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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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단상
  • 서예교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이천시법원 판사
  • 승인 2006.11.0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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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OO인”에 관하여

가끔 매스컴에 보도되는 것을 보면 모교(母校)를 빛낸 사람이나 어느 지역출신으로 자신의 고장을 빛낸 사람을 “자랑스러운 OO인”으로 뽑아서 그 이름을 높여주는 행사가 있음을 접하게 된다.

학교로서나 특정지역으로서는 그들 학교 출신이나 지역 출신 인사가 학문적으로 높은 명성을 쌓거나 국가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하여 그들 학교나 지역을 빛내게 되면 학교나 지역으로서 당연히 자랑스러운 것이고, 그와 같이 학교나 지역을 빛낸 사람에게 “자랑스러운 OO인”이라고 명예를 높여주는 것이야 인지상정일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OO인”을 개인의 사후(死後)에 그 사람의 생전의 모든 공적을 평가하여 뽑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대부분의 “자랑스러운 OO인”은 생전에, 그것도 한두 가지의 사실(수상경력(受賞經歷)이나 고위관직 또는 경제적 기여 등)을 가지고 “자랑스러운 OO인”을 뽑다보니 가끔은 민망스러운 일도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자연스러운 OO인”의 자랑스럽지 못한 경력이 드러나거나, 또는 그 후에 본의든 아니든 죄를 짓거나 자랑스럽지 못한 행위를 하여 지탄을 받게 되는 경우도 드물게는 있다.

이렇게 되면 “자랑스러운 OO인”이 아니라 자칫하면 “부끄러운 OO인”이 될 수도 있다 하겠다.

경우는 약간 다르다고 하지만 연전(年前)에 어느 방송국에서 “성공시대”란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특정인이 주로 경제적으로 어떤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하였는가 하는 내용으로 방영한 바가 있었는데, 그 “성공시대”의 주인공이 그 후에 악덕 기업인으로 지탄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어렵다고 하겠는데 더구나 아직 많은 시간을 살아갈 사람에 대한 어떤 평가는 보다 신중히, 보다 엄격히 하여 그 사람 개인에 대해서나 이러한 행사를 하는 주체에게 뒷말이 없도록 하기를 바랄 뿐이다.

고유 권한에 관하여

가끔 “OO의 임명은 OO의 고유 권한이다.”는 말에서 보듯 “고유 권한”이라는 용어가 한번씩 오르내리곤 한다. 그런데 민주 사회에서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직책에 어느 사람을 임명하려고 할 때에 비록 법령에서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누구로부터도 또 어떤 제한이나 견제도 없이 그야말로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고유 권한(固有權限)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공공적 성격을 지닌 직책에 임명하는 경우에는 국민 또는 여론의 비판이나 견제를 받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 아닌지...

고유 권한이란 말이 남용되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할 때가 종종 있다.

“데리고 있던 사람”에 관하여

흔히 “내가 OO일 때 아무개는 부하로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란 말을 듣는다. 그런데 이런 말이 조그마한 개인업체의 사장과 사원 사이도 아닌 큰 회사나 공공기업체, 특히 공직 사회에서 상하의 직급을 기준으로 상사가 부하 직원을 “데리고 있던 사람”으로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특히 공직 사회에서 상관이라 하더라도 부하 직원을 자신이 “데리고 있는” 것은 아니며 이와 같은 “데리고 있는 사람” 이란 말은 그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로 비춰질 수도 있는 용어이므로 아예 이런 말을 쓰지 않거나 꼭 알맞은 경우에만 쓰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금일봉에 관하여

불우 이웃 돕기나 수재 의연금 등의 모금 행사에 보면 대부분 어느 사람이 얼마의 돈이나 어떤 물품을 냈다고 그 금액이나 물품 내역을 밝히고 있는데 가끔은 어느 특정인에 대하여는 돈의 액수를 밝히지 않고 “금일봉”이라고만 표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체로 최고위직에 있었거나 있는 사람이 돈을 내는 경우에 이러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금일봉”을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고 돈의 액수를 밝혀서 내는 사람과의 사이에 은연중 신분·지위가 가려지고 “금일봉”을 내는 사람은 고귀한 존재로 비춰질 수 있다. 옛날 봉건시대에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하는 듯한 의미가 담긴 것 같아 그런 용어를 볼 때마다 저런 용어는 차라리 사용하지 않도록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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