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쌀, 이렇게 살리자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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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쌀, 이렇게 살리자 6>
  • 박석호 기자
  • 승인 2006.06.2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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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의 건조 및 혼합의 문제, 혼합곡 해결 없인 고품질쌀 공염불

적기수확 및 적정 건조라야 밥맛 좋아
지난 8일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열린 경기도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위한 ‘이천 쌀 산업의 발전전략’ 포럼에서도 벼의 건조 및 저장의 중요성에 대한 지적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유용식 이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고품질 쌀 생산의 핵심요인 기여도 분석을 통해 완전미 비율(20%), 질소비료 사용(18%), 품종 혼입(20%), 품질관리제도(18%) 등에 비해 건조 및 저장(24%)이 가장 중요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본 기획특집의 2회 기사인 ‘시급한 저온저장 시설 건립’에서도 지적했듯이 현재의 건조 및 저장시설은 수확기의 일시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


콤바인으로 수확해 톤백에 담긴 벼는 높은 수분과 압력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고 이를 방치할 경우 바로 부패 또는 변질되므로 가능한 빨리 건조시켜야 한다. 그러나 농협의 일괄 수매에 따라 수확 후 RPC 반입이 일시에 몰리며 대기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지거나, 경우에 따라선 적정온도인 섭씨 45도를 넘겨 급속건조하기가 일쑤이다. 말하자면 벼를 제때 말리지 못해 품질이 변하거나, 말리는 게 아니라 거의 볶는 수준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수확 시기를 놓쳐 벼알이 떨어지거나 벼가 쓰러지는 현상이 없도록, 과건조로 인한 미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온저장을 겸한 상온 통풍 건조시설의 증설이 시급히 필요하다.


또한 올해 농협의 전량 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개별 농가 나름의 건조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쌀, 섞이면 밥맛 떨어져
이천쌀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요인 가운데 혼입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의견이 많다. 혼합곡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이천쌀이 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천쌀이 각종 쌀 컨테스트에서 상위에 들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는 유전자 검사 결과 서로 다른 품종이 혼합돼 감점을 받는 게 가장 큰 요인이란 분석이다. 일본 최고 브랜드 쌀의 품종 혼입률이 0~6%임에서 알 수 있듯 품종 혼입률이 낮아야 고품질쌀로 인정받는다.

결과적으로 이천쌀은 중점적으로 관리되는 국내 다른 지역의 소규모 단지화 쌀에 밀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쌀은 다른 품종끼리 섞이거나 같은 품종이라도 미질에 차이가 나는 것들이 혼합되면 가장 낮은 수준의 밥맛을 보인다. 말하자면 밥맛 좋은 쌀과 낮은 쌀을 섞었을 때 중간 수준이 되는 게 아니라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벼의 품종이나 품질 여부를 떠나 일괄 건조, 보관, 도정, 출하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농협은 쌀의 여문 정도를 측정하는 제현율 판정기와, 단백질, 아밀로산, 수분 등 미질을 좌우하는 성분을 조사하는 미질 분석기를 도입해 벼의 등급을 나눠 차등수매를 해나갈 방침을 밝혀왔다.


작년 수매시에도 개별 농가에 등급 판정 결과를 통보해주고, 고품질쌀의 생산을 독려했다. 그러나 농민단체에선 등급별로 차별화된 보관 및 도정이 가능하지 않은 구조 아래서 단지 수매만 차별화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수매단가를 낮추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100마지기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희종(대월면 군량리) 씨는 “비교적 추청벼로 품종 단일화가 잘 이뤄진 이천에서 수확 후 품질관리를 잘 못해 이천쌀이 밥맛 없다는 평가를 받는 건 농민의 입장에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농협과 행정의 각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앞의 이천쌀 포럼에서 황경우 마장농협 조합장은 “수확이 적기(適期)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미질에 영향을 주며 서리를 맞으면 미질이 떨어지므로 숙기(熟期)별로 품종을 안배한 벼의 재배를 권장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황 조합장은 또한 단위조합 차원에서 혼합곡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우므로 관내 RPC간의 연합을 통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품종별, 등급별 건조 및 보관이 가능하도록 단위조합별로 시설투자를 하는 건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라며, 거리상 운반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각 RPC별로 구분해 처리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쌀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이천쌀을 사먹는 이들이 이천쌀의 품질이 고르지 않다는 지적을 하며 그 때문에 차차 외면하게 된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시설투자와 관리에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혼합곡의 불명예를 떨치고 제품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품종별, 등급별로 보관 및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10회 특별기획 ‘이천쌀, 이렇게 살리자’ 차례
1. 임금님표 이천쌀 한 가지가 아니다
2. 시급한 저온저장 시설 건립
3. 밥맛 테스트 주도적으로 하자
4. 농민들이 바라는 것
5. 농업예산과 쌀부문 지원책
6. (금회)건조 및 혼합의 문제
7. 타지쌀의 이천쌀 둔갑
8. 소비자의식, 시민의식
9. 농업테마파크
10. 이천쌀의 미래

박석호 기자
박석호 기자
park@ic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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