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으로부터 시민 사회가 먼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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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으로부터 시민 사회가 먼저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 이석미 기자
  • 승인 2006.12.14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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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도 대한민국 인권상 민간 부문 단체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정신병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창살, 감금, 구타, 두려움. 뉴스나 언론매체를 통해서 우리가 흔히 보고 들었던 정신병원의 모습이 아닐까.

그동안 정신장애인은 일반장애인들에 비해 사회복지의 관심이 아닌 의료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져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존재라는 편견과 선입견에 의해 차별받아 왔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사회로 다시 통합되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격리, 수용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그 치료를 스스로 결정하거나 선택 하는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도 도외시 되어 왔었다.

그러나 성안드레아병원의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그런 상투적인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물론, 국내 신경정신병원 중 최초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한 병원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겠거니’ 하고 찾아간 길이긴하지만 상식을 깨는 환경과 분위기에 할 말을 잃었다.

   
밝고 따뜻한 분위기의 넓은 1층 로비 한 쪽에서 환자복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한 손엔 책을 들고 부러울만큼 밝고 편안한 표정으로 환하게 담소하며 곁을 지나친다.

“정신병원에서 감시 카메라 등으로 환자들의 개인생활을 직원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1990년에 개원한 우리 병원은 처음부터 철조망도, 감시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인권상이 생기기 전부터 환자의 인권에 대해 앞서 생각해 왔기 때문에 이번 상이 그렇게 특별한 의미를 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마장면 표교리에 있는 성안드레아병원 원장 양운기 수사의 첫 마디다.

성안드레아병원은 감시카메라 대신 화장실과 샤워장 입구에 센서를 부착해 환자들의 상황을 살피고, 늘 지켜봐야 하는 중증환자의 경우 간호사실 옆에 방을 두어 수시로 소통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감시 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 시설에 더욱 중점을 두어 샤워실에도 끈이 달린 일반 샤워기 대신 천정 안으로 끈을 넣은 맞춤 샤워 시설을 구비했다.

   
“중증환자는 결국 정성을 들이는 겁니다. 설득을 한다든가 하는, 최대한 인권이나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으로, 환자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니 우선 돌발 행동이 없어졌습니다. 자신들을 믿고 있다, 구분짓지 않는다는 마음이 전달된 것이라고 봅니다. 벽을 허물고 나니 가장 먼저 우리가 해방됐고, 우리가 치료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환자라는 거죠. 이렇게 편견은 치료자한테 있다는 것을 전반적인 한국사회 정신과에 알려져야 합니다.”

성안드레아병원의 건물 구조는 소통의 원리를 바탕으로 건물 어느 쪽에서든 밖이 훤히 보이도록 철문 대신 통유리를 설치하고 시야를 가로막는 모든 것을 걷어냈다. 환자의 조망권을 확보키 위한 병원측의 배려다.

통유리로 된 개방병동, 통신의 자유를 위해 각 방에 전화를 놓아주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등 양운기 원장의 제안은 직원들 모두 ‘원장이 미쳤다’고 할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이번 인권상을 수상하며 더욱 유명해진 성안드레아병원은 요즘, 견학 차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우리나라보다 정신 보건 분야가 발달한 스코틀랜드 보건복지부 정신보건정책 담당관은 실제로 병원을 둘러본 후 “정말 기발한 생각이다. 우리는 겁이 나서 유리문은커녕 아직 감시 카메라도 떼지 못한 실정”이라며 감탄을 연발했다고 한다.

   
성안드레아병원 오른쪽에 있는 성당. 입구에 설치된 회전문은 약간 특이한 형태로 문의 중심이 아닌 3/2 지점이 축이 되어 완전히 돌아가지 않는 회전문이었다.

양운기 원장은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정신병원에서 ‘탈시설화’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사회에서 나와 정신 보건 센터, 사회 복귀 시설에서 약물 증상 관리, 사회 기술 훈련, 여가 활동, 부서 활동, 직업 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아직 사회의 편견의 벽에 막혀 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병원에서의 생활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끼며 집에서만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런 소외감과 인간관계, 사회복귀에 대한 고민들로 재발이 되어 다시 입원을 하게 되는 회전문 현상(입·퇴원을 반복하는 현상)을 반복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180도만 회전하면 소통이 되는데 360도 회전하면 도로 막히는 회전문 현상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건물 구조에 넣어 퇴원만 하라는 뜻을 담았다”고 말한다.

성당 안에 놓인 익명의 기록장이 눈길을 끌었다. 환자들이 의사에게조차 상담하지 못한 내용을 신에게 호소하는 기분으로 기록한다는 것. 담당 의사들은 틈 나는대로 이 기록장을 읽어보고 환자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성안드레아병원에는 폐쇄 병동이란 명칭이 없다. 일반 병원으로 치면 중환자실에 해당하는 ‘안정 병동’이 있을 뿐, 폐쇄라는 말 자체가 치료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 이유다.

“병원 개원 이후, 인권상을 받기까지 노력한 직원들의 남다른 고충을 견뎌온 그들의 공로이고 노력의 결과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이 상으로 그 노력에 대한 위로를 받길 원합니다. 병원을 방문한 다른 병원들이 우리 병원을 샘플링하고 닮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며 정신과 인권 문제에 전문성을 확대하고 꾸준히 신장시켜야하는 것, 인간의 천부적 권리인 인권을 오히려 막고 있는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런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원들은 대개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도시의 대로변이나 초등학교 근처에 정신병원이 들어서 있는 것과 비교해보며 편협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양운기 원장은 “정신과 치료만 받아도 정신병자라고 규정짓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없애기 위해 벽을 허물었습니다. 낙인과 편견에서 사실은 시민사회가 먼저 자유로워져야 하고, 정신장애인도 우리와 함께 섞여 살아야 할 사람들이라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런 의식이 시민사회에 많이 퍼지는 것이 그 사회를 지탱시키는 철학이라고 봅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인권상은 ‘세계인권선언의 날(12.8)’을 기념하며 사회 각계에서 인권지킴이로 활동해 온 개인, 단체, 공무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여하는 것으로, 성안드레아병원은 정신보건시설분야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은 1953년 설립된 천주교 한국복자수도회가 가톨릭 의료기관의 이념을 바탕으로 이천시 마장면 표교리에서 1990년 개원한 신경정신과 전문병원이다.

쫖 2006년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
▶국민훈장 석류장
임기란/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근정포장
곽병은/ 원주교도소 보건의료과장

<민간부문 개인>
▶이주노동자 인권
백만종/ 근로복지공단 보험관리본부 본부장
▶노동인권
조우래/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

<민간부문 단체>
▶한센인 인권/ 한센병보상청구소송 일본변호단
▶비정규직 여성 인권/ 한국여성노동자회 협의회
▶장애인 인권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정신장애인 인권/ 성안드레아 신경정신병원
▶지역인권 신장/ 전북 평화와인권 연대
▶인권존중 문화
서울신문사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 팀
한국교육방송공사 ‘똘레랑스’ 제작 팀
▶기타인권/ 민주사법 국민연대

<공무원 부문>
▶교정분야
고석규/ 법무부 광주교도소 교사
▶경찰분야
이승규/ 경찰청 경위
▶군대분야
김의식/국방부 중령
▶인권교육분야
김석언/교육인적자원부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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