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추억과 만나는 시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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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과 만나는 시간 여행
  • 이천저널
  • 승인 2007.03.08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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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역사박물관

   
한국 만화 역사의 잃어버린 고리들을 찾아 하나씩 꿰어나가는 청강만화역사박물관의 여섯 번째 기획전에 만화를 사랑하는 여러분을 모십니다. 저희는 새로운 전시를 개최할 때마다 한국만화역사의 풍요로움에 놀라곤 합니다. 이번 <이정문, 불가능 없는 이야기들>전은 SF와 명랑만화 양대 장르에서 한국만화만의 매력을 듬뿍 보여준 이정문 작가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전시입니다.

1959년 데뷔작 <심술첨지>부터 시작해<설인 알파칸>, <철인 캉타우>, <심똘이와 심쑥이>, <심술통>과 같은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추억과 만나며 동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적 발상의 위대함을 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3월 2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날. 12번 좌석버스를 타고 청강문화산업대학을 찾아갔습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차분하게 땅을 적셔줍니다. 유산리 가로수 길을 지나고 오천을 들러 청강대학 가는 길이 조용합니다. 멀리 보이는 들도 온몸을 드러내고 비를 맞고 있습니다. 버스엔 승객마저 몇 명 없고, 하염없이 비를 맞아 희뿌옇게 가라앉아 있는 들판을 보며 만화역사박물관을 찾아가는 나는 알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청강홀 안에 있는 만화역사박물관에서는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정문, 불가능 없는 이야기들 철인 캉타우와 심술가족’ 건물 중앙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내리면 원형의 회랑이 있습니다. 회랑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아늑한 전시공간이 나옵니다. 그곳이 바로 국내 유일의 대학에 있는 만화 컨텐츠 박물관입니다.

스펙터클하게 만화 캐릭터를 그려서 전시해 놓은 원형회랑과는 대조적으로 만화역사박물관 안쪽 전시장은 오밀조밀하게 공간 분할을 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납니다. 작가별로 대표작을 소개하는 코너에는 유난히 나의 마음을 붙잡는 만화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구독하던 어린이 신문 ‘소년동아일보’ 에 나오는 ‘소년 007’이 그 주인공입니다.

검은 양복에 베레모를 쓰고 안경 낀 얼굴이 스마트한 소년 007. 세계 곳곳을 다니며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풀고야 마는 소년 007을 신문이 언제 나오나 기다리며 재밌게 본 기억이 납니다. 어린이 신문을 펴면 만화부터 얼른 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만화를 보며 주인공을 좋아했던 어린 소녀는 이제야 ‘소년007’의 작가가 김 삼이란 분이었다는 것을 만화역사박물관에 와서야 알았습니다.       

   
기획전시실에는 만화가 이정문 씨의 고등학교 시절 습작서부터 초기 작품, 만화책, 손때 묻은 그림 도구들, 팬레터들이 시대별로 분류되어 전시되어 있습니다. 1959년, 18세에 대중잡지 <아리랑>의 ‘제1회 신인작가 공모전’에 당선되어 만화계에 발을 디딘 이래 2007년, 현재까지 48년간 만화창작을 하는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봅니다.

특히 아톰이나 마징가Z 같은 일본 로봇 캐릭터가 판을 치는 70년대에 우리의 깡다구를 보여주는 ‘철인 캉타우’는 그 시대를 살던 소년들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쇠로 만든 거대한 로봇이 가슴에 멋진 벌집무늬와 허리에 빛나는 별 표창으로 치장하고 무시무시한 철퇴로 싸우는 모습은 한국형 로봇만화의 대표 격입니다.

1975년 <소년생활>에 연재된 ‘철인 캉타우’는 로봇 만화가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악의 무리와 싸우는 내용과는 달리 환경 보호를 테마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치밀하고 상세하게 그려놓은 철인 캉타우의 내부 설계도면은 작가의 상상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과학 지식과 기계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글|장수정 객원기자

   
만화작가 이정문 선생을 만나 뵈었더니

이정문 선생님이 오후에 박물관에 들르신다고 해서 만나 뵙고 싶은 마음에 느긋하게 박물관을 독차지하고 구경했습니다. 밖에는 점점 더 빗줄기가 굵어지고 선생님은 4시가 넘어도 안 오시고, 전시회장에는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 보낸 화환 하나만 있고 쌀자루가 무더기무더기 쌓여 있습니다. 전시장에 꽃 대신 웬 쌀자루? 선생님 의견인데 화환대신에 쌀로 축하 받으면 소쩍새마을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학예사가 귀띔해 줍니다.

여러 전시장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봅니다. 발상의 전환이랄까. 다양한 방법으로 오랜 세월 기부 문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화가가 창조해낸 로봇 캉타우, 심술첨지를 비롯해 5대에 걸쳐 등장하는 여러 심술가족들을 보면서 점점 더 어떤 분일까 궁금해집니다.

엘리베이터가 ‘땡’ 소리를 내며 멈춤과 동시에 남자분이 내립니다. 인사를 하자 늦어서 미안하다며 손을 번쩍 들며 “벌을 설까요?” 한다. 꾸밈없이 너무 자연스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만화계 원로분이 격의 없이 대해 주시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전시 포스터와 스케치북에 심술통 캐릭터를 그리고 사인을 하면서, “청강대학에서 만화계에 의미 있는 전시회를 열어줘서 기분이 좋다”고 합니다. 당신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 대부분을 내놓았지만 마장면에 있는 작업실도 갤러리로 꾸며 놓았다고 꼭 찾아오라고 합니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심술가족을 그렸다고 하는데, 심술과는 전혀 거리가 먼 마음씨 좋아 보이는 분이셨습니다. 아직도 엄마들이 만화책 보는 것 꺼린다고 하자 “만화 많이 보면 창의력이 생겨요. 감수성을 키워주는데. 아이들이 벽에다 만화 그리면 잘 그릴 수 있게 도와주고 꾸준히 그리게 하면 평생 직업으로도 아주 좋아요” 하며 크게 웃으십니다.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 가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 가면 김원영 학예사가 친절하게 맞아줍니다. 주중에만 박물관을 열고 있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학 위치 때문에 관람객이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도 만화 애호가나 전공하는 학생들, 어린 시절 만화에 푹 빠져봤던 어른들이 꾸준히 찾고 있고 전시가 5월 22일까지 열리니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공간이 별로 크지 않아 돌아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습니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장소 :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역사박물관
>> 내용 : ‘철인 캉타우’와 ‘심술가족’의 이정문 작가 전시회
 이정문, 불가능 없는 이야기들 / 철인 캉타우와 심술가족
>> 기간 : 2007년 2월 22일~5월 22일
>> 의미 : 한국만화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 ‘철인 캉타우’ 와
 5대에 걸친 심술가족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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