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농사를 돌아본다/ 쌀
상태바
올 농사를 돌아본다/ 쌀
  • 이천저널
  • 승인 2006.11.09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이 바뀌어야 농민이 산다

“문제 많은 제현률 방식, 수매가 하락만 가져 온 것은 아닌지”
“RPC 개혁이 이천 쌀의 밥맛을 보장한다”
“차별화 된 상품으로 통합 브랜드의 단점 극복해야”

   
▲ 서종원 경기도 쌀 전업농 회장
서종원/ 쌀 얘기만 나오면 너무 맥이 빠져요. 가격이 너무 떨어지니까 의욕도 없고. 우리 지역이 좀 심하죠. 농협에서는 수입쌀 때문에 그렇다고 하지만 사실 수입 쌀 때문만도 아니지요. 제현률로 판정한다는 방식도 좀 문제가 있어요. 작년에도 이 방식을 도입하려다 못한 건 제현률 방식이 자칫 쌀값 하락만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어요. 최고등급 84%는 너무 높고, 또 0.5%라는 미미한 차이로 500원씩의 가격 차이를 낸다는 게 설득력이 없어요.

조윤종/ 농산물 품질관리소에서 제현률 나온 걸 보니 5등급짜리가 1등급이 나와요. 74%짜리를 1등급으로 치는 거예요. 특히 우리가 재배하는 추청 벼는 제현률로 볼 때 문제가 있어요. 1등급 84%는 사실 하늘에 별 따기죠. 왜냐면 추청 벼는 수확량을 금액으로 따졌을 때 200평당 평균 50~55만원밖에 안 나와요. 하지만 다른 지방에는 벼 품종 자체가 달라요. 거기는 58~60만원은 찾아가요. 수확량이 더 나온단 얘기죠. 그래서 이천 농가들이 더 손해를 보는 거예요.

서종원/ 맞습니다. 추정 벼는 480kg밖에 안 나와요. 남쪽 지방에서 쓰는 동진 벼는 530kg이 나와요. 강원도 철원에 오대 쌀도 수확량이 많죠. 우리는 수확량이 적은 것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그걸 기준으로 가격을 대폭 내려버리니깐 결국은 농민만 죽이는 꼴이 된 거죠. 차라리 처음부터 질을 따지던지.

   
▲ 조윤종 쌀 전업농 이천시 연합회장
조윤종/ 전 이런 생각도 해요. 작년에 비해 쌀 가격이 5000원 정도 내렸으면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수매가는 5000원 내렸는데 소비자 가격은 1-2000원 밖에 안 내렸어요.

서종원/ 수매 가격을 낮추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작년 RPC 적자폭을 좀 줄여보자는 이유도 있는 것 같고요. 하지만 이천 쌀의 명성을 지키려면 하락폭이 너무 크면 안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가격도 하나의 마케팅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이죠. 전국 평균가가 되면 이천 쌀은 의미가 없어요. 그게 제일 우려되죠. 사실 이천 쌀하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쌀이고 최고의 쌀이라고 알고 있는데 일단 강원도 철원 오대 쌀한테도 지고 여주 쌀하고도 비슷해진다면 이천 쌀이 내세울게 뭐가 있냐는 거죠. 값을 떨어뜨려 농협이 얼마나 이득을 볼지는 몰라도 이천 쌀의 명성을 지키는 데에는 문제가 있어요. 가격을 내리기는 쉬워도 다시 올리기는 힘들거든요. 소비자의 심리도 볼 때도 1000원짜리 먹다가 1300원짜리 먹기가 쉽지 않거든요

조윤종/ 올해 농가들이 피해를 본 이유 중에 하나는 미질 향상에 주력했기 때문이에요. 미질을 좋게 하라고 하니깐 비료를 덜 쓰게 되는 거지요. 그래서 수확에도 덜 했는데 쌀값까지 떨어지니까 아우성인 거지요. 

   
▲ 정중화 농업기술센터 계장
정중화/ 품질관리팀에서 나온 얘기로는 단위 면적 당 수량이 지난해 보다 늘었다고 해요.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은 체감을 못하는 것 같아요. 아직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490kg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조윤종/ 그리고 공동 브랜드로 가더라도 각 단위 농협마다 차별화를 해야 합니다. 장호원농협에서 10억 적자가 났다고 이천농협에서 10억 보태줄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예 합병을 하던지. 농협도 고통 분담을 해야 되요. 농민이 주인이라면 주인이 손해를 보면 일하는 사람들도 함께 그 고통을 나누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 저장 관리에도 문제가 있어요. 농협에서 수매를 하면서 수분율이 16.5%라도 15%로 정산을 받아요. 1%를 금액으로 치면 그게 큽니다. 농협에서는 봄, 가을에 도정하는 것은 14%로 떨어지니 평균을 친다는 논리에요. 그런데 이건 저장 방법의 문제입니다. 저온저장고에 보관했을 때는 16%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일반 창고에 보관하면 1% 정도 떨어지지요. 그래서 농협에 저장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계속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소비자에게 수분 함량이 떨어진 쌀이 공급되면 무슨 이천 쌀이 이러냐고 당장 난리가 납니다. 이천 쌀의 명성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깎아 먹는다는 것이지요.

정중화/ 문제는 쌀 생산 면적에 비해 이천에 RPC가 너무 많다는 거죠. 농협마다 거의 다 있어요. 미래 지향적으로 봤을 때는 저온 저장 시설이 확충이 되어야 하는데 예산이 생기면 각 지역 RPC의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데 급급하니 문제가 되는 거지요. 제때에 품질 관리가 안 되니깐 품질 균일화도 안 되고 소비자들도 덩달아 등을 돌리는 거지요. 명성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거든요.

조윤종/ 지금 농협에서는 전부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 아니냐는 건데 그것은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중하/ 개인 브랜드의 활성화도 대안일 수 있어요. 우리 이천 쌀은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탑라이스>나 <진상골> 쌀처럼 차별화된 상품이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윤종/ 근데 농협에서 그걸 싫어해요. 이번 쌀 축제에서도 <진상골> 쌀이 제일 많이 팔렸어요. 근데 농협에서는 못하게 해요. 농민들은 좋아하죠. 물론 모든 쌀을 수매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값이 좋으니까 경쟁은 되지요.

정중화/ 설성면에서 시행하는 <탑라이스>의 경우를 보면 농가마다 생산 매뉴얼에 따라 농사를 짓습니다. 아주 까다롭지요. 그 중에서도 70헥타르에서 50헥타르 정도 선별해서 출하를 하니 어디 내놓아도 최고의 품질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거죠. 내년에는 시에서도 읍면별로 시행을 한다고 하는데 <탑라이스>처럼 읍면별로 선별해 포장도 달리해 나간다면 최고가품으로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윤종/ 통합 브랜드에도 문제가 있어요. 올해 이천에서는 쌀값을 5만 2000원에 팔았는데 남부 RPC에서는 재고가 많아 임금님표로 4만 8000원 대에 덤핑을 해서 팔았어요. 그러니까 같은 임금님표인데 왜 가격 차이가 나냐며 바로 소비자들의 저항이 들어옵니다. 농협에서 올해는 하한선을 정해가지고 얼마 밑으로는 못 팔게 한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중화/ 임금님표 브랜드의 사용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금님표 브랜드가 시하고 농협하고 공동 브랜드인데, 임금님표 브랜드에 대한 시의 역할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아요. 이를 테면 영농단지라든가 뜻 맞는 사람들이 소규모로 농협보다 더 좋은 쌀을 생산한다든가하면 시에서 일정한 기준과 절차를 거쳐 합격하면 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게 지금 막혀있거든요. 또 품종 문제는 저장 시설하고 관련이 있어요. 추청이 아닌 다른 품종을 재배해서 농협에서 받는다면 따로 보관해야하는데 그런 시설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이 지역에서 추청벼만이 능사는 아니거든요. 새로 개발된 품종을 재배해서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시설이 안 된다는 거죠.

조윤종/ 고품벼라는게 나왔어요. 농촌진흥청에서 최고로 밥맛이 좋은 벼라고 개발했는데 농협에다가 부분적으로라도 해보자고 했지만 씨도 안 먹혀요. 무조건 추청이에요. 밥맛 품평회를 하면 이천 쌀이 순위 안에 못 들어요. 현재는 임금님표라는 브랜드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언제까지 갈지 모르지만요. 임금님표도 이젠 깨어나야 해요. 타 지역에서는 계속 치고 올라오는데 10대 명품에도 못들어요. 답답하죠.

정중화/ 러브미라고 아시죠? 무작위로 쌀을 채취해서 밥맛을 비교해 보는 건데 이천쌀은 브랜드는 3년 연속 1등이지만 러브미에는 못 들어가요. 그 이유는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밥맛도 요즘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타 지역은 5년 전부터 연구를 해서 지금은 거의 이천과 같은 수준에 있어요. 이런 기회에 서로 머리 맞대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조윤종/ 항공방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중화/ 앞으로의 계획이 없습니다. 실제로 대농들은 항공방제에 상관없이 농약을 더 많이 뿌리고 있습니다. 1000평 미만의 소농들이 문제지만. 농약을 안 뿌리면 농사를 못 지을 거예요. 필수불가결한 거지요. 일부에서 친환경을 한다는데 작은 면적이지 이천 농민들이 다 친환경했다가는 난리가 날 겁니다. 옛날에 수은으로 된 농약을 쓸 때나 잔류 농약이 나왔지 지금은 전혀 없잖아요. 쌀에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단지 환경에 문제가 있으니까 자제하자는 거지요. 웰빙도 좋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소비자들도 좀 깊이 알아야 할 거예요.

이천저널
이천저널
webmaster@icjn.co.kr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