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일기 3월 셋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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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일기 3월 셋째 주
  • 이천저널
  • 승인 2007.03.2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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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인의 복숭아 영농 일기

사흘째 공친 유황 합제 만들기

복숭아 연구회 한해 행사 중에 제일 큰일은 유황 합제를 회원들이 공동으로 만들어 함께 사용하는 일이다. 4년째 해왔던 유황 합제 만드는 일이 올해는 이상하게 처음부터 나의 발길을 무겁게 하더니 끝까지 속을 썩였다.

첫날 모터가 안돌아서 모터를 내리는 데 하루가 걸리더니, 이튿날은 모터 조립과 함께 시운전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열 때문인지 대형 솥 밑에서 물이 새는 것이 아닌가. 제조 회사에 연락을 하려해도 토요일이라선지 도무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원하지 않는 스팸 문자는 잘도 오던 그 잘난 휴대폰조차 고객이 원할 때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었다.

조바심이 났다. 월요일까지 기다리면 너무 늦는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솥 바닥으로 들어가 용접을 하기로 하고 수소문 하던 중에 아는 분이 와서 2시간에 걸쳐 용접을 해주셨다. 12시간 후에 가동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사흘째인 일요일 오전 6시 30분. 먼저 나가 솥에 물을 받았다. 과연 괜찮을까? 물이 반쯤 담겨지고 있을 무렵, 조바심을 내며 내려와서 솥바닥을 보았다. 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다시 또 한 방울..... 이대로 될까? 괜찮을까? 20분쯤 기다리다 결국 중지. 다시 시작이다. 사람을 부르고 있다. 고칠 사람을. 마음은 급해지기만 했다. 이러다가 회원들에게 약속한 시기에 공급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서. 

수리할 사람을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왜 이리 졸갑증을 내는가. 마음을 너그럽게 갖고 싶어서 과수원 길을 걸었다. 어디선가 그런 내 마음을 달래주듯 “여유를 갖게 친구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올 한해 나와 함께 살아야 할 복숭아나무들이 전해주는 말소리였다.
(복숭아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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