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뭘 못해?“
“그래 말 한 번 잘 했어. 말로 아무리 잘 떠들어도 글을 잘 못 쓴다면 헛일이 바로 논술이 아니겠냐는 말이야. 네가 하는 말을 모두 문자로 옮겨놓은들 그게 곧 제대로 된 글이 될 수는 없지.”
“그러게나.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 거지?”
“네가 강아지치고는 제법 사회 경험이 많은 편이라는 건 나도 인정해. 견문이 넓다는 말을 듣고 싶겠지?”
“한편으로는 상식도 많아. 그러니까 화제가 풍부하지.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그래서 하는 말이야. 네가 알거나 관심을 기울여온 많은 내용들을 ‘주제’로 집중시키는 힘이 필요해. 신변잡기가 아니라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글을 써야하니까.”
“아 다시 머리 아프다. 대입 논술 시험에는 문제점이 많아.”
“지금 말한 걸 서론이라고 하면, 본론은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뭐, 대입 논술 시험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해야지. 결론은 우수한 입시 제도로 거듭나야 하고, 그러려면 개선책이 필요하다. 됐어?”
“그쯤하면 결론이 나올 길은 열렸어. 그런데 확정한 건 아니지? 지금 임시로 정한 결론이니까 ‘잠정적 결론’이라고 해두자. 네가 써야 할 글의 구상은 대부분 그 잠정적 결론에서 시작해. 결론을 예상할 수 없다면 글의 시작하기도 없을 테니까.”
“알았어. 나도 수정할 생각은 했어.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서는 입시생과 교육부가 서로 다를 테니까 말이야. 똑같은 문제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는 시각에서 살펴보란 말이잖아?”
“출제기관인 대학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 어쨌든 재검토해서 새롭게 구성해 봐. 문제 해결 과정은 대체로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을 텐데, 뭐지?”
“1)해결이 가능한 대안을 요구하는 문제, 2)가치 평가를 요구하는 문제.”
“그렇게 보면 각각 해결 과정도 달라지지, 뭐야?”
“1)가능한 해결 방안을 찾으려면 자료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 구체적이고 잘 알려진 자료를 통해서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야겠지. 2)글쓴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겠네.”
“그런데 1)은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 검토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논의를 하지 않은 것과 같으니까. 또 그 해결 방안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입증해야겠지. 2)는 서로 다른 의견이 맞설 테니까 어느 일방이 옳다고 편들기는 곤란하지만 자신의 관점이 명확해야지. 이때도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면 좋아.”
“또 주의할 점이 있지?”
“이런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어. ‘어린왕자’의 한 대목을 예문으로 들고, <현대사회에서 인간 소외가 발생하는 사회적 조건과 인간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의 의의와 한계, 그 대안에 대해 논하라>는 거야.
“‘의의’, ‘한계’, ‘대안’에 대한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로군. 그럴 때는 출제자가 원한 순서대로 의의를 먼저 분명히 하고 한계와 대안을 따라가야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해지겠군.”
“그래, 중요한 건 그 가운데 어느 하나에만 생각하는데 신경 쓰다가 다른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엉뚱한 대답이 나오기 쉽다는 거야. ‘논점에 이르지 못 한다’는 말을 듣게 되는 거지.”
“‘현대사회의 인간 소외’라는 말에 지나치게 주목하고, 제시문을 읽느라 바쁘면 그럴 수도 있겠네.”
“의의, 한계, 대안을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해. 자기 주장이나 논거, 글의 구성이 부족하면 각각의 항목에서 점수를 잃겠지. 그런데 논제 파악을 잘못해서 감점을 당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그러니까 시간에 쫓기더라도 논제를 꼼꼼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
“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 추론, 실증, 반증, 예증을 적절하게 선택해서 자기 주장을 전개하란 말이지. 연습해봐.”
1. 서양인들은 동양인들에 비해 여유 있게 생활한다. (예증)
2. 마릴린 몬로는 영화뿐만 아니라 인접 영역의 예술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실증)
3. 한국인의 살빼기 열풍은 서구 중심의 미학과 관련이 있다. (추론)
4. 논술이의 일일 학습량은 많지 않다. (반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