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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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축구다
  • 이천저널
  • 승인 2006.12.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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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고, 쓰지 못하는가?

왜 우리나라는 국제간의 협상에서 종종 명분과 실리를 잃는가?
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가?
왜 어떤 기업의 광고는 성공하고, 어떤 광고는 실패하는가?

학생들은 글쓰기의 초보자가 아니다

아무리 논술에 대한 이해가 불투명하다고 해도 논술 공부의 첫걸음을 놓기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은 없다. 모름지기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때로는 신동 소리를 들어가며 빠르게 우리말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사용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 상당한 수준에 오른 지금까지도 착실하게 그 수준을 높여가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학생들이 체득한 경험과 교육, 그리고 많은 책들에서 얻은 지식이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이 같은 여건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누구나 다 알고 쓰는 우리말 글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시험이라는 중압감 때문일까? 그러나 논술 시험에 실패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하는 말 가운데 이 같은 문제에 핵심을 찌르는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논술 과제가 제시되었을 때 정말이지 특별히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온 작문 교사는 학생들의 자질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이를 뒤집으면 학생들 역시 선생님의 교육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문법이나 문장 구성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했기 때문일까?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학생들의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왜 우리는 논술 문제만 보면 할 말이 없을까?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들의 경험과 교육 또는 독서를 통해 많든 적든 말해야 할 뭔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두뇌가 아무 때나 쉽사리 가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논술 시험에 나온 문제가 학생들의 관심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슈퍼 주니어나 SS501의 노래를 나열하고 각각의 특징을 비교하고 대조하시오” 아마 학생들의 연필 굴러가는 소리가 순식간에 교실을 뒤흔들 것이다.

일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그들 스스로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강한 관심과 호기심을 느꼈을 때에만 엄청난 양과 속도로 다가온다. 자,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학생들의 논술에 대한 고민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사회의 교양으로서 어떤 주제가 주어졌을 때로 압축된다.

이때 시험에 처한 학생들의 입장은 크게 자신이 써내려가야 할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학생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 둘 모두가 해결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는 일상적인 말을 할 때와는 달리 어떤 목적에 의해 작위적으로 격식을 갖춘 말을 사용하거나 평소보다 조리를 세워 정확하게 말을 골라 사용할 줄 모른다는 데에 있다. 자, 여기서부터가 우리가 관여해야 할 문제다. 그것은 여기에 바로 교육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축구와 논술에는 전략과 전술이 있다

논술 시험에 합격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정답은 ‘모든 것’이다. 쉬운 얘기로 월드컵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같다. 하지만 질문의 형태를 좀 바꿔서, 축구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뭔가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우선 축구 경기의 규칙을 잘 숙지해야 하고, 또 공을 다루고,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고, 골을넣는 일련의 행위들을 이상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훈련을 쌓아야 하며, 또 경기 운영 감각을 익혀야 하는 등등 다양한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냐고 묻는다면 바로 ‘설득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설득의 기술을 바로 전략(戰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다.  

뜨거웠던 지난 유월의 월드컵 경기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프랑스와 스위스, 토고와 한 조로 배정받았다. 만만한 팀은 하나도 없다. 논술 문제도 이런 것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학생들은 시험장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다. 이때 감독(수험생)이 생각해야 할 것 중에 하나가 전략이다. 다시 말하면 화려한 개인기와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프랑스와는 일단 전반은 수비로 노쇠한 선수들의 체력을 고갈시킨 뒤 후반에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정신력으로 몰아붙인다는 계획이 바로 전략이다. 그리고 혹시 상대 골문 근처에서 프리킥 찬스가 날 경우 볼은 왼발 프리킥의 달인인 이 아무개가 차며, 그때 키가 큰 수비수 김 아무개가 골문 왼쪽에서 쇄도하면서 머리로 받아 넣는다는 것이 이른바 전술이다.

세계는 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설득하는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학생들의 경우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내야 할 경우를 생각해보라. 부모님의 기분도 살펴야 하고, 요즘 경제 사정도 고려해야 하고, 또 용돈의 목적은 타당한지, 내가 그 돈을 타낼 만큼 당당한지, 시점은 적절한 지를 판단해서 적기에 발설을 해야 성공률이 높듯이 논술에도 똑같은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약점은 감추고, 장점은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위해? 어, 이 친구 생각이 꽤 참신하고 논리적인데? 하고 말이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논술 고사에서 바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업에서 만든 제품을 널리 알리거나, 어떤 정책을 왜 실시해야 하는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할 때, 또 FTA 같은 국제간의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교양이 바로 설득의 기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한단 말인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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