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그릇인가, 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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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그릇인가, 그릇이 아닌가?
  • 이천저널
  • 승인 2006.11.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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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흔히 그릇에 비유한다. 그릇이 큰 사람이니 작은 사람이니, 그만한 그릇이 되니 못되느니 하는 표현들이 다 이 비유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대기만성’이라는 말만 해도 그렇다. 나는 자기가 존경하는 아버지로부터 ‘간장 종지 같다’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한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노인이 되서도 이 말을 종종 되새긴다. 이 그릇에 비유한 표현의 피해자인 셈이다. 그러나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는 것은 바른 표현인가?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다. 비록 그 주체로 일반인이 아닌 학식과 덕행이 높은 지도자를 뜻하는 군자를 들었지만, 그것이 인간이 지향하는 도덕적 수양을 뜻하는 인격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공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그는 그릇이 가진 경직성과 실용성이 인간에 대한 비유에 적절치 않다고 본 것이다. 그보다 인간은 훨씬 더 다양한 능력을 배양하고 발휘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리라. 사람은 제 그릇의 크기만큼 세상을 담는다는 말도 이런 교육적 관점을 반영한 표현이다

흔히 사람들은 그릇이 놓인 자리나 겉모습만 보고 그 쓸모를 판단하지만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1931년에 출간된 <조선도자명고>라는 책에는 기물에 맞는 쓰임새를 발견하는 일은 “사용자에게 허락된 창조적인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그 그릇을 만드는 사람은 그것의 쓰임을 고려했을 것이나(나는 이마저도 믿지 않는다)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국그릇이 되고, 물그릇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처음 만들 때는 보잘 것 없었던 분청자기 하나가 보는 이에 따라 훌륭한 미적 가치를 지닌 보물이 되기도 하고, 더러는 동네 강아지의 물그릇이 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릇이란 이처럼 한 군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듯이 아무리 작은 그릇이라도 그 그릇을 완전하게 다 채울 수는 없다. 비록 그것이 간장 종지처럼 작은 그릇일지라도 그것을 완전히 채우는 데에는 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조병돈 시장이 취임 이후 첫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인사를 두고 ‘친정 체제 구축’이니 ‘연공서열의 인사’니 하며 말이 많은 모양이다. 13년 만에 바뀐 새 시장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공정한 인사란 없다. 조 시장은 자신의 권한 안에서 자신이 추진하는 업무에 필요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썼을 뿐이다.

이천시에는 할 일이 많다. 공직이 시민을 위하는 자리라면 그 일에는 요직이나 한직이 있을 수 없다. 능력이 있는 공직자라면 반드시 자기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그릇을 채우려 할 것이다. 모름지기 그런 자세를 갖춘 분들에게 더 큰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이천저널은 눈을 크게 뜨고 그런 분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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