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신개념의 신도시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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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신개념의 신도시를 만들자
  • 배상수 기자
  • 승인 2006.11.09 15: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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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의 신도시 열풍이 한풀 꺾인 듯하다. 지난 달 말, 건교부는 신도시 개발지로 인천 검단 지역을 확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불씨마저 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추병직 장관이 말한 두 군데 중 한곳이 더 남아 있기도 하지만, 그곳이 이천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이천 시민들의 신도시 개발에 대한 기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천은 정부가 원하는 신도시로서의 가능한 입지를 가지고 있는가? 그것은 이천 지역민에게 어떤 이득을 주는가? 그것은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결정하는가? 도대체 신도시란 무엇인가? 이런 일련의 질문들을 창간 특집으로 꾸며본다. 과연 신도시는 이천이 바라는, 이룰 수 있는 꿈인가?

   
■ 신도시란 무엇인가?

신도시란 글자 그대로 새로운 도시를 뜻한다. 곧 구도시의 상대말이다.
일반적으로 도시는 농업의 생산력이 늘면서 잉여 농산물이 생기고,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시장의 기능을 가진 상권이 형성되고, 수공업과 종교, 행정, 군사, 그리고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 같은 새로운 사회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파생된 인구 밀집 지역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들이 여러 가지 변화로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위적으로 새롭게 계획된 도시가 이른바 신도시다.     

■ 신도시는 언제 만들어졌나?  

신도시의 기원은 산업 혁명 이후 유럽에서 찾는다. 산업 혁명은 인류의 삶의 질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지만, 대도시의 경우 인구의 증가와 함께 공장이 급증하면서 일으킨 심각한 환경 오염과 교통 혼잡은 주거 환경을 빠르게 악화시켰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전원 도시 운동(Garden City Movement)’을 신도시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전원 도시 운동의 창시자인 하워드는 이농 현상과 도시 인구의 과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그린벨트 외곽에 자급자족적 기능을 가진 10개의 전원 도시의 건설을 제의했다. 이 계획에 의해 실행된 레치워스(1903)와 웰윈가든시티(1920) 두 곳의 전원 도시가 오늘날 신도시의 원형이라고 한다. 그리고 영국은 1946년, 세계 최초로 신도시법을 제정하고, 이를 기초로 신도시 개발은 정부의 전격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 우리나라의 신도시 역사는?

우리나라에 신도시가 만들어진 때는 경제 개발이 시작된 1960년 이후다. 처음에는 울산이나 구미 같은 공업 단지 조성에 따른 배후 도시 건설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서울에 집중되는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목적으로 건설됐는데 그 대표적인 도시가 경기도 성남이다.

1970년대에도 60년대식 신도시는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창원과 여천이 대규모 공업 단지의 배후 도시로 건설됐고, 과천과 안산이 수도권 인구 분산과 도시 기능 재배치를 위해 건설됐다. 이 무렵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이 하나 더 추가되는데 학원 연구 단지로 건설된 대덕 신도시가 그것이다. 

그리고 1980년 후반에는 주택 대량 공급을 위해 분당과 일산에 신도시가 건설되었고, 이 신도시의 성공은 새로운 주택 수요에 적잖은 바람을 일으켰다.

■ 지금의 신도시는 어떤 목표로 개발되는가?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2006년 2월 14일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내가 본 정부 보고서 중 가장 잘 정리된 보고서”라며 극찬하고 읽어볼 것을 권해 관심을 끌었다. 이 보고서에는 담긴 10대 정책 과제 중에 하나인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현 정부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2003년, 10년 목표의 주택 종합 계획을 통해 장기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비전 중에 하나가 “연간 전국 50만 호, 수도권 3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목적은 전국과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을 올리고, 인구 1천 명당 주택수를 320호로 늘려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전에 대한 전략적 제안 중의 하나가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 정착’과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이다. 국민 주거의 안정이 부동산 가격의 안정의 토대 위에서 완성될 수 있지만 “부동산을 중요한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는 국민 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400조원 대의 부동 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이 재연될 소지가 잠재” 해 있으므로 추가 조치를 마련해서라도 부동산의 투기적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수용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이다. 수도권의 주택 보급률이 아직 90% 초반에 머물고 있고, 지역별로 주택 수급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므로 수도권에 연간 30만 호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그 요지다.

■ 과연 이천은 신도시 대상 지역으로 적절한가?

현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안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건교부가 관계 기관과 상의도 없이 허겁지겁 발표한 신도시도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 상승 동향에 대한 위기감에 비롯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과연 이천 지역이 강남의 부동산 수요를 대체할 만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천은 강남 등 수도권과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점만으로도 서울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신도시보다는 하이닉스 등 산업 시설과 연계해 수도권의 동남부권을 결집하는 자족 도시로 기능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결국 신도시란 도심의 과밀화 현상을 약화시키기 위한 위성도시에 불과하단 얘기다. 위성 도시가 어느 정도의 인구 분산 효과를 가지는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천이 서울의 위성 도시로 기능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신도시로 개발될 경우 일시적으로 상당한 땅값 상승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베드타운으로 기능하는 신도시가 이천 지역민들에게 어느 정도로 삶의 질을 높여주겠는가 하는 점은 여전히 미지수인 것이다. 이런 의문은 과천을 제외한 대다수의 신도시들이 자족 기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 신도시인가, 자족 도시인가?

조병돈 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인구 35만의 자족 도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자족도시란 “타도시나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피해를 주지 않는 자주적이고 생산적인 도시”로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건전한 도시 경영, 도시 경제 활성화, 정주 기반 등이다.

따져보자면 이천시의 재정 자립도는 아직 50%도 넘지 못하고 있다. 재원 조달을 위한 방안도, 고용 자족율 향상도 아직 막연하다. 이천이 하이닉스 공장 증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다 이것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의료 서비스 문제니 생활 폐기물 처리 시설이니 하는 것도 자족 도시로 가기 위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다.

그렇다고 이천 시민들의 주거 만족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조사한 경기도 주거 편의성 비교 연구에 따르면, 주택 시설 수준과 소음 악취, 주택 단지 또는 주변 지역의 관리 상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주거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천시는 지난 달 말, 이천이 신도시 후보로 언론에 거론되자 건교부에 신도시로 개발해줄 것을 건의했다. 그리고 신둔면 일원의 100만 평과 부발읍 일원의 100만 평을 1, 2안으로 제시했다. 그렇다면 이천시는 진정으로 이천이 서울의 위성 도시로 기능하기를 바란단 말인가? 그러나 건의서에서는 여전히 이천이 자족 도시로 가야한다는 방향만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신도시에 대해서 어떤 상세한 검토는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인구 분산 효과를 낼 만큼의 택지도 작고, 인접성에서도 가장 먼 이천이, 도시 계획이나 개발 면에서 걸맞지도 않은 신도시 대열에 줄을 선 것이다. 이천시가 잠시 매스컴과 여론의 장단에 흔들린 것은 아닐까. 

■ 신개념의 신도시를 만들자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2-2020)에 따르면, 이천시는 도예 관광 벨트 조성과 전통, 문화, 예술의 테마파크 조성이라는 상위의 틀 속에 있다. 또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6-2020)에는 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전원 휴양 벨트로 형성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도자 중심의 관광 산업은 이천쌀과 마찬가지로 그 상징성은 있지만 사실 경제적 가치는 상실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여기에 이천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천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IT 같은 첨단 산업 단지를 조성하고, 자족적인 중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이것 또한 여러 가지 규제에 묶여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족 도시를 꿈꾸는 이천의 딜레마이다. 자연 친화형 도시라는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과제를 실현하면서 동시에 첨단 산업 단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 이중적 과제가 오늘의 이천에 던져진 숙제이다. 이 해결점 위에 우리가 바라는 신개념의 신도시가 있는 것이다.

한편 경기도는 4곳에 자족 기능을 갖춘 거점 도시를 만들겠다고 한다. 세계 무역 거점 마련을 위한 '협력 도시', 지역 혁신을 선도하는 '창조 도시', 외국어 마을, 외국인 주거단지 등 국제 감각의 '문화 교육 도시', 보전과 개발이 조화된 '압축 도시'가 경기도가 말하는 거점 도시다. 물론 이천은 여기에 빠져 있다. 서운해 할 것도 없다. 또 참고하긴 하되 서두를 것도 없다. 세계의 다른 나라는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 30~4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인다 하지 않는가. 이제 이 시간들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이천의 미래가 달려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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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혀 2006-11-13 19:09:37
위성도시건 자족도시건 신도시가 들어서면 그 지역은 발전하는 것을 기자는 잘 알고 있을텐데 이따위 기사를 쓰다니 답답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이천이 발전될리가 있겠는가.

벼농사를 짙던 허허벌판의 분당이나 일산을 봐라.
지금 얼마나 살기좋은 곳으로 변했는가.
모두들 살고싶어하는 지역 1순위다.

이천시민 모두가 나서서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도 지역발전이 될까말까하는 판국에 발전을 저해하는 기사나 쓰다니 그래가지고 이천시 잘도 발전하겠다.

정신차리고 지역발전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이천시민들이 힘을 함칠 수 있도록 기사를 쓰시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