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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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의 왈가왈부, 꼬리치는 논술 <21>
  • 박정우
  • 승인 2007.04.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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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

건전한 사회는 개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창조적 작업을 하고 자아의 감각을 갖도록 하지

“에리히 프롬의 직업이 뭐야?“

“의사. 정신분석학자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진단도 하고 처방전도 내놓고 그래.”

“<건전한 사회>라는 책에서도 그러나?”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고, 나아가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등도 검토해. 비판하면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인간주의적이고 공동체주의적인 사회주의’를 제안했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면 개인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지.”

“경제적인 대책만 말한 게 아니야. 정치는 물론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동시에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어. 그래야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책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 염려가 듬뿍 담겨 있어.”

“정신분석을 공부한 학자라면 미친 사람들도 많이 보았겠는 걸?”

“미친 사람? 정상이 아닌 사람을 말하는 거야?”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 그런 뜻으로 물었다고는 말하지 않겠어.”

“프롬은 한 인간이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하는 질문 자체에 대해 거부했어.”

“인간의 능력은 다양하고 무한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인간의 ‘적응력’에 대해 가장 놀라워했지.”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살 수 있어. 자유인이거나 노예이거나, 배가 부르거나 굶주리거나.”

“전쟁을 부르짖거나 평화를 주장하거나. 사랑하는 여자에게 맞거나 여자를 때리거나, 모두 살 수 있어.”

“그러니까 프롬은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정신적 상태란 거의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렇다면 어째서 세상에는 자살하고, 살인하고, 술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지? 정신적으로 불균형을 보이는 사람들 말이야.”

“흔히 말하는 ‘미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이지?”

“자아에 대한 지각을 잃어버린 사람이잖아.”

“자기 체험의 중심에 자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이야.”

“즉 ‘완전히 소외된’ 사람이지.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예외라고 할 수 없겠지.”

“‘신경증 환자’가 하는 행위는 자신의 것이 아니야.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뿐이지.”

“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 자아와는 분리된, 자기 배후의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남과 자기를 낯설게 여기고, 실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뒤틀려진 것을 체험하고 있는 ‘소외된’ 사람이 된 거지.”

“그렇다면 돈벌이에 미친 졸부, 권력욕에 흔들리는 정치가, 그들 모두가 탐욕에 사로잡힌 상태라고 할 수 있지.”

“자신은 우월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복종을 원하지. 숭배 받아야 마음이 풀리는 거야.”

“우상에 사로잡혔다고 할 수 있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듯이 자신으로부터도 떨어지게 된 거야.”

“스스로 따돌림을 당한 걸까?”

“그렇게 느꼈을 수 있어. ‘소외’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간 거니까.”

“프롬은 정신병이 개인의 부적응에서 나온다기보다 병든 사회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했어.”

“병든 사회는 자유와 자발성을 억제하며 결함을 가진 대다수의 사람들을 양산한다는 거야.”

“사람들은 서로를 보면서 ‘감응성 정신병’을 일으킨다는 거야. 실제로는 불안한 심리상황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라는 것으로 자신을 정상이라 믿고 안심하게 된다고.”

“결국 정신 건강은 ‘사회가 인간의 욕구에 대해 어떻게 적응하는갗의 문제라는 거지.”

“건전한 사회는 개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창조적 작업을 하고 자아의 감각을 갖도록 해. 하지만 불건전한 사회는 서로 적의와 불신감을 일으키고 마침내는 개인의 자아감각을 빼앗아간다는 거야.”

“인간답게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건전한 사회가 필요하단 말이지.”

“프롬은 가장 민주적, 평화적이고 경제적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는 나라라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통계를 들었어.”

“그들 나라에서 오히려 각종 정신병의 징후들이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 거야.”

“근대 문명이 인간의 깊은 욕구를 만족시키는데 실패했음을 밝히려고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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