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눈을 기다리며
상태바
새해 눈을 기다리며
  • 이천저널
  • 승인 2007.01.04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현달/ 장호원읍 풍계2리

며칠 전에 눈이 많이 왔다. 일기예보에서 오늘 눈이 온다고 했는데 흐리기만 하다.
“봄은 어리고 여름은 오만하다. 그러나 가을은 삶의 한계를 알고 만족할 줄 안다. 그래서 가을을 좋아 한다.” 임어당 시의 한 귀절이다. 그런데 왜 겨울은 말하지 아니하였는가! “winter is more than season" 이 바로 그에 대한 이유라고 생각해 본다. 겨울은 다른 세 계절과 비교할 때 거룩한 그 무엇을 갖고 있어서 계절 이상인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눈 때문일 것이다. 눈 없는 겨울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눈은 우선 희여서 순결해 보인다. 눈을 말할 때 흰눈 또는 백설(白雪)이라고 부른다. 희지 않은 눈은 없지만 구태여 희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흰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눈은 차가운 물질이지만 포근하게 느껴진다.

눈은 펑펑 쏟아진다고 말은 하지만 소리 없이 침묵으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주고 있다. 첫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오랜 만에 찾아오는 것처럼 반갑다. 그리고 들에나 산에나 가리지 않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허물을 다 덮어주고 용서해주는 느낌이 든다.

가을이 낭만적인 계절이라면 겨울은 사색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시인이 “눈 오는 밤에 기도하게 하소서”라고 한 것이 머리에 떠오른다, 엊그제 지난 성탄에 모두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고대했지만 눈 없이 삭막한 기분으로 맞았다.

가을은 가야금에 비유한다면 겨울은 거문고다. 가을은 포도주라고 한다면 겨울은 브랜디다. 가을 노래는 테너가 맞지만 겨울 노래는 바리톤이 불러야 한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계절로서가 아니라 그 계절에 오는 눈 때문에 계절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다. 눈은 우리에게 무언으로 말하고 있다. 조용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온유함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농촌이다. 이른 봄부터 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이 깊도록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한겨울에는 집에서 쉬고 있다. 창 밖으로 펄펄 날리며 눈 오는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계절이다. 여기서 누리는 겨울 그리고 눈이 우리에게 교훈하는 바를 받아드리는 지혜가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일 눈이 온단다. 중부 지방에도 눈이 온단다. 눈이 와야 풍년이 된단다.

이천저널
이천저널
webmaster@icjn.co.kr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