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 겨울 속에 담긴 12월의 교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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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겨울 속에 담긴 12월의 교실 풍경
  • 이천저널
  • 승인 2006.12.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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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 시험 도와주실 분-- <대학 축전 서곡 op. 80>에 있는 노래 좀 제 멜로 보내주세요. <G선 상의 아리아> 내용 좀 요약해서 보내주세요. <피아노 소나타 K.330 제1악장> 내용과 거기에 들어있는 노래도 좀 보내주세요(없으면 됐고요.)”

“○○중학교에 다니는 1학년 학생인데요 요번 음악 시험을 감상으로 봐서 --; 정리 좀 부탁해요! <마왕><숭어> 슈베르트에 대하여, 악곡 내용, 낭만파 음악에 대하여, 피아노 5중주란?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브리튼에 대하여, 악곡 소개, 변구곡과 푸가란?, 악기군 분류"
인터넷 검색 엔진에 들어가 음악 감상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면 네티즌들의 이런 요청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수업을 들은 지는 꽤 오래 됐지만, 학교에서는 여전히 이런 음악 시험들이 치러지고 있는 모양이다. 음악은 왜 그냥 듣고 즐기면 안 될까? 이렇게 접한 몇 곡의 음악이 과연 학생들에게 얼마나 꽤 괜찮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그래서 음악은 그들에게 무엇일까? 

   
왜 교육은 ‘교육적이어야’ 하나?

아무리 인색하게 말해도 음악이 예술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우선 거의 실용적 가치가 없다. 더러 상업적인 로고송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밥이 안 된다. 그렇다고 음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시인 김종삼은 “모짜르트를 들을 수 없는 것” 그것이 죽음이라고 정의했다. 그에게 삶이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뭐 그 정도는 아닐지라도 누구나 음악이라는 특별한 형식의 소리에 의해 한두 번은 위안을 받은 적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루의 <까만 안경>이건,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건 간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음악이 학교 교육의 영역으로 들어왔을 때이다. 음악 교육의 목표란, 음악에 대한 이해와 활동을 통해 음악성과 창의성을 기르고 실제 생활 속에서 이러한 것들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랄 때 없는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대개의 관습적인 예술 교육은 망가진다. 하물며 그것을 교양으로서 배워야 할 학생들의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아주 현실적으로 말해서, 이들이 미래의 음악 시장을 지탱시킬 예술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어린 싹들의 다양한 요구를 담은 작은 목소리에 우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늘 엄숙하고 또 무엇보다 ‘교육적이어야’하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음악 시간에 조 옮김 따위의 음악 이론을 공부하거나 클래식 판 한 장을 올려놓고 서로 각기 다른 수다에 빠져 있던 시절을 떠올리면 학교 교육에서 음악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왜 학년마다 되풀이되는지... 

 

   
음악 시간을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기   

이런 음악 교육의 고정 관념을 깨보자고 다부지게 팔을 걷어붙인 한 젊은 선생님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양정여중의 유선미 선생님이다.

“음악 교육의 영역을 구분하면 가창, 감상, 기악, 창작의 영역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음악 교육의 마지막 목표인 살아가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게 되는 부분이 노래 부르기와 감상하기입니다. 또 이 중에서도, 한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취미로 꼽을 만큼 만만했던 것이  음악 감상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좋아하는 장르의 가요나 팝을 들으며, 가사를 음미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교양으로서 고전 음악을 감상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전 음악을 특별한 개인들이나 즐기는 특정 문화라고 치부해버리는 풍조도 생기는 것 같아요. 여기에 판에 박힌 학교의 음악 교육도 일조를 한 셈이지요.”

자, 여기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음악 시간을 자는 시간, 노는 시간, 지루한 시간으로 생각하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곧 몇 가지 대안들이 만들어졌다. 그 하나가 음악을 이해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무엇보다 실제 악곡을 감상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곡을 들려줄 것인가? 우선 성악곡이나 독주곡보다는 관현악곡이 다양하고 종합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음악 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그 시대에 대한 음악적 지식이 필요한데 1학년의 경우 교과서에서 바로크 시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바로크 시대에서 악곡 중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골랐다.

비발디의 『사계』와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

『사계』는 비발디의 출세작이자 해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곡으로 광고 음악에 텔레비전 드라마의 배경 음악으로도 자주 쓰여 익숙하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아, 그 지겹도록 듣던 이 무지치여!

그뿐인가? 『사계』는 노랫말은 들리지 않지만 줄거리가 있어 처음 고전 음악을 접하는 학생들일지라도 음악의 흐름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른바 표제 음악이다. 수업은 먼저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프롤로그에 이어 반주로 사용해 큰 인기를 끌었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학교 음악 시간에 웬 대중가요?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호라, 동기 유발에는 일단 성공! 그 다음은 악보와 함께 곡의 부분 부분을 떼어들으며 그 느낌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려보기. 이거 음악 시간이야, 미술 시간이야? 어쨌든 재밌는 걸.

자, 여기서 설명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이 곡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바이올린 독주 악기와 현악기군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류트, 그리고 쳄발로라는 악기로 편성되었습니다. 쳄발로란 피아노가 나오기 이전의 악기로 바로크 시대에서만 들을 수 있지요. 어쩌고 저쩌고.”
“또한 『사계』는 르네상스 시기에 크게 유행한 소네트라는 형식의 시를 비발디가 음악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구체적인 묘사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자, 그럼 우리 함께 「겨울」에 모티브가 된 소네트를 읽으며 비발디가 시의 느낌을 어떻게 음악으로 묘사했는지 느껴볼까요”

차가운 눈을 맞으며 / 덜덜 떨고 있다. / 사나운 바람이 부는 곳에서 / 발을 동동 구르며 / 추위를 견디고 있다. / 너무 추워 이까지 덜덜 떨린다.

따스한 난롯가에 모여 / 사람들은 포근하게 쉬고, / 만물은 비에 흠뻑 젖는다.

그리고 난 뒤에 들려준 「겨울」. 감상이 끝난 후 자유롭게 감상 소감을 발표시키니 교실 안이 떠들썩하더라. 마지막으로 「겨울」 2악장 선율을 다함께 리코더로 연주하기. 그때 그 진지한 표정들이란... 자, 이제 비발디 음악을 들으면 양정 학교 교실 창밖으로 바라본 쓸쓸한 12월의 겨울 풍경이 떠오르겠지,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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