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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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타령
  • 이천∙여주 경실련 집행위원장 김 대록
  • 승인 2020.11.1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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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여주 경실련 집행위원장 김 대록
이천∙여주 경실련 집행위원장 김 대록

나쁜 버릇을 고치기란 정말 쉽지 않아서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한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 나쁜 버릇과 행동이 집밖에서도 은연중에 나오듯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가도 샌다>는 말이 있다. 결국 본성이 나쁜 것은 어디를 가도 본색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바가지는 둥글게 열리는 한해살이 식물인 ‘박’에 작다는 뜻을 가진 접미사 ‘아지’가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이다. 어릴 적 기억을 돌이켜보면 집에서 쓰던 플라스틱 바가지가 깨져 물이 새면 철사를 뜨겁게 달궈 뚫은 후 깨진 부분을 얼기설기 틀어막아 사용하곤 했다. 물론 여지없이 물이 질질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새로 살 여유가 없어 그냥저냥 참으며 사용하던 기억이다.

얼마 전 연수를 떠나 교육 중이던 이천시의회 의원들끼리 사적인 자리에서 다툼이 일어나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집안싸움도 아니고 나가서까지 벌어진 싸움박질이라 틀어막을 길도 없었나 보다. 오랜만에 의원님들 싸움질에 ‘이천’이라는 이름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검색창에 이천시만 검색해도 온통 여기저기 언론에 오르내리는 모습이 그야말로 천지삐까리다. 의원님들은 혈기 방자함으로 화풀이를 한바탕하시고 속이 시원해지셨는지 몰라도 뒤치다꺼리는 오롯이 시민들의 몫이 되었으니 어찌 낯을 들고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제7대 이천시의회는 초선 의원이 많아 시민들이 내심 염려하는 바가 있었음에도 지난 2년을 돌이켜 보면 나름으로 열심히 애를 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게 여기던 차였다. 의정활동 잘한다고 여기저기서 상도 받고 참 좋은 모습이었는데 매우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남의 동네 말하기 참 부담스러운데 지난여름, 전북 김제시의회에서도 막말과 늦장 징계로 인해 주민소환 서명이 진행되고 결국 의장이 사퇴하였으며 이후로 지금까지 어수선한 모양이다. 아이고 이제 우리 이천도 남의 일이 아닐 것 같다.

깨진 바가지가 그래도 안에서는 아까워서 얼기설기 고쳐서라도 써보려 했는데 나가서 질질 새서 물을 흘려대고 다니니 이참에 아주 깨버리고 값싸고 실한 바가지로 바꿔야겠다. 주민 소환하려면 서명 용지도 만들어야겠고, 처박아둔 천막도 꺼내서 시민들 서명하시는 데 겨울 찬바람이라도 막아야겠다. 이래저래 올해 겨울은 코로나로 힘든데 더 힘들겠다.

그래도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주민소환까지 가지 않고도 스스로 내려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에이, 또 허튼 생각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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