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난개발 도시를 ‘가장 현명한 도시’로 바꾼 쿠리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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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난개발 도시를 ‘가장 현명한 도시’로 바꾼 쿠리티바
  • 이천저널
  • 승인 2007.03.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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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이 꿈꾸는 혁신 모델 도시(4) / 브라질 쿠리티바 시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자유로우면서 안전하고, 편리하면서도 전원의 조용함이 있는 그런 곳이 아닐까? 하지만 모든 도시민의 이런 공통된 바람은 꿈에서나 있을 법하다. 우리의 도시는 복잡하고 위험하다. 집을 나서는 순간, 어른들과 아이들은 안전한 다음 건물(회사나 학교)까지 도착하기 위해 거미줄 같은 도로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하지만 사람도 길을 잃고, 자동차도 길을 잃은 늘 ‘공사 중’인 도시의 도로는 더 이상 빠르지도 안전하지도 않다. 사람은 언제나 차를 조심해야 하고, 차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치루는 실제 ‘전쟁’ 상황이다. 현대 도시의 교통 문제를 대하는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당황하고 있다. 하나의 해결책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고 이것의 해결책은 다시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 도시를 전체적이고 유기적으로 보지 않고 부분과 부분의 문제만을 인식하여 대증요법적인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쿠리티바 교통 혁명의 기초가 된 대중교통 시스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서쪽으로 약 800km 떨어진 곳에 쿠리티바라는 도시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전 정도의 크기와 인구를 가진 이 남미의 외딴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현명한 도시’, ‘지구에서 가장 환경적으로 사는 도시’라는 찬사를 받으며 UN을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와 연구소로부터 각종 상을 받았다. 로마클럽이 선정한 세계 모범 도시 12개 중에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쿠리티바가 우리가 꿈꿨음직한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됐을까?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자연스럽게 쿠리티바 사람들의 지혜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쿠리티바에 유럽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때는 포르투갈이 브라질 땅을 식민지화한 17세기 말경이다. 식민 정책은 이곳에 자연스럽게 도시가 형성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보다 더 실질적인 도시계획은 1940년대 프랑스의 도시계획가 아가셰(Alfred Agache)에 의해 시작됐다. 이 계획은 도시의 중심을 따라 밖으로 뻗어나가는 방사형의 도로와 여러 개의 동심원을 이루는 도로가 만나는 고전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계획은 곧이어 일어난 브라질의 자동차 붐을 예측하지 못했고, 도시의 교통 수용 능력은 빠르게 한계에 다다랐다. 그리고 전형적인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시작되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사람은 당시 쿠리티바의 시장이었던 자이메 레르네르(Jaime Lerner)였다. 레르네르는 토지 이용과 교통 계획을 연계하여 간선 교통축을 설정했는데 그 핵심은 도로의 중요도에 따라 기능을 할당하는 것이었다. 1970년대부터 30년간 지속된 이 계획을 통해 쿠리티바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혁명적으로 바뀌었고 지금의 쿠리티바의 기초를 이루었다. 이것이 쿠리티바가 ‘현명한 도시’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이다.

>> 직행, 환승, 일방통행, 역류버스, 굴절버스

쿠리티바의 교통시스템은 매우 단순하고 실용적이다. 쿠리티바의 대중교통은 주로 버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버스들은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여러 타입으로 나뉜다. 완행버스에서 지구간 버스 및 급행 버스로 환승할 수 있고, 다른 지선버스로 되돌아가는 것을 용이하게 하도록 버스 도로망이 완전히 연결, 통합되어 있다.

지구간 또는 지선이나 다른 도시간 버스를 환승할 수 있는 대형 버스터미널이 5개 주요 간선 교통축의 양끝에 건설되어 있으며, 각 급행버스 노선을 따라 대략 2km마다 중형 터미널을 입지시켜 신문가판대, 공중전화, 소규모 상업시설 등을 배치시켰다.

승객들은 지선버스로 이들 터미널에 도착해 급행 또는 지구간 버스로 환승할 수 있다. 즉, 승객들은 주요 간선교통축을 달리는 적색 급행버스에서 중심도시 외부의 지역을 순환하는 주황색 지선버스로 환승할 수 있고, 주변의 근린 지구를 연결하는 녹색 지구간 버스로 환승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쿠리티바의 도로는 ‘3중 구조 도로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중앙도로는 급행버스를 위한 2개의 버스전용차선을 두고 버스전용차선 양측 면에는 일반 자동차 차선이 분리되어 배치되어 있다. 중앙도로에서 양쪽으로 한 블록씩 떨어진 곳에 일방통행로를 개설하여 하나는 도심으로 들어오는 일방통행로이고 다른 하나는 교외로 나가는 일방통행로이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에서도 이를 본떠 유사한 버스와 도로시스템을 시행하고 있지만, 쿠리티바는 이런 시스템을 이미 1980년대 초에 계획하고 시행했다.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의 박용남 소장은 1997년, 쿠리티바가 속해 있는 파라나 주의 주지사가 된 레르네르 전 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쿠리티바 대중 교통망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확인하고 있다.

“우리는 지하철을 건설할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지하철 노선 1~2개를 건설하는데 약 20년이 소요되는 데다, 건설해도 노선대가 통과하는 일부 주민만 그 수혜를 보게 된다. 그래서 우리들은 버스를 지하철처럼 빠르고 편안한 교통수단으로 만들 수 없는가를 연구했다. 23년 전에 쿠리티바에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버스전용도로 시스템은 그 고민의 산물이다. 오늘날은 매일 18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 이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지하철 승객과 맞먹는 수치다. 그리고 쿠리티바는 미국의 워싱턴보다 더 많은 승객을 km당 100~200배 더 싼 가격으로 수송한다. 또한 배차시간은 1분마다 이루어지고, 어떤 경우에는 40초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다른 도시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이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신뢰성, 신속성, 통합성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우리들에게 가져다주었다.”

>> ‘돈’이 아닌 ‘지혜’로 승부한 대중교통 정책

쿠리티바 사람들은 도시들이 흔히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하여 창조적인 해결 정책을 제시한 공무원과 이에 적극적인 호응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시민들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친화적인 도시를 건설했다. 시 당국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성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충분한 검토를 거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여 시민들의 신뢰를 받았다.

쿠리티바 역시, 흔히 제3세계로 분류되는 남미가 가진 여러 어려움을 함께 안고 있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도시가 아니다. 하지만 쿠리티바는 잘사는 도시는 ‘돈’이 아니라 ‘지혜’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이제는 세계 많은 도시들의 귀감이 되었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차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쿠리티바의 교통정책 또한 서로를 배려하는 지혜를 도시의 모든 주체들이 잃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지혜를 발휘한 사람들에게 ‘현명한 도시’라는 별호를 붙인 것은 아주 적절해 보인다.
자료출처 : <세계의 도시>, 국토연구원

>> 쿠리티바 대중교통 시스템의 역사

1974년 간선 교통축을 따라 2개의 급행버스 전용차선 설정.
1978년 3개의 새로운 급행버스 전용도로 건설.
1979년 지구간 순환버스 노선을 도입하여 기존 교통 체계 보완.
1982년 도심과 공업단지 사이에 새로운 연결도로 개통.
 급행, 직통, 지구간, 지선, 완행버스를 색깔로 구분.
1991년 직통 급행버스 체계 도입. 중앙 일방통행과 역류 버스 전용도로
 (일반 차량과 반대방향으로 운행) 시스템.
 지하철 건설의 1/80~1/100의 비용으로 시 전체 교통량의 약 30% 처리.
1992년 한번에 2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중 굴절버스 도입.

 

자전거 도로 100km, 보행자 전용 공간 1km

   
>> 쿠리티바의 환경 정책

쿠리티바 시 정부는 교통계획을 포함한 도시 개발 계획 초기부터, 도시 전역에 나무를 심고 그늘을 마련하면서 사람들이 그곳에서 물을 얻는 ‘그늘과 신선한 물’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하천과 주변 인접지역에 공원을 개발하고 유수지 역할을 하는 호수를 조성했으며 이런 방식을 통해 브라질 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이과수 공원, 바리귀 공원, 사웅 로렌소 공원 등 많은 공원들과 동물원, 자연림, 조깅코스,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

또 채석장을 활용해 쿠아르 공원이라 부르는 1만㎡의 자연적인 원형극장을 세워서 공연장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쿠리티바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인 ‘아라메(Arame)’ 극장도 폐광 지역을 저가로 구입해 주변 지역을 자연 상태로 복원해 오페라 하우스로 건설한 것이다.
아울러 자동차의 매연 배출과 소음 규제를 위한 리사이클-에어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중수도 시스템을 통해 세차나 정원 용수, 수세식 변소 용수 등으로 이용하고, 나아가 가정에서 음용수로 적합지 않은 빗물을 용이하게 집수하고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는 대안적인 공급원을 개발했다.

>> 쿠리티바의 자전거 도로

쿠리티바에는 총연장 100km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망이 있다. 쿠리티바의 자전거 도로는 크게 2개의 범주로 나뉘는데, 하나는 완만한 경사를 가진 작은 길을 통해 시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공원을 연결하여 스포츠를 즐기는 시민을 위해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출퇴근이나 통학 그리고 시를 순환하는데 이용할 수 있게 조성됐다.

최근에는 시 교외에 추가로 70km의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 계획을 세워 완성했고, 이중 33km의 자전거 도로망은 쿠리티바 공업 단지 내에 건설되었다. 이들 자전거 도로는 쿠리티바 도시 계획 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라 포장, 폭, 경사도, 배수, 안전 체계와 조명 등이 조화롭게 건설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전거 수리소와 주차장을 자연적인 회합 지점에 설치해 사용자의 편의를 우선했다.

>> 보행자의 천국, 쿠리티바

쿠리티바는 세계적인 규모의 ‘보행자 천국’으로 불린다. 일명 ‘꽃의 거리’라 부르는 이 보행자 전용 공간은 연장이 1km로 네덜란드의 항구도시 로테르담에 있는 세계 최초의 보행자 전용도로인 라인밴(총연장 1,080m)에 버금가는 규모이다.

브라질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이 보행자 천국은 레르네르 전 시장이 1970년대 초반에 시민들의 집회 장소이자 ‘저주받은 입’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도시 중심부 근처의 거리를 전격적으로 폐쇄하면서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 근처 도로의 차도를 좁히거나 과속 방지턱을 설치하고 굴곡차선을 건설해 감속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등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배려를 계속했다. 그 결과 지금은 이곳에서 쿠리티바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는 한 시민단체가 20년 이상 매주 토요일에 거리 미술제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려 시민들로 하여금 자동차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분위기를 만끽하게 하고 있다.
자료출처: <세계의 도시>, 국토연구원, 한국토지공사, http://innocity.i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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