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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저널
  • 승인 2007.03.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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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의 점심

제 기억 중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제 나이 7살 때 쯤 아버지가 저희 4남매를 데리고 수락산에 가셨습니다.

9살, 7살, 5살, 2살짜리들 4명을 한손에 한명씩 붙잡고 2살짜리는 앞에 매고 등에는 배낭을 지고 수락산에 가셨습니다.

서울 시내에서만 살았던 탓에 차도와 주변 공터를 우리들의 활동무대로 삼아 그곳이 전부인줄 알고 지내던 우리는 푸른 나무와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물, 서로 친한 듯이 미소 지으며 인사하는 사람들...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산에서 나뭇잎을 따보기도 하고 땅의 흙에 섞여있는 마른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을 만져보기도 하고, 개울물에 들어가 물뿌리기도 하면서 노는 시간들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아버지는 우리가 들어가 놀고 있는 개울물로 밥도 하고 된장찌개도 끓여서 우리들을 먹이셨습니다.

오로지 밥과 찌개로만 차려진 점심이었지만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무 냄새와 물소리, 산바람이 양념으로 들어가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우리들이 그 순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1~2년 전에 서울의 산에 다시 간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편하게 변했더군요.
길도 포장되어져 있고 가게도 들어와 있고, 제가 신나게 놀던 그 넓은 개울은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너무 날씬해졌습니다. 나무도 이사 가고 그렇게 온 산을 울리던 새들의 소리도 작아졌더군요.

제 기억속의 모습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사람들이 변한만큼 산도 변한건가요? 산에서 해먹던 밥맛은 이제 매점의 컵라면으로 대체해야 하는 거겠죠?

이제는 저에게도 두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제 욕심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옛 날의 산 냄새도 맡게 해주고 싶고, 그 푸름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산 속의 생명들이 들려주는 알 수 없는 신기한 느낌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그러한 산을 만들고 더 이상 훼손 되는걸 막아야 하는 거겠죠? 제가 환경을 위한 작은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면 아이들이 자라서 제 뒤를 이어서 더 나은 환경, 지구를 만들어 주겠죠? 
그러면 옛날 저의 아버지가 저희에게 해주셨던 ‘수락산의 점심’을 저도 해 주어야 하겠지요!
- 이천환경운동연합에서 조승현 회원

이웃사촌이란 옛 말이 무색하다

지난 90년에 이사온 후 벌써 18년째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얼마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 근방을 배외하던중 골목 한쪽에 차를 주차하고 집에들어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주차하고 온지 30분정도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본인집 앞이니 차를 다른곳에 주차해 달라는 전화였다. 평소 이웃이라 인사는 하고 지냈지만 차를 빨리 빼달라고 재촉하니 어쩔수 없이 다시 주차할 곳을 찾아 차를 몰았다. 워낙 늦은 시간이었고 또 꽃샘 추위덕분에 모두들 일찍 귀가해 이미 근처에 주차할 공간은 없던 터였다. 결국 한참을 걸어야 하는 먼곳까지 주차를 시켜놓고 다시 들어와 밥을 먹었다.

다음날 출근때문에 일찍 일어나 차로 가던도중 어제 잠깐 주차했던 곳을 보니 빈 공간 그대로 남아있는것이 아닌가. 혹시나 나보다 먼저 출근을 했다는 가정도 생각했지만 그자리는 어제 내가 빠진 그대로 유지가 된 듯 다른 차량의 흔적은 볼 수 없었다.

물론 이번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내에서도 20가구가 채 않되지만 그동안 입주자가 여러번 바뀌어 몇호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덕분에 아파트 주차장에서도 주차문제때문에 같은 아파트 사람과도 몇번 마찰이 있었다. 그럴때마다 내려가서 묻는 이야기가 '여기 아파트 분이세요?'라는 공통된 말이다.

언제부터일까?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이리도 무색해진것이.
옛 말이 지금과는 점점 다르게 변하는것을 느끼게 되는 사회가 무서워 지기까지 한다.
- 김동현 (38. 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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