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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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6.12.14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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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소문난 ‘원조떡집’

   
“떡의 역사와 체험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떡 전문 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옛날에 종종 벌레 먹은 쌀이 있으면 떡이나 해먹자고 하죠. 이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떡도 음식인 만큼 좋은 재료를 써야 맛 좋은 떡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시외버스 터미널 맞은편, 중리동 옛 종합상가 시장 골목에 위치한 ‘원조떡집’ 남궁도영 대표의 떡에 대한 철학이다.

이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중리동 ‘원조떡집’.

1995년 5월, 중리동에 떡집을 개업하며 이천과 인연을 맺은 남궁 대표는 2년 전,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금의 위치로 이전하며 내부 구조를 확 바꿨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기존에 보던 여느 떡집과는 달리 유명 제과점에 온 듯한 분위기 그대로다. 진열장에 늘어선 색색깔의 떡과, 안쪽으로는 떡 만드는 과정이 훤히 보이는 작업장, 한 켠에 놓인 시식용 떡까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변화하려는 남궁 대표의 의도가 엿보인다.  

“빵보다 다양한 종류의 떡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연구, 개발하며 시대에 맞춰 움직이는 게 제 방식입니다. 우리의 전통 음식인 떡을 살리려면 옛날 방식을 고집하고 사람들이 찾아주길 바라기보다 변화된 모습으로 지금의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으로 8년 전부터 영양떡과 한방떡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남궁 대표는 자신이 만든 영양떡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다.

“백년초라는 선인장 열매를 갈아 호박과 고구마를 섞어 만든 백년초설기는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고, 피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젊은 층을 겨냥해 단호박 가루에 호박 말린 것과 건포도, 완두콩 등을 섞어 만든 호박설기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많은 하이닉스 공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때마다 즐겨 주문하는 메뉴가 됐죠. 이 밖에도 영양 찰떡으로 백년초, 여성에게 특히 좋은 쑥, 당뇨에 좋은 흑미 현미에 밤, 대추, 호두, 잣, 땅콩 등 천연재료인 국산 견과류를 넣어 만든 찰떡은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습니다.” 
요즘, 녹차 찰떡의 쌉쌀한 맛을 없애기 위해 연구 중이라는 남궁 대표는 한방떡은 재료가 비싸 주문판매만 하고 있다며 떡으로 병도 고친다는 말을 덧붙인다. 설탕을 넣지 않고 약간의 소금 간으로 만든 현미떡을 장복하면 당뇨병을 고치고, 고물을 묻히지 않은 인절미를 공복에 복용하면 위장병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1년 남짓 원조떡집에서 인절미를 대 먹었던 손님이 위장병을 고쳤다며, 감사 인사를 왔었다고.

“우리의 전통음식인 떡이 언론이나 대중의 관심으로 지금의 빵처럼 생활화 됐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약식 같은 것으로 아이들의 입맛을 길들인다면 인스턴트 음식은 찾지도 않겠죠.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떡을 먹고 자라선지, 지금도 빵 보다는 떡을 더 좋아합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먹거리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식성이 결정된다고 봐요.”

남궁 대표의 두 아들은 학교에서 반장 턱을 내라고 하면 으레 아빠에게 부탁해 초코떡케이크를 만들어달라고 한단다. 남궁 대표가 소신을 갖고 떡을 연구하며 특히 중점을 두고 개발하는 분야가 바로 떡케이크인데, 이미 두 아들의 학교에서는 인기 만점이라고.

“생크림도 발라보고 빵 케이크처럼 과일도 얹어 보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죠. 빵과 달리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말라서 굳어 버리는 떡의 특성 때문에 주문한 시간에 맞춰 만들며, 떡과 어울리는 천연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더니 이젠 제법 인기 품목이 됐어요. 특히, 지난 추석 때는 떡 선물 셋트를 찾는 분들이 많았고, 초코렛보다 예쁘다며 입시철이나 친구의 생일이라고 청소년들이 떡을 주문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이런 문화가 점점 퍼져나가길 바라며 우리 떡집만의 고유의 맛을 개발하려고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

수라상에 오르던 두텁떡, 강원도의 취떡, 북한에 개성경단, 서울경기의 부꾸미, 화전, 호남지방의 쑥, 보리 개떡 등 다양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처럼 그 종류 또한 천여 종에 달한다는 떡. 그 중 500여 가지 이상을 만들 수 있다는 남궁 대표의 ‘떡 사랑’은 유별나다.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나 3살 때 여주로 이사해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궁도영 씨는 안양에서 처음 떡 기술을 배울 때,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개 다른 사람들은 1년 정도 걸려 배우는 기술을 3개월 만에 습득하는 열정을 보였다고.

이렇듯 떡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남궁 대표는 그 ‘떡’ 때문에 부인과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는 두 아들에게 미안할 뿐이란다. 요즘은 떡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없어 부인과 함께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하는 일도 괴롭지만 한때 능력 있는 공무원이었던 아내의 적성을 살려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이런 남궁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인 부인 염영순 씨는 “이천이 객지라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의 원조떡집이 있게 한 남편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에 자부심을 느끼고, 노력한 만큼 인정받는 남편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우리의 떡은 일본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술면에서는 상당히 뒤쳐져있어요. 아직도 성형 기계 등 많은 부분에서 일본을 모방하고 있으니 속상하죠. 떡 기술자도 제과 제빵사처럼 정부에서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릴 거라 생각해요”라고 아쉬움을 전하는 남궁 대표. 그의 꿈을 들어본다.  

“제 꿈은 떡 전문센터를 만들어 이천의 또 다른 명소로 자리잡게 만드는 겁니다. 박물관처럼 떡의 역사와 유래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체험의 장소도 마련해주며 다양한 떡을 맛볼 수 있는 떡 전문센터로, 관광객 유치도 하고 전통도 이어가는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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