가족, 학급 팸플릿 만들기 수업은 학생의 가족과 학급 팸플릿을 간단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제작하게 하여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고, 가족, 학급 팸플릿을 만드는 동안 가족애와 학급 친구들 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해,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가정·학교생활을 하도록 하는데 장점이 있는 수업이었다. 단 수업 시간 내에 모두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행 평가로 활용하는 방법이 좋다.

이 작품에서 학생은 학급을 소개할 수 있는 팸플릿을 고리를 이용해 계속해서 볼 수 있도록 작성하였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취미, 생일, 담임선생님 란 등 다양하고도 섬세하게 자신의 학급을 소개하고 있다.

2.좋은 노래로 생각하며 감성 키우기

청소년 시기는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이고 많은 학생들이 음악을 즐겨듣고 좋아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수업이 매우 즐겁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은 삶과 도덕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딱딱한 단원의 내용을 학생들과 즐겁게 공부했던 방법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사전에 과제를 제시한다.

과제1-진솔하게 삶을 이야기하는 좋은 노래 3곡 이상을 찾아서 들어보고 가사를 적어보자.
과제2- 1곡을 택하여 노래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서 적고, 노래가사를 자신의 이야기로 바꾸어 불러보자.
과제3- 내가 찾은 좋은 노래를 친구들에게 소개해보자.

학생들이 준비해온 과제를 학생들과 나누며 수업 현장에서 함께 노래를 듣고 같이 불러보는 공감 활동을 통해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의 수업을 즐거우면서도 감동을 주는 수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도덕 수업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로 끝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올바르게 이끌어 가기 위해선 우선 교사인 내가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말과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앞에서 제시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호감이 가는 과목이 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어떤 수업이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여 행동 변화까지 이루어 낼 수 있는 그날까지 나의 고민은 ‘쭈욱’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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