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특별 대담/ 류승국 박사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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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 대담/ 류승국 박사에게 듣는다
  • 이천저널
  • 승인 2007.01.0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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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희망이 있어요. 자산이 있거든. 무한한 전통이 있거든”

   
“우리는 앉으면 학문적인 얘기가 주가 되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과 철학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남북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더 나아가 한국사가 세계화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그런 애기들이지.”

세밑에 동양 철학계의 큰 스승이신 류승국 박사를 만났다. 여든넷의 나이에 올해 장인인 김동옥 목사와 부인 김순희 여사를 모두 잃는 애사를 당했음에도 선생의 총기는 소년의 그것처럼 맑고 또렷했다.  

“아직도 국제화 시대냐 세계화 시대냐 말하는데 다들 자기 나라를 중심으로 한 세계화지 자기 나라를 도외시한 세계화는 아직 멀었어요. 세계의 인류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발달해야 한다고 거꾸로 봐야 세계화가 되지 내 나라의 법을 가지고 한다면 이건 경쟁이지. 산업사회의 경쟁의 원리라고. 그때는 지났거든. 그것은 국제화 시대지 세계화 시대란 세계를 같은 차원에서 같은 동포 같은 인간의 차원에서 얘기해야 세계화지, 민족이나 국가 차원에서는 세계화가 안 되는 거지. 아직 그런 단계를 못 넘고 있지.”

세계사에서 그 단계를 넘은 사례가 없지 않느냐는 반문에 선생은 지체하지 않았다.

“세계사에서 그것을 넘은 사례가 없죠. 하지만 지금은 그 단계에 와 있다는 거야. 미국이 혼자 해결 못하는 것은 세계와 더불어 해결해야하고 중국이 해결 못하는 것은 세계와 더불어 해결해야 한다는 거 지금이 그 단계가 지났다는 거지 벌써.

세계화 시대라 하는 것은 지식과 정보와 첨단 과학이 세계의 국경을 허물었는데 실질적으로 이념과 제도는 안 되어 있고 현실은 거기까지 와있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 물러설 수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혼란이다 이 말이지. 그러나 현실보다는 생각이 먼저 가야 돼. 지식인들이 먼저하고. 열강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시 하면 절대 안돼. 옛날에는 열강들이 하면 됐어. 지금은 못해. 유엔의 결의가 없으면 지금은 안돼. 유엔에 결의가 있으면 이라크를 때려도 돼. 그런데 (미국이) 먼저 갔잖아. 그러니 명분이 없어. 그래서 지금 부시가 곤란을 당하는 거 아냐. 조금 늦게 가도 돼지. 대신에 선점할 석유 같은 것들이 없지. 그게 모순이라는 거지. 그게 지혜로운 게 아니란 말이지. 진보적인 머리가 아니란 말이지.”

선생이 계신 곳은 호법면 단천1리. 큰길에서 언덕마다 늘어선 집들의 앞마당을 죄다 통과해 산 중턱 쯤에 이르러 여기가 아닌가 싶을 때 선생께서 직접 설계해 지었다는 단아한 먹기와 처마가 보인다.    

“여기는 서울서 은퇴하고 한 20년 전에 내려와서 몇 해 살다가 17년전 쯤에 이 집을 내가 설계해서 직접 지었지. 문살 하나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하면서. 방향은 정남향이야. 낮에 내려다보면 전망이 좋지.”

“택호가 보진제입니까?”
“그렇지 않아. 벽에 걸린 글씨를 보고 오해를 했나본데 저 글씨는 우리 아버지가 쓴 거야.”
아무도 방해하는 이 없는 선생의 사랑에서 다과상을 놓고 마주 앉아 동양적 가치가 서구에서 주목받는 까닭에 대해, 왜 인간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사상이 필요한 지에 대해, 갑골문과 음양 사상에 대해, 미국이라는 제국은 언제 기울 것인가에 대해 밤늦게 길을 헤매다 온 보상이라도 하듯 오랫동안 아무리 해도 마르지 않을 긴 얘기를 들었다.
“봄,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거야. 미국에도 가을이 왔어요. 지금 여름 애기하면 안돼요. 가을은 싹이 크는 게 아니에요. 싹은 봄에 크는 거예요. 가을이 되면 더 안 커. 꽃이 폈다가 떨어지거나 열매를 맺어. 가을이 되면 더 크는 게 아니야. 씨가 여무는 거지. 잎도 떨어지고  봄에 심었던 씨가 영글어. 영글면 밤 같으면 알맹이가 쏙 빠져버려요.
그게 언제냐. 성숙한 가을이에요. 봄, 여름 없이 가을을 바라는 건 성장하지 않고 성숙을 바라는 것이에요.”

유학자이십니까, 역사학자이십니까?

나는 철학한 사람이야. 철학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서양철학도 있고 동양철학도 있고, 동양철학 중에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문 문학 중심의 철학이 있고, 그 못지않은 인도를 중심으로 한 인도철학이 있고. 서양철학도 고대의 이성적인 철학이 있는가 하면 중세 이후를 중심으로 한 종교, 기독교철학, 신앙에 중심을 둔 종교학이 있고 스콜라적 사유와 히브리 사유를 둘 다 모르면 서양철학을 모르는 거야. 둘 다 알아야 비로소 서양을 다 아는 거야. 그것 뿐 아니라 현세에 와서는 서양의 과학 문화 합리적 문화, 신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능력과 지성에 의존하는 자유적인 인간의 문화. 이것을 모르면 서구문화를 모르는 거야. 그러나 서양 것을 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동양 것을 모르면 안돼. 세계화 시대에 서양 것을 가지고 동양에 지도하면 안 되잖아. 동양 것을 가지고 서양에 가면 안 되잖아. 또 지나간 것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새로운 문화를 애기하려고 하니깐 창조적 지성이 필요한 것이죠.

역사의 정통성, 그리고 통일에 관하여

대한민국 헌법을 보면 유구한 전통을 계승한다고 써있단 말이야. 이것이 조금 변경되었는데 변경된 내용이라는 게 우리는 유고한 전통을 계승한다는 말은 단국 이래의 역사적 전통과 일제시대에 저항했던 대한 독립 만세를 기초로 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서 대한민국이 성립한다. 이북은 이것과 다르겠지. 그러니 대등한 입장에서 어떻게 말하겠냐는 거죠. 이런 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 이북에서는 이북에서의 전통을 주장하고 이남에서는 이남의 전통을 주장할 때 대립이 되는 거지. 과거사 문제를 얘기하는 것도 이런 것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예요. 대한민국에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군사정권이 있었다고 비판하지만 한민족으로 볼 때 독재정권이 문제냐, 공산주의가 문제냐 어떤 것이 더 큰 문제예요? 다 서로의 입장이 있는 거고 그 평가는 이 다음 세대에서 얘기할 수 있는 거라고. 누가 말했다고 해서 그것이 타탕한 것도 아니고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 이남에서는 이북의 정부를 인정하고 이북에서도 이남의 정부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평화적이고 인도적으로 민족적으로 통일을 한다. 이북은 독재를 할 수 있는 공산주의 국가이고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이념이 다르거든. 아직 어떤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은 아직 세계사에서 해결이 안 된 것이거든 그것만 해결이 된다면 통일은 쉽지. 그런 문제를 잘 알면서 우리가 노력을 하고 화해를 하고 그래도 우리가 주체니까 남북이 잘 해결이 되어 예정된 순서대로, 상대방을 인정하자고. 그리고 평화적으로 하자고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그리고 점진적으로 하자고 했으면 그렇게 해야지. 그런 큰 문제가 지금 남아있는 거예요. 인간애, 동포애, 그리고 정의에 입각해서.

생명 중심 사상, 괜찮은 겁니까?

생명이 소중하지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애기하는 거예요. 근데 그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거기까지 가면 본질적인 얘긴데 그것을 얘기 할 사람일 없어. 다 상대적인 얘기지. 공산주의를 해서 사는 게 아니라 잘 살기 위해서 공산주의를 하는 거지. 잘 살기 위해서 민주주의를 하자는 거지.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면 공산주의를 위해서 그렇게 되고 민주주의가 됐지. 근본적으로 보면 공동으로 잘 살기 위해서 공산주의가 필요하고, 모두 자유롭게 살고 억울한 사람이 없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가 필요하고 사람을 죽여가면서 종교가 있고 어떻게 치마폭에다 폭탄을 넣어 터져죽었는데도 이슬람인들은 알라신이 나를 지킨 거라고 한단 말인지. 물론 전쟁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렇게 하면 안 돼지. 철학적은 근본적인 생각은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이 정치가 되고 정책이 되고 구체화 되는 거지.

동양적 사유와 서구적 사유

서구적 사유의 장점이 있죠. 그것이 없었으면 경제의 체계화가 안돼요. 과학이 발달되지 않았을 테니까. 정신적인 형이상학적 요인하고 땅에서 오는 물질하고 둘이 모여 비로소 사람이 되는 거죠. 사람이 모인 것이 사회거든. 과거에는 정신만 강조하니까 종교가 지배했고 근대화 르네상스 이후에는 경제로 선진국 후진국해서 경제주의가 되는 거고. 정신없는 육체만 있어도 안 되고 식물인간처럼 정신은 있으나 육체가 없어도 꿈만 꾸는 사람이지요. 둘이 건전하게 와서 붙는 게 뭐냐 인간 속에 하늘과 땅이 다 들어 있다는 것인데 건전한 인도주의 건전한 인간주의인데 그것이 서양에는 없어. 동방에는 인간중심주의라는 것이 있다. 앞으로 그렇게 갈 수 밖에 없어요. 멀리 갈 거 없어. 홍익인간.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해 나라를 이루었다. 우리의 건국이념 아니야. 흑인이든 백인이든 인간은 소중한 것이야. 장애인이고 불구자든 소중한거다. 약한 자든 강한 자든 소중한 거다. 철학이 있어야지 차차 들어가면 작은 소리 할 것이 아니라 큰소리 할게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지니고 있는 동양적 가치는 뭡니까?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렸어. 성과만 보고 사실 자기 자신의 것은 다 잃어버렸어. 얼굴만 조선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지 들여다보면 한국적 전통과 정신은 아무 것도 없어. 교육을 봐요. 교육 이렇게 해서 되겠어요? 정치 이렇게 해서 되겠어요? 다 서구적인 거 아니겠어요. 정치라는 것은 권력이고 이것은 경쟁이고 승리해야 한다. 이거 아니에요? 동양은 그렇지 않지. 동양은 생명이 소중하지 권력이나 재물이 소중하지 않아요. 생명 존중 주의. 한국은 동방의 평화주의데 서양은 평화주의가 아니에요. 승리예요. 화해나 상생의 원리가 아니에요. 투쟁의 원리예요. 그게 변증법이예요. 구조가 달라요. 잔득해봐. 그러고 나서 알지. 인제 조금씩 동방의 의미를 알게 돼요. 유엔의 정신도 아직 모자라. 동방의 정신은 굉장히 좋아요. 인간의 생명을 존중이 여기고 인권과 자유와 구속하지 않는 평화로운 내가 자유로우려면 남이 자유로워야 하고 내 재산이 증식되려면 남의 재산도 증식되어야 한다는 그런 상생의 원리가 들어가 있어요. 나는 해도 너는 죽어도 좋다 라는 원리로 경쟁해도 되느냐 이거예요. 이것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거든. 동양은 그게 아니야. 아버지를 존경하므로 남의 할아버지도 존경하고 내 자식을 지극히 사랑하므로 남의 자식도 사랑하고. 제 자식만 사람이고 나머지는 다 헛거야. 전통을 살리되 현대화하고 세계화할 수 있는 전통으로 재창조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 말이에요.

태극이란 무엇입니까?

한민족의 이상인 동시에 인류의 이상이야. 다른 나라의 국기를 보라고. 다 물건이야. 일본은 해요, 미국은 별이고, 소비에트는 망치하고 낫. 소리가 있고 냄새가 있고 만질 수 있고 유형한 것들이지만 이것은 진리를 가리키는 거야. 진리는 물건이 아니니까 냄새도 없고 소리도 없어. 물건이 있을 때 생산과 득실과 전망이 있는 거지. 진리가 무슨 전망이 있어. 살았다는 게 원칙이야 죽을 것인데. 죽었다는 게 원칙이야 다시 나올 텐데. 이해득실과 생사 변화가 원리를 통해서 다 돌아온다는 대변화의 원리를 알아. 거기에 중요한 것을 딱딱 잡아서 나가라는 건데 그런 철학이 어딨어? 이것은 진리를 그린 것이고 다른 데는 물건을 그린 것인데.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죠. 그럼 현실과 관계가 없는 거야? 아니지. 이건 하늘이고 이건 땅이란 말이지. 하늘 땅 속에서 사람이 낳지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어서 아버지는 양이고 어머니는 음인데 거기서 인간이 낳지 영혼이 있고 육체가 있어 사람이 됐지. 전부가 다 음양의 원리인 것이지. 추워졌어, 더워질 건데. 여기가 동지라고 하면 여기는 하지인데. 그런 것을 이론적으로 원리적으로 설명한 건데 해가 지면 달이 나오는 것이고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는 것이고, 멸하는 것이 있으면 생기는 이치 때문에. 영생은 없어. 영생을 말하려면 영주를 다시 말할 수 있어야 해. 그러니깐 동방이 대단히 지혜로운 거야. 육체요 정신인데 이걸 강조하면 자유민주주의고 이것을 강조하면 유물론인데 이것이 하나잖아. 그래서 이것이 다 통한다고. 이게 동양이면 이게 서양이고.

한국사람 희망은 없습니까?

씨알이 없지는 않거든. 한국 사람이 인정이 많아요. 남을 해롭게 하는 것보다 의리지심은 있어. 한국남자 특징이 의리가 있어. 권력 가진 자 편에 붙어 얻어먹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좋아하지 않아요. 의리가 있어야 납득하고 존경을 받아. 한국의 여자는 정조가 있어야 해. 정조가 없는 여자는 사람으로 안쳐. 암만 지혜가 있고 얼굴이 예뻐도 안쳐. 그것이 반만년 민족을 이끌어 온 힘이에요. 사건이라면 반드시 항의하는 자가 나오는데 잘못 이용하면 고집이 되지만 학문을 알면서 하면 바르게 돼. 한국 사람들 동정심과 인정이 많아. 어려운 사정으로 맘까지 아파하는 것이 있어. 그런 인정과 의리가 있어. 그런 기질이 있거든. 거기다 불을 붙이면 확 붙어. 서양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있으면 가까이 하고 없으면 멀리하고 하지만 우리는 의리가 있으면 존경하고 의리가 없으면 얻어먹으면서도 존경은 안 해. 일러주면 금방 알아들어 매번 참여하고 박수치고 좋아하고 착한사람 정직한 사람 보면 아주 감격해 하고 좋아하지. 나쁜 놈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미워하지. 자기와 이해관계가 없어도 미워하지.

새해에 들려주는 삼강행실도 이야기

세종대왕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임금이에요. 세종대왕은 군주국가에 있어서도 패도를 하는 성자야. 성자가 왕이 되어 성왕 정치를 하는 거야. 그 철학이 깊고 넓어 마치 바다같이 좋아요. 근데 세종대왕시절에 경상도 진주 지방 섬에서 자식이 애비를 죽였어. 그런 일이 옛날에는 없었거든. 사건이 났는데 하도 망측하니깐 비밀로 했단 말이야. 쉬쉬하고 말을 못 내게 했는데 그게 전파가 되어가지고 서울까지 와서 세종대왕 귀에 들어갔어. 세종대왕이 사과했어요. 내가 정치를 잘못해서 교화를 잘못하고 자식이 아비를 죽이는 패륜이 났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겠냐고. 그래서 국민의 교양 교육을 해야겠다고 해서 한글이 나왔거든. 그림을 그려서 효도에 관한 거 충신에 관한 거, 정조를 가진 열녀에 관한 거 중요한 사건을 그림을 그려서 한글을 거기다 썼어요. 누구나 보고 읽게. 이것이 시청각 교육이야. 그것을 만들어가지고 전국에 돌렸어. 그것이 삼강 행실도예요. 이것으로 교육을 했어요.
얼마 전에 자식들이 친구들 식구들이랑 놀러 왔는데 저기 대청마루 열어놓고 고기를 구워먹고 놀았어. 다들 먹었냐고 물어보니깐 다 먹었다고 해서 내가 너희들한테 한마디씩 하겠다고 해서 이것을 복사해서 3장 찍어서 먼저 애들을 불러서 애들에게 얘기를 먼저 했더니 애들이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얼마나 감격을 했는지 여기에서 싸인해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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