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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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읽는 동화
  • 이천저널
  • 승인 2007.01.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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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단다”

올 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모두들 다가 올 새해에는 무언가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는다. 꼭 새해가 다가올 쯤이 돼서야 꿈을 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날에는 어느 어린 소녀의 ‘작은 배’, 아니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작은 배’는 내가 읽은 야노쉬의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 동안 손에서 놓기 어려웠던….  

파리는 크고, 바다는 넓고, 잔느 고모의 코는 길다. 잔느 고모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소녀는 아주 작은 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소녀는 내 작은 배가 잔느 고모의 코의 절반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고모의 발도 아니고 긴 코라니 하여간 참 재미있는 설정이다.
어린 소녀는 고모와 함께 센 강으로 가서 다리 밑을 지나다니는 수많은 큰 배들을 부러운 듯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공원에 있는 호수로 간다. 

파리의 많은 사람들은 작은 배를 갖고 있고 이 호수에서 배를 띄운다. 그들의 배는 멋지게 떠내려가지만 어린 소녀의 배는 아주 작아서 그렇지가 못하다. 고모는 오로지 벤치에 앉아 소녀가 어른이 되어야 맞을 것 같은 긴 털양말만 뜨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린 소녀는 작은 배를 하수구 도랑에 던져 버린다. 고모는 신게 될지 어떨지 모르는 털양말만 뜨다니 미래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어른의 모습을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도랑에 던져진 작은 배는 어떻게 되었을까. 센 강으로 흘러가 그 다리 밑에서 살고 있는 클로샤르 손에 쥐어진다. 클로샤르는 구걸을 하지 않는 걸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작가는 이 클로샤르를 낭만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갖고 있고(센 강이 기니까), 물건들을 주워 와 팔아서 빵 보다는 포도주를 산다. 술을 마시면 세상에 마술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고. 

독일 전래동화 “바보 한스”에서도 가진 것을 모두 버린 한스가 이제 행복해져서 집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은 배를 붙잡은 그 클로샤르 둘이서 마술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들의 몸이 점점 작아지고, 아주 작아져서 그 사이에 배는 아주 커져 버리게 된 것이다. 큰 배만을 부러워한 어린 소녀의 꿈과는 정 반대로, 그야말로 발상이 바뀐 것이다.

작은 배는 이제 센 강에 정박해 놓은 배중에서 가장 크고 멋진 배가 되어 버렸다. 클로샤르들은 이 멋진 배에 파리 사람들을 모두 초청한다. 잔느 고모는 야채 장수 프리델씨와 신나게 춤을 추지만 어린 소녀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바로 이런 배가 내 배였다면”하고 시무룩해져서 말할 뿐이다.  

축제 중에 클로샤르들은 배의 이름을 파자마호로 짓는다. 파자마라니 작가의 유머가 느껴진다. 가장 멋진 축제가 끝나자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클로샤르들은 배를 타고 파나마를 향해 출발한다.

배가 멀리 떠나 아주 작게 보이자 다리 위에 서서 지켜보던 어린 소녀는 슬프게 운다.
그 배가 바로 전에 자기가 만든 작은 배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눈에서 멀어질수록 당연히 점점 작게 보이게 된다. 작가의 이런 능청스러움이 책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작은 배의 가치를 뒤늦게 깨달은 어린 소녀에게 늘 무심하기만 했던 고모가 말한다.
“봤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단다.”
마지막 이 말은 꿈을 놓아버린 혹은 게을러진 어른들을 향해서 날아오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재미있게 들려주면 될 것이다. 보탠다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친구가 되어 서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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