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7) / 덴마크 올보로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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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7) / 덴마크 올보로그 시
  • 이천저널
  • 승인 2007.04.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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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개성을 세계로 연결시키려는 올보르그의 브랜딩 스토리

   
현대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가치와 경쟁력을 누가 얼마나 더 잘 표현해 내는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과거의 모습을 혁신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도시는 우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명확하게 관찰하여 이를 바탕으로 도시의 모든 주체가 푯대로 삼을 수 있는 높고 분명한 깃발을 세워야 한다.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제 막 그 깃발을 세운 덴마크 올보르그(Aalborg)시의 ‘깃발세우기’를 살펴본다.

올보르그는 덴마크 북부지역에 속해 있는 도시다. 현재 약 16만 2000명이 살고 있다. 서기 700년경부터 사람이 정착하기 시작한 이곳은 중세부터 산업혁명기 이후까지 덴마크의 중요한 항구였다. 올보르그는 현재도 덴마크의 산업과 상업의 주요 중심이며 곡물, 시멘트, 어류 등을 수출하는 무역항이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도시의 주축이었던 자동차, 운송 관련 중공업이 문을 닫거나 다른 나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도시 경제에 위기가 닥쳤다. 전형적인 산업도시였던 올보르그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위기를 느낀 지역민과 시정부는 문화 중심적인 창조적 도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변화에 용기를 준 것은 1974년, 이 도시에 설립된 올보르그 대학이었다. 대학이 발전하면서 올보르그의 소비, 주거, 여가 생활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지만, 지식기반의 근로형태가 단시간에 이 도시에 자리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지역의 교육 수준은 덴마크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화와 그 경쟁에 내몰린 올보르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 브랜딩 올보르그 캠페인, Branding Aalborg Campaign

올보르그 시정부는 새로운 경제구조로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 위한 플랜을 만들기로 했다. 시정부는 도시의 집적도, 다양성, 품질, 거리 문화를 조정하고 행정의 방향을 선회하여 서비스, 지식, 문화 중심의 도시로 바꾸기로 했다. 도시 변화의 기본 개념을 설정한 시정부는 지역의 근로 시장과 경제 구조를 전통적인 공장 중심에서 공공 부문과 개인 부문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으로 바꾸기 위한 분석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상업적 매력, 대학과 사이언스 파크, 도시의 접근 용이성, 확장 가능성 등에 집중했다.

브랜딩 올보르그 캠페인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 시장과 시의회는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1998년 11월부터 시장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수개월 동안 조언을 구했다. 연구를 거듭하던 시정부는 1999년 8월 ‘미래를 위한 비전(vision for the future)’이라는 자체 연구 조직을 구성하여 2000년까지 연구를 지속했다.

2001년 초, 시의 실무팀은 새로운 플랜의 목표, 조직, 절차를 결정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초안을 시의 각 의사주체들과 논의했다. 2002년 추가적인 의견과 조정을 마치고, 2003년 도시의 비전과 가치상승을 위한 플랜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시의회는 플랜을 승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브랜딩 올보르그 캠페인’의 제안서는 EU에서 훌륭한 도시 캠페인 플랜에 주는 상을 받기도 하였다.

올로브그의 연구가 제안한 캠페인은 시의 이미지를 극대화하여 자신들을 세계에 알리는 일종의 ‘홍보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이렇다.

   
>> 브랜딩 올보르그 캠페인 개략

올보르그가 미래를 향해 세운 깃발은 혁신의 모토를 세우고, 자신들이 지향할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통해 비전을 제시한다.

1)모토(Motto)
올보르그-세계를 거머쥐다. Aalborg-seize the world.

2)핵심가치(Value)
다양성, Diversity
넓은 조망, Wide prospects
팀워크, Teamwork
추진, Drive

3)비전(Vision)
올보르그는 과거의 전형적인 팽창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넓은 조망으로 가슴을 키우고 팽창은 작게. 우리는 다양성을 위한 여유와 대조(對照)를 육성할 것이다. 세계를 거머쥐라. 팀워크와 추진력으로 생기 있는 발전의 조건을 창조하라.

>> ‘다양성’의 가치

‘다양성’의 가치는 여러 각도에서 도시를 바라보게 해 준다. 작지만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도시, 시골 풍경에 둘러싸인 도심, 대도시의 활발함과 작은 마을의 평온함, 평화로운 휴식과 가슴 뛰는 축제가 공존하는 도시를 꿈꾸게 한다. 올보르그를 소개하는 책자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문화적으로, 올보르그는 모든 물감을 펼쳐놓은 팔레트와 같다. 파인아트(fine art)에서 아방가르드(avant-garde)까지’ 이 말은 올보르그의 다색 다양한 지역적 특색을 잘 나타낸다.

다양성은 현대 도시와 도시민의 필수 가치이며 생존 조건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다양한 문화와 사람과 지식과 환경과 가치를 공유해야 하는 이유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로부터 쉼 없이 우리에게 전달되는 ‘다양한 자극과 공격’에 적절히 반응하기 위해서이다. 평균화되고 일치된 몰개성이 과거 경쟁의 핵심이었다면 현대는 다양한 편차와 굴곡과 색깔이 만들어내는 상대적인 위치 에너지가 경쟁의 힘이다.

하지만 다양성만을 강조하다보면 전문성과 정밀함을 놓치기 쉽다. 도시의 다양성은 우선 지역민의 ‘현재’ 속에서 그 다양한 조각들을 찾아내고 발전을 북돋아 주면서 갖추어 나가야 할 가치이다. 지역민이 공감할 수 없고 반응할 수 없는 다양성은 마치 콜라가 들어있지 않은 ‘멋진 콜라병’과 같다.

>> ‘넓은 조망’의 가치

넓은 조망은 넓은 가능성을 말한다. 상품시장에서 비슷한 상품들은 서로 경쟁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적임 셈이다. 하지만 도시간의 경쟁은 서로를 살리는 북돋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가치가 바로 ‘넓은 조망’이다. 이 가치는 자신의 도시가 가진 지역적 문화적 경계 너머의 인근 도시와 세계를 향해 열린 마음과 포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함을 말한다.

도시가 위치한 지역의 물리적 지리적 가치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고립으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도시의 젊은 세대는 자신의 도시는 물론 인근한 지역의 도시들의 개성과 경쟁력을 관찰하고 판단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더 넓은 곳으로 도시의 하늘과 땅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곳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대대로 살아온 지역민들에게 ‘넓은 조망’의 가치를 전달하려면 행정적 배려와 준비가 필요하다. 물리적 지리적 습관은 인간의 가장 깊은 본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 ‘팀워크’의 가치

팀워크를 이루려면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팀워크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되는 가치이다.  도시의 미래, 특히 다양성의 가치를 가진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의 손과 발과 머리가 필요하다. 과거 ‘주류와 비주류’라고 분류되었던 다양한 도시의 의사 결정 주체들을 엮어서 진정한 팀워크를 이끌어 내려면 현재 도시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얼마나 다양하며 그 주체들이 과연 얼마나 잘 융합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또한 팀워크는 개별 문화가 조화되고 협동되어 발전하는 가치를 말한다. 팀워크를 이루는  과정은 산업 도시에서 후기 산업 도시로 변화하는 도시의 단면을 상징한다. 도시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의 면면이 곧 그 도시의 미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학교, 산업체, 문화 단체, 시 정부 등이 힘을 모아 도시의 재편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각 변화 주체들이 ‘프랜드쉽 도시(friendship city)’로 올보르그를 만들고 있다.

>> ‘추진’의 가치

산업 도시에서 정보 지식 도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문화 경영이 필요하다. 시의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지역민의 다양한 변화 요구를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올보르그는 자신들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지역과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각종 홍보물을 제작하여 배포한다. 티셔츠, 배지, 스티커, 포스터 등을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려고 노력한다. 도시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추진의 가치는 자칫 독단적인 과거 시대의 방식을 회상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도시 혁신의 실질적인 성패를 가른다. 다양하고 넓은 조망으로 팀워크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밀어붙이기 식의 추진은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아마도 이 가치의 실현이 도시 변화의 주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어 보면 답이 보인다. 우리가 바라는 도시는 어떤 결과, 예를 들어 새로 다리를 놓는 것과 같은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도시는 ‘그 도시를 이루어가는 과정’ 속에서 유기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살아있는 도시’를 보고 자본과 사람이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지역의 개성을 세계로 연결시키려는 올보르그의 브랜딩 스토리는 이제 막 시작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그들도 우리도 모른다.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올보르그는 ‘변화하기로 결정’하는데 까지 이미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제 변화가 시작되었고, 그 변화 속에서 도시는 이미 새롭게 태어나고 있을 것이다.
자료출처
<Branding the Contemporary City>, by Ole B. Jensen, Aalborg University, 2005
올보르그 시, www.aalborg.dk

 

어떻게 하면 도시를 잘 팔 수 있을까?

>> 뉴 이코노미 속에 사는 자유롭고 창조적인 소비자들

세상은 항상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 동안 도시들이 겪은 변화는 그 이전의 기간 동안 겪은 것보다 더 크다. 나아가 지난 30년의 변화는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도시의 계획, 행정, 문화, 예산 등을 담당하는 모든 행정가와 전문가들은 유연, 창조, 이미지, 문화, 네트워크, 지식, 정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도시 문제에 새롭게 접근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이런 변화를 통칭하여 후기 산업화 도시(post-industrial city)라고 한다. 그렇다고 공장, 산업, 굴뚝으로 대표되는 포디즘(Fordism)의 시대가 완전히 종말을 고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그 역할과 비중은 변화될 것이다.

우리의 도시가 처한 현실을 짚어 볼 수 있는 또 다른 흐름은 뉴 이코노미(New economy)이다. 뉴 이코노미란 용어는 1990년대 이후,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국 경제의 장기 호황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개념이다. 뉴 이코노미의 특징은 정보 지식 혁명을 통한 생산성의 지속적인 증가이다. 물론 뉴 이코노미를 강조하는 이면에는 경제 외적 노림수도 있고, 우리의 도시들이 처한 개별 상황에 따라 뉴 이코노미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하다. 하지만,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정보 지식 기술의 발달이 도시 경제와 도시민의 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이미 주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현실이며 패러다임이다.

현재 우리의 도시는 산업과 후기산업, 구경제와 신경제, 노동과 여가, 도시와 농촌 등의 문제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혀 다르게 보이는 두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 위에 서 있다. 게다가 발밑으로는 거센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이런 변화의 실제 과정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은 자본, 즉 돈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보면 된다. 과거 자본의 주요 역할은 생산이었다. 대형 공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한꺼번에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의 주요 역할은 물리적인 것(상품)과 비물리적인 것(브랜드, 이미지, 지식 등)을 연결하여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자본이 염두에 두는 시민(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의 모습도 바뀌었다.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고 저축하는 성실한 사람이 도시의 주류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자유롭고 창조적이고 과감한 도전을 감행하는 사람들이(혹은 사람들도) 도시 경제의 새로운 생산자와 소비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세대를 유혹하는 포인트는 ‘삶의 질’이다. 오늘날의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은 앞 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력’을 향상시킬 잠재력을 가진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도시에서 찾으면서 동시에 모험과 안락함이 있는 묘한(?) 생활을 꿈꾼다.

>>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현대 도시의 행정가들이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잠재적 자본에게 자신들의 도시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다.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도시를 잘 팔 수 있을까?’이다. 이런 고민의 결과, 이미 중앙정부는 물론 우리의 크고 작은 지방의 정부에서도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세일즈 대통령’, ‘세일즈 도지사’, ‘세일즈 시장’등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표현이 이제는 별로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현대의 도시가 주는 매력은 도시의 물리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 도시의 이미지’이다. ‘잘 보여지는 도시’를 위해 이제는 도시에도 ‘브랜드(brand)’, 즉 고급스런 상표가 필요하다. 이를  두고 ‘어반 브랜딩(urban branding)’, ‘시티 마케팅(city marketing)’이라고 한다. 어반 브랜딩은 산업 도시를 문화적, 창조적, 지식 기반적인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동력이다.

어반 브랜딩의 목표는 수입 증가와 고용 창출이다. 돈과 사람이다. 소위 외국산 명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그 제품의 실제 원산지(일반적으로 브랜드 원산지와 제품 원산지는 다르다.) 여부에 상관없이 브랜드가 주는 ‘그 뭔갗에 돈을 지불한다. 이와 비슷하게 현대의 자본과 사람은 도시의 ‘그 뭔갗를 보고 몰려든다. 도로, 교육, 환경, 문화, 복지 등 도시의 제반 여건이 아무리 튼실하다 할지라도 이런 여건을 하나로 엮어서 ‘도시 구매자’들의 머릿속에 ‘그 뭔갗를 떠오르게 하지 못하는 도시에게 미래는 없다.

자본과 사람이 선택하는 도시의 이미지는 많은 부분 계발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만들어진 이미지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알려야 한다. 홍보하고 광고해야 한다. 상품의 판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TV광고가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플랜과 투자에 의해 만들어지듯, ‘도시 광고’도 그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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