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의 전통적 공간속의 지리적 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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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전통적 공간속의 지리적 관성
  • 이용석(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 승인 2006.11.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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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지방은 일찍부터 지방과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러한 까닭에 간선 교통로로서 중앙과 지방의 행정·군사적 측면의 역할과 함께 공문서의 전달, 공물 수송, 사신의 영송, 정보 전달 등 국가 운영에 필수적인 일들이 도로를 통해 수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천을 통하는 간선교통로는 국왕이 교(郊)지역에 위치한 선왕의 능이나 온천·행궁을 방문할 때 어로로서 이용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천을 통과하는 교통로 상에는 역과 원을 중심으로 형성된 역원취락과 장시 등이 곳곳에 분포하고 있었다. 특히 주막촌은 여행자들에게 술과 식사, 그리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주막들이 모여 하나의 작은 취락을 이룬 것으로, 대개 ‘주막거리’·‘술청거리’·‘술막’ 등으로 불렸으며, 교통량이 많은 곳일수록 집중적으로 입지하기도 하였다.

일제강점기로 접어들면서 근대적인 교통수단의 등장과 관련하여 이천 지방의 지역 구조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보나 수레를 이용한 육상 교통과 강을 오르내리는 뱃길을 통한 왕래가 전부였던 당시에, 신작로가 놓이고 자동차가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가 하면,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거대한 기차가 등장하면서 수일이 걸리던 거리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 이러한 근대적 교통수단의 도입은 전통적인 지역 구조를 바꾸어 놓기에는 충분하였는데, 수원에서 경기도 동남부 내륙을 연결하는 수려선 철도가 그것이었다. 특히 이 철도 노선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막대한 양의 각종 농산물과 목재 및 기타 자원을 수송하는 기간 시설로 이용되었으며, 주민들의 통근?통학, 시장권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수려선은 자동차 교통의 발달과 도로의 개설, 확포장 등으로 빛이 바래면서 1972년 폐선되었다.

그러나 이천 지방은 여전히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등 간선 교통로가 통과하고 있고, 수도권 물류와 유통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쌀을 비롯한 과수 재배 등 전통적인 농업 생산과 도자 산업 활성화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이천의 전통적 공간론에 근거한 지리적 관성이 지속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이 글은 이용석 학예사의
<이천의 역사 지리-전통적 공간론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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