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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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 이천저널
  • 승인 2006.11.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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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논술과 관련해서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무엇에 가장 자신 없어 할까? 왜 논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까? 이런 몇 가지 질문들을 담은 설문지를 양정여고 1,2학년 중에 학교에서 방과 후에 실시하는 논술 교육을 신청한 40여 명의 학생들에게 던져봤다. 솔직하게 답해준 학생들에게 감사하며, 이 대답이 논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사교육이나 공교육에서 논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교육 효과를 느꼈는가?

한번도 논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이 70%나 된다고 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설문 대상으로 삼은 학생들의 경우 논술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배워야겠다는 자발적인 의지를 갖은 학생들이기 때문에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물으면 아마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이것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일반적인 현실이다. 해마다 수시 논술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에 지방의 경우 아직 그 절박함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논술 수업을 받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공교육에서 논술 교육을 받았다는 학생들은 방학 기간 동안에 학교에서 보충 수업으로 EBS 강좌를 수강했다는 얘기다. 또 사교육의 경우도 논술 전문 학원이라기보다는 속독학원이나 일반 보습 학원에서 한두 시간 받은 교육을 말한다.

논술 시험 문제를 접할 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까”하는 문제다. 놀랍게도 이는 정확하게 수사학 세 영역 가운데의 창안(Inventio)에 속한다. 창안은 논거를 찾아내는 기술을 말한다. 곧 무엇을 말할 것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따위의 질문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여기에는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이 있다.    

두 번째는 논제에 대한 이해다. 그 질문이 어떤 대답을 원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낯선 용어나 제시문도 한몫을 한다. 특히 과학 용어들의 등장은 학생들을 더 주눅이 들게 한다. 학생들은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거기에는 모두가 합의한 특별한 뜻이 있고 그것은 배운 바가 없기 때문에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단정한다. 여기서 요약과 요점 정리는 자연스럽게 포기한다.    

세 번째가 정확한 문장을 쓰고 그것들을 어떻게 엮을까 하는 문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아이들은 영작문 교육은 받았을지 몰라도 한글 작법 교육은 받은 바가 없다. 우리가 늘 유창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을 또 따로 배울 필요가 있는가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과 글은 다르다. 문장에 대한 교육은 한번은 반드시 배워야 하고, 그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도 가능하다. 그 다음에 구성(Dispositio)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말하면 서론·본론·결론이다. 문제는 여기에 일정한 형식이 존재하고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데에 있다. 글의 구성, 곧 시작과 끝은 어떻게 하면 좀더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충족시키면 충분하다. 어떤 형식도 이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       

네 번째는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주제로 제한된 분량에 맞춰 써야한다는 압박이다. 이 압박감은 논술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의 경우 심하게 나타나지만 몇 번의 훈련만으로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그밖에 배경 지식에 대한 걱정도 있는데 이 문제는 논술을 모든 분야로 확대시키므로 논의하지 않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논술은 배경 지식의 정도를 판단하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논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논술 공부를 왜 하는가? 라는 논술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서 학생들의 인식은 정확했다. 일차적으로 다수의 학생들은 자기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고, 또 그것이 자신들의 지적 활동을 강화하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쫖 논술 교육은 사교육이나 공교육 중 어느 곳에서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

논술 교육을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학원에서 배우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서 공교육이 다수를 차지하긴 했지만, 이는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 곧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가계 부담이나 교육 기회의 균등 같은 사회적인 관점에서였지 공교육이 훨씬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리라는 기대는 아니었다. 

공교육에서 학생들은 교육의 질과 첨삭 수업을 할 수 없다는 문제를 걱정했다.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관계없이 훌륭한 선생님이 가르치면 좋지 않은가라는 대답을 던진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학생들의 요구는 다양했다. 과연 학교는 질 높은 교육을 담보하지 못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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