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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 주간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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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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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이천을 만들려면

본지가 의욕을 가지고 두 달 남짓 동안 연재한 특집 <세계의 혁신 도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문제가 한창 지역 이슈로 오르내릴 무렵에 시작한 이 기획은 대규모 군부대의 이천 이전 문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긴 했지만 그 문제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이 기획이 이천시가 나가야할 방향을 좀더 넓은 시각에서 고민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크든 작든 어떤 정책 하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합의된 지향점을 가지고 보다 큰 틀에서 이천의 발전 계획을 논의해보자는 생각에서 우리는 이천시와 비슷한 인구와 규모를 가진 세계의 혁신 도시들이 어떤 목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그 하나가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태어나고 성장하다 어느 정도 성숙한 뒤에는 쇠락한다는 진리였다. 이 인식은 우리가 과거의 가장 화려했던 어떤 역사적 시점에서 출발해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성장 콤플렉스를 지녀왔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지금 이천은 어느 시기에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그 점에서 도시가 만들어내는 이런 변화의 징후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기에 그에 걸맞은 혁신을 이루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필자의 지적은 적절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천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은 사춘기인가, 아니면 완만한 쇠락에 접어든 노년기인가? 분명한 것은 이천은 근대사 100년 동안에 아직 한번도 제대로 꽃 피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어찌됐든 혁신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면, 그 뒤에 남은 것은 절차다. 이는 군부대 이천 이전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천시가 가장 흥분하는 문제기도 했다. 군부대 이전과 관련해 이천시는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이 난 뒤에 예상되는 문제를 ‘협상’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은 지자체에서 절대적인 힘인 행정력을 가지고 있는 이천시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주민이나 관련 기업들을 대하는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독일인 도시 계획가인 아네테 에르펜슈타인 씨가 청계천 복원 관련 논문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절차가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며, “한국에서 3년 3개월 걸렸지만 독일에서 청계천 복원이 추진됐다면 적어도 15년 이상 걸렸을 거”라고 답한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녀는 그 이유를 “독일에선 반드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빠르다는 것은 효율적이지만, 그것은 일정한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비민주적이다. 혁신에 성공한 대다수의 도시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 바로 ‘참여’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계획 수립 과정이나 시행 과정 초기에는 혁신 주도 세력이 있을 수 있으나, 혁신의 어느 단계가 되면 결국 도시의 모든 주체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혁신의 ‘과정’에서 유기적이고 자발적으로 탄생하는 도시의 새로운 모습이 혁신의 차원을 높인다는 얘기다.

임기 중에 뭔가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선거직 자치단체장들의 족쇄를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멋지고 ‘과감한 결정’도 좋지만, 치밀한 계획과 긴 호흡을 갖도록 지혜를 모으는 노력도 좋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도시 혁신의 최종 목적이 ‘사람’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도외시한 도시는 결국 죽고 만다. 지금 이 순간 시민의 행복을 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도시 계획은 미래에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들을 가지고 지속 가능한 이천을 만들기 위한 토론이 매주마다 어디선가 벌어진다면… 세계의 혁신 도시를 마치며 그런 이천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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