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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주간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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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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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도 예산 좀 씁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브랜드 가치도 높지만 세계 시장은 물론 한국에서도 성공한 자동차 기업으로 꼽힌다. 이는 세계적으로 앞선 자동차 문화를 선도해 나가면서 각 나라의 특성에 들어맞는 개별화 전략이 성공했다는 말이다. 여기에 미국 굴지의 유통기업 시어스와 ‘처음처럼’으로 주류업계에 대박을 터트린 두산주류BG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무엇을 들까? 바로 ‘국가 통계’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를 보자. 그들은 철저한 통계 조사를 바탕으로 자동차를 개발한다. 안전벨트의 높낮이, 의자와 운전대 등은 사람들의 평균키와 몸무게를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안전성과 편안함에 주력한 디자인과 성능 개발은 고령화 시대의 추세를 따른 것이다. 최근 SUV와 RV가 인기를 끄는 것은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주말의 여가를 가족 단위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통계를 기반으로 나온 제품이다.

시어스는 주택 리모델링 제품의 판촉을 위해 인구 통계를 활용했다. 판매할 상품군에 맞춰 타깃을 다르게 설정하고, 타깃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다이렉트 마케팅 활동을 펼쳐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었다.

우리 얘기도 좀 하자. 알만 한 사람은 다 알지만, 출시 6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0% 고지를 가뿐히 넘어서며 주류업계의 대박상품으로 떠오른 소주 ‘처음처럼’의 성공 요인은 통계를 활용한 트렌드 잡기다. ‘참이슬’의 독주를 저지할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기로 결정한 후 제품 개발의 방향 설정을 위해 가장 먼저 분석한 자료가 통계 자료였다고 한다. 통계를 통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과 동향을 읽고, 이에 발맞춰 제품 개발 방향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것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통계는 기업이 사업 전략을 세울 때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논쟁이나 토론에서 효과적인 논점이 될 수 있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 증설 불허의 이유로 국토 균형 발전 문제가 거론됐을 때 또 다른 후보지인 청주와 이천의 재정 자립도를 비교해 논박한 것은 아주 적절한 예였다. 또 하이닉스 공장의 구리 배출 문제로 환경부가 증설을 반대한 것에 견주어 군부대가 이천으로 이전할 경우 얼마나 많은 구리를 배출하는가를 지적한 것도 좋은 예였다. 만일 정부의 정책이 토론과 여론에 의해 뒤집어질 수 있다면 여론을 뒤집을 수 있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아주 유효한 논박이었다.   

그러나 통계가 항상 사실로부터 만들어진 추론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한국리서치 노익상 대표는 지난 연말 한 포럼에서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가 1990년 5%에서 2005년 9%까지 늘었고, 2030년엔 무려 24%까지 늘어날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아동도서 출판에 집중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의 조언이 더 큰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노령 인구의 구매력이 노인 인구 증가와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 점에서 하이닉스의 예처럼 통계는 우수한 것을 결정하기보다는 반대되거나 모순된 주장을 해결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통계가 국가 경영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며,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통계를 활용해 대박상품과 일등 서비스를 개발했다는 점을 시시콜콜 들먹일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국가나 지자체가 보다 더 의미 있는 통계를 확보하고, 이를 시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천시는 통계 연보 전산화 작업을 통해 만든 자료를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961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45년치다. 이만한 성과도 흔치 않다. 그러나 이 통계 자료들이 좀더 생산적으로 쓰이려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기초 자료에 그치지 않고 좀더 생산적이고 문제적인 질문을 담아내야 한다. 그러려면 상당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천시도 주민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기업들 역시 사업 전략을 구상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것이다.

하이닉스나 군부대 문제 같은 예상치 못한 문제를 풀어가다 상대를 설득하고 논박할 필요가 생겼을 때, 이천 지역에 관한 보다 상세한 통계들이 아쉬워진다. 미국의 센서스국이 한해 100개 이상의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 아쉬움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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