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이전 관련 긴급 인터뷰 /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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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이전 관련 긴급 인터뷰 /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 배상수 기자
  • 승인 2007.04.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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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란 유치를 전제로 한 것, 유치 필요성에 합의해야 협상 가능”

지자체는 원칙 세우고 대안 제시해야

   
박태순(44·사진) 사회갈등연구소장의 목소리가 신선한 울림을 주고 있다. “공공 갈등을 해소하려면 전체 국민보다 시민 개인의 중요성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과감하게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부안·경주 방폐장 논란에 이어 제주 해군기지 등 공공갈등이 생길 때마다 한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 격화되고 있는 송파 군부대의 이천 이전 논란에 대해 그는 공공 갈등 해소를 위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지역 이기주의로 폄하하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배격했다. 박 소장은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영국 캠브리지 대학 행동학연구원,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지냈으며,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언론에서는 군부대 이전 반대를 “국가적 사업이 님비의 대상인갚라고 힐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전은 국방 전략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송파 신도시 구축을 위한 이전이라는 점에서 그 절박함이 약하다. 과연 국가적인 사업에는 국민들이 저항할 수 없는가? 

-아무리 국가적인 측면에서 이익이 크더라도 주민이나 국민들이 손실이 크거나 지역 주민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사업을 중지시키고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의사 결정의 한 축이 지역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안다는 것은 곧 사업을 유보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전근대적인 사고의 결과다. 국민의 이익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해도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모두 포괄한다.

이천시민들은 협의 절차가 없었다는 것에 더 크게 자존심이 상해한다. 군부대 이전 문제라고 해서 지역과 협의하지 않은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환경 문제랄지 지가 하락, 문화적 이질감 등 군부대 이전과 관련한 피해가 예상된다면 이에 대한 준비 없이 수용을 주장하는 옳지 않다. 이런 발생 가능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부터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견이 있을 경우 이견의 원인을 헤아려야 한다.

정부, 특히 국방부에서는 협상을 하자고 제안하는데?

-협상이라는 것은 유치를 전제로 한 것이다. 유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면 협상은 거부해야 한다. 유치의 필요성에 합의해야 협상이 가능하다. 사업에 대한 판단 유보 없이 논의를 하는 것은 허울뿐인 논의다. 그것을 인정하고 유치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협상이 가능하다. 정부는 종종 합의와 협상을 혼동한다. 문제를 이해관계로만 보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필요성의 측면에서 국방부는 이미 설득에 실패했다. 그들의 설득력은 빈약하고 부족하다. 그 하자가 풀리지 않는 한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 종종 국방부는 군사 작전과 대국민 사업을 혼동한다. 대추리 때도 ‘작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다. 지역 내에 이견이 있을 때는 사업을 중지하고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든 논의는 협상 이전 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 수용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다른 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제든지 사업을 할 때 사업 자체가 필요한지, 또 규모는 적정한지, 또 이 사업이 필요나 규모가 타당한지를 검토해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지 국가가 모든 것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집단적인 피해를 입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패배감에 젖어 있다. 무슨 대책은 없는가?

-정부에서 개별적인 협상으로 각개 격파를 시도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월 동강댐, 시화호 등에서 보듯 지역 주민이 반대해 취소되거나 결정이 미뤄진 사례도 있지 않은가. 정부에서는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부 스스로 신뢰를 잃는 것이다.

이천시에 조언해주고 싶은 의견이 있다면?

-지자체의 입장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지역 시민 사회 단체의 입장도 중요하다.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공정하고 정당한가를 살피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적 조직이란 일방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분열을 예방하거나 해결해야 할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부안이나 경주의 사례에서 보듯 공조직이 오히려 지역 분위기에 편승해 우왕좌왕하거나 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방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한쪽의 입장에 서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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