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비리, 그리고 의병장 박장호
상태바
스키, 비리, 그리고 의병장 박장호
  • 이천저널
  • 승인 2006.12.07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따듯한 신문을 만들고 싶었다. 집집마다 겨울에 먹을 김장 김치도 넉넉히 담가 놓았을 터이니, 아직 손 안타고 매달려 있는 빨간 산수유 열매를 바라보듯 조금 넉넉해진 마음으로 오늘의 읽을거리를 뒤적거리게 만들고 싶었다. 마침 하얗게 첫눈도 내리고, 분수대 오거리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불 밝힐 준비를 하니, 예쁜 포장지로 싼 털장갑이나 목도리 같은 선물을 주고받는 연인들의 환한 표정도 담아드리고 싶었다. 

그래 까짓것 조금 호사를 해서, 가까운 스키장에도 한번 가서 엉성한 자세로 엉덩방아도 좀 찧어보고, 아니면 눈썰매장에서 지칠 줄 모르고 썰매를 타는 아이들을 추위에 떨며 지켜보면서 잠깐잠깐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그런 시간도 가져보자고 권하고 싶었다. 오시는 길에 가까운 온천에라도 들러 화장기 없이 붉으래진 아내의 얼굴도 넌지시 들여다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풀빵 굽는 냄새나는 ‘착한 얘기’만 늘어놓기에는 이번 주도 좀 착잡했다. 예상했던 바이지만, 시의회 의원들의 꼼꼼한 행정 사무 조사가 끝나면서 비리와 부정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연말에, 그것도 새 시장이 부임한 뒤 첫 인사 발령이 끝나자마자 그랬으니 누군들 마음이 편했으랴.

그런 와중에 보건소 계장이라는 분이 전화를 해서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 그런 터무니없는 기사가 나왔다며, 기사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둥 사장을 바꾸라는 둥 한바탕 야단을 쳤다. 물론 관련 기사에는 어떤 인물도 구체적으로 거론한 바 없다. 다만 시의원들이 각 지역의 보건 진료소 신축 과정을 조사한 결과 공사비 착복 등의 비리 혐의가 나타났다는 내용만은 분명히 있었다.

의원들의 조사 대상이 된 보건 진료소는 모두 4곳이었다. 그분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몇 건의 신축에 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임을 말하기에는 시간이 좀 빨랐다. 왜냐하면 그 조사 결과를 집계한 시의회의 보고서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신문도 책임질 일은 책임질 것이고, 그 규칙은 관련 공무원들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9월의 행정 감사 결과 명백한 위법 사실이 드러나 징계를 받아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시정 조치 수준에서 끝난 사례들을 알고 있다. 그런 솜 방망이식 처분에 대해서 시의회 의장에게 이의를 제기한 바도 있다. 우리는 이번 조사가 또 다시 적당히 타협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법과 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되기를 바라며 시민과 함께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어제는 독립 유공자 가족들의 근황을 취재하러 갔던 기자가 넋이 나간 얼굴로 들어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분들의 삶이 너무 고단해보였고, 그런 우리 사회가 너무 비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그분들은 이름난 의병장이자 대한독립단 총수를 지낸 박장호의 손자 부부였다. 그때 박장호를 저격하거나, 광복군이 일제 밑에서는 관직을 갖지 말자는 수차례 호소문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별일 없었다는 듯이 고위 관직을 지내며 반민족적 행위를 한 조선인들의 자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그 기자는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그런 겨울 속에 있다.

이천저널
이천저널
webmaster@icjn.co.kr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