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 /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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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 / 마지막 회
  • 이천저널
  • 승인 2007.05.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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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행복이 함께 하는 도시를 꿈꾸며

도시 계획, 개발과 관련하여 혁신 도시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혁신 도시란 학술적으로는 ‘창조적이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유인하고 이들이 상호 교류하는 장소로서 이러한 사람들의 비중이 높은 지역’, 혹은 ‘도시 내 경제 활동 주체들을 클러스터링하고 이들의 긴밀한 상호 교류를 통해 신상품과 신기술의 창출 및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얻어진 생산성 증가의 결과, 생산성?혁신성이 높은 도시’를 의미한다. 전자는 사회, 문화적 측면이 강조된 것이고 후자는 경제적 측면이 강조된 혁신 도시의 의미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특히 참여 정부에서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혁신 도시의 의미는 이와는 다소 다르다. 정책적인 의미의 혁신 도시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내 산·학·민·관(産學民官) 사이의 네트워킹을 통해 혁신을 창출하고 확산하여 지역 발전을 견인하는 지역 거젼을 말한다.

본 칼럼을 통해 지난 3월부터 소개한 외국의 혁신 도시 사례는 정책적 의미의 혁신 도시에 근사한 도시와 함께 사회, 문화, 경제적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개발된 순수한 의미의 혁신의 사례를 차별 없이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그 이유는, ‘신행정 수도 건설’,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 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수립 및 초기 진행 과정에서 쌓인 일반의 혁신 도시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 때문이다.

일방적이고 직선적인 도시 개발과 발전에 대한 지난 시대의 관성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이 ‘혁신 도시’로 지정만 되면 지역이 갑자기 ‘잘 사는’ 곳으로 변화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오랫동안 모여 살았던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에만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부작용은 자칫 도시 혁신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퇴색시키고 ‘사람 없는 행복’을 쫓는 기형 도시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호에서는 그동안 소개한 외국의 혁신 도시 사례를 정리하여 ‘사람과 행복’이 함께하는 도시 혁신에 대한 기본을 종합해 보고자 한다.

도시 재생형 혁신 도시 - 세필드와 쿠리티바

재생형 혁신 도시는 도시의 생활 여건이나 산업 구조가 후퇴하는 문제를 슬기롭게 대처한 경우를 말한다. 산업구조의 혁신은 영국 셰필드(Sheffield), 환경문제의 경우는 브라질 쿠리티바(Curitiba)를 통해 살펴보았다.

영국 잉글랜드 북부의 전통적인 철강도시 셰필드는 슬럼화 된 도심에 문화 산업 지구를 조성하여 도시 발전을 추구했다. 셰필드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후기 산업(post industrial)사회의 비전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음악, 영화, 스포츠 등의 문화 산업을 육성하여 도시의 성장 엔진을 바꾸기로 결정한 시정부와 의회의 과감한 결단이다.

이를 위해, 셰필드는 도심과 지역경제의 재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산업을 창조적이고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클러스터 전략을 도입하였다. 클러스터 전략이란 마치 우리 몸의 각 부위의 세포들이 서로서로 유기적으로 협동하여 목적하는 기능을 창출하는 것처럼, 크고 작은 관련 기업들의 유기적 협동을 보조하는 도시 개발 전략을 말한다.

도시 환경 혁신의 좋은 사례인 브라질 쿠리티바의 지혜는 교통 정책에서 드러난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자전거보다 보행자를 우선시하여 만들어진 쿠리티바의 교통 시스템은 많은 도시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쿠리티바는, 도시가 처한 어려움에 대하여 창조적인 해결 정책을 제시한 공무원과 이에 적극적인 호응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시민들의 힘으로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도시를 건설하였다.

신도시 개발형 혁신 도시 - 어바인과 오이타

민간 혹은 정부 주도의 신도시 개발형 혁신 도시는 미국 어바인(Irvine)과 일본 오이타(Oita)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바인은 비즈니스 파크의 조성과 대학의 유치를 통한 점진적이고 계획적인 도시 개발의 모범적 사례이다. 1970년대에 시작된 어바인 개발의 특징은 우선 개발 주체에서 찾을 수 있다. 어바인은 민간이 주도하여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이후 민·관·학 합동으로 개발의 주체가 확장되었다.

어바인은 특정 단지에 몇몇 공장을 유치(한국의 산업 도시 개발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산업 단지를 계획, 조성하였으며 점진적인 개발로 도시의 쾌적성과 편리성을 극대화시켰다. 또한 어바인은 첨단 기업 집적지가 대도시 주변 지역에 형성된 혁신사례이기도 하다.

오이타 테크노폴리스는 1980년대 시작된 일본 중앙 정부의 ‘테크노폴리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이타시를 모도시로 하여 개발된 첨단 산업 도시이다. 오이타는 대규모로 진행된 테크노폴리스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인 농촌 테크노폴리스로 평가된다. 오이타는 대도시에 비해 낮은 지가(地價)와 시정부의 공격적인 기업유치 전략으로 소니, 캐논 등을 비롯한 많은 첨단 기업을 유치했다. 1990년대 이후 기업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현재는 해상 운송망의 확충에 진력하고 있다.

기업 중심형 혁신 도시 - 헤르조겐 아우라흐

기업 중심형 혁신도시는 우리에게 가장 낯익은 산업도시이다. 특정 대기업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개발시킨 도시의 사례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도시가 오랫동안 지녀 온 전통은 기업과 자본에 대부분 묻히고 말았다.

독일 헤르조겐아우라흐(Herzongenaurach)는 기업 중심형 도시들에게서 보이는 이런 부정적인 면을 잘 소화하고 도시의 역사적 전통과 기업 도시의 이미지를 상생시킨 사례이다.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아디다스와 푸마의 고향인 헤르조겐아우라흐는 지역 출신의 회사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시의 여건과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민·관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오늘의 도시를 만들었다.

헤르조겐아우라흐는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가꾸고 유지하여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시너지를 제공한 결과, 지역 출신 기업이 세계적인 대기업이 된 후에도 지역을 떠나지 않고 함께 발전하는 좋은 본보기를 만들었다.

공동체 중심형 혁신 도시 - 스트라스부르와 훌메

이 분류에 속하는 사례들은 도시 혁신의 가장 모범적인 의미인 ‘사람들이 상호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도시 창조에 성공한 경우이다. 도시 혁신을 위해서는 외부의 자본이나 전문 인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현재 살고 있는 시민들의 생활여건을 기초로 혁신의 가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와 영국 훌메(Hulme)가 소개된 바 있다.

스트라스부르는 중앙정부의 새로운 법이 중앙정부와 지방간의 새로운 긴장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발생한 경제, 사회적 위기를 지혜로운 도시 공동체의 구성을 통해 극복하고 발전시켰다. 스트라스부르의 도시공동체 위원회는 28개 지역을 새롭게 개발시킬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 교통, 환경, 주거, 지역경제의 질을 높인 훌륭한 모범이 되었다.

영국 훌메는 유럽식 어반 르네상스(Urban Renaissance)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상대적으로 땅이 적고 밀도가 높은 서유럽의 도시들은 고유한 역사적 배경과 전통을 살려서 도시쇠락에 대응하고 있다. 훌메도 이런 흐름과 유사하게, 1950년대에 세워진 고층건물들을 전통이 숨 쉬는 새로운 건물들로 다시 디자인하였다. 하지만 어반 르네상스의 핵심은 도시미관의 재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작은 단위로 세분하여 도시민이 자신의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옹기종기’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체 공간으로 혁신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도시가 처한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도시혁신 사례들의 이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곱씹어 보아야 할 이 공통점들을 정리하면서, 지난 두 달 여 동안 이천저널에서 마련한 ‘혁신도시’ 칼럼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1) ‘혁신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한다.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이다. 태어나고 발전하고 성숙한다. 자라는 아이가 어느 날 문득 사춘기가 되어 새로운 고민거리를 부모에게 안기듯이, 도시가 만들어 내는 새로운 문제들과 환경의 변화도 느리지만 분명하게 발생한다. 이런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혁신의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결국 사후약방문격의 대응을 하게 된다.

혁신의 필요성을 적기에 분명하게 인식하려면 도시의 현재를 늘 면밀하게 관찰하고 도시 각 주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이 빠진 개발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런 계획은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낳게 된다.

2) 도시의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여 ‘혁신’한다.

혁신에 성공한 도시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바로 ‘참여’이다. 계획 수립 과정이나 시행 과정 초기에는 혁신 주도 세력이 시정부나 혹은 민간인 경우도 있으나, 혁신의 어느 단계가 되면 결국 도시의 모든 주체들이 참여해야 한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 도시의 혁신은 특정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혁신의 ‘과정’에서 유기적이고 자발적으로 탄생하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혁신의 차원을 높이는 주요 전환점을 만든다.

그러므로 도시 혁신의 계획은 몇몇 행정가의 책상에서 결정될 수 없다. 덴마크 올보르그 시의 시장이 혁신 플랜을 만들기 위해 외국의 전문가를 직접 찾아다니고, 지역 대학과 전문 기관을 통해 수년에 걸쳐 계획을 다듬은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3) 계획은 치밀하게 결정은 과감하게, 그리고 호흡은 길게

도시는 사람보다 수명이 길다. 따라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거나 도시를 새롭게 바꿀 때는 도시의 수명을 가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 자치 제도의 운용에 있어 이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다. 임기 중에 뭔가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선거직 자치단체장들은 치밀한 계획과 긴 호흡을 갖기 어렵다. 대신 멋지고 ‘과감한 결정’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시민 모두의 지혜가 모아져야 해결될 수 있다. 시장의 어떤 치적을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두의 지혜가 필요하다. 올보르그의 사례에서 보였듯이 좋은 ‘혁신 계획’은 도시 혁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흔히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단체장을 ‘용두사미’라고 폄하하며 ‘표심’을 돌리는 것은 후세대를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4) 경쟁력의 핵심은 ‘다양성’과 ‘창조성’이다.

현대의 도시는 더 이상 어항 속에 있는 조작된 풍경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빠르게 정보가 오가고, 사람들이 쉽게 시 경계를 넘나드는 현실에서 폐쇄적인 도시의 모습은 오직 ‘놀이공원’에서만 가능하다. 현대의 시민들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도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기회가 있는 곳이다. 여러 얼굴과 열린 마음을 가진 도시가 진정한 혁신도시이다.

다양과 창조와 더불어 현대도시의 빼놓을 수는 측면은 ‘문화’다. 영국 셰필드처럼 산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극적으로 변모한 사례에서 보이듯 현대는 문화의 시대이다. 굳이 문화산업이 도시의 중심이 될 필요는 없지만, 도시의 문화를 일구고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5) 도시 혁신의 목적은 ‘사람’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쇠락’ 현상이 보여주듯, 사람을 도외시하고 건물과 도로만이 위용을 갖춘 도시는 결국 죽고 만다. 과거, 왜곡된 자본의 부가가치 창출 방법이 도시를 부동산과 상거래만을 위한 판으로 만드는 바람에 도시민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도시에는 ‘사람 없는 행복’만이 떠다니고 있다.

도시 혁신의 최종 목적은 특정 기업의 이윤이나 특정 집단의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행복’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나중에 소외된 시민의 행복을 위하겠다는 구호는 공수표라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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