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거리>도자의 산실, 사기막골 도예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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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거리>도자의 산실, 사기막골 도예촌
  • 이백상
  • 승인 2006.12.10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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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한번 안 가본 사람은 이천을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고, 도자 예술에 대해서도 논하지 말라…
수십년의 도자 역사를 지닌 전통 예술 마을, 이천 사음동에 위치한 사기막골 도예촌.
설봉산을 울타리 삼아 항상 조용하고 평화로운 향기를 지니고 있는 사기막골 도예촌은 조선시대부터 백자를 굽던 유서깊은 전통 도자기 마을로 다양한 예술품을 모아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전통시장…
전통도자기의 예술혼을 잇는 도예인들과 40여개의 도예전시장, 작업실 등이 밀집해 있고, 이천의 명산인 설봉산 자락에 자리잡은 터라 단아한 산세와 냇물이 흐르는 아늑한 경관은 도예촌 사기막골이 지닌 아름다운 특징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매서운 추위 탓인지 이 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듬성 듬성해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며 상인들은 걱정이 늘어진다.
아무래도 추운 겨울보다는 따스한 계절에 관광객들이 더 몰리기 때문이다.
사기막골에 들어서면 맨처음 승주도예전시장(대표·홍승주)을 만날수 있다.
전시장에는 생활자기에서부터 청자, 백자 등 다양한 작품들을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홍 사장은 요즘에는 하루평균 3∼5팀 정도의 손님이 찾아오는데 도자기를 구입하는 손님은 단 1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어려운 속사정을 털어 놓는다.
그래서 앞으로는 장식용품 등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 취급하는 공방스타일 전시장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체나 단체 등에서 주로 생활자기를 주문 받고 납품 위주의 요장을 취급해 왔던 승주도예는 최근 들어 전통작품 보다는 실용적인 ‘공예작품’ 제작에 몰입하고 있다.
이유는 값싼 중국 제품들과 맞서 싸우다가는 다 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이 일대 300여m 거리에 모여 있는 40여곳의 전시장들은 제각기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전시장 출입구 앞에 항아리를 수북히 쌓아 놓고 전통의 멋을 내는곳이 있는가 하면 조명을 이용해 내부에 있는 작품들을 고급스럽게 비치게 해 구경 나온 손님들을 유혹하는 전시장이 있고, 또다른 한편에선 카페 같은 현대식 분위기로 깔끔하게 차려 놓은 전시장도 눈에 띈다.
오후가 되면 사기막골 도예거리에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온 자동차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어 전시장에서 양손 가득 물건을 사들고 나오는 관광객이 눈에 띈다.손님은 작품이 맘에 들었는지 연신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잊지 않는다.
이 처럼 이천을 찾는 관광객들이 도예촌 사기막골을 찾는 이유는 도자기와 관련한 전통적인 향수와 정서를 유지하고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새로운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마다 명성에 걸맞는 다양한 도예 작품들이 진열돼 있어 한국 도자 발전의 흐름을 한눈에 잃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도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쯤은 거쳐야 하는 단골 관광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사기막골 도예촌 이대론 안된다. 대책을 세워야...

그렇다고 오는 손님만 믿고 마냥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사기막골 도예거리가 예전에 비해 각 매장들의 매출 감소 등 손님들이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 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반영하듯 이곳의 특징 중에 하나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 자리매김 하면서 자랑거리로 여기고 있었는데 요즘 들어선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이들의 발길이 뜸해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에선 이제 뭔가 달라져야 할 때 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선 사기막골에 들어서면 이곳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도자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전통마을답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관광객들이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한국민속촌과 같은 전통 한옥집이 밀집해 있는 전통마을로 연상하고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와 보면 대부분이 현대식 상가건물과 우후 죽순 들어서 있는 전시장들이 전통거리 분위기는 커녕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통 도예마을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통마을 답게 그 만큼의 투자를 하고 난 후에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이곳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역시 전통 예술혼은 장작가마.

도자기 전시장이 많이 밀집해 있는 곳을 지나 관광객들의 발길이 드믄 도예거리 맨 윗 쪽을 찾으면 도자기를 굽는 전통가마가 잇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그 옆에는 목재 인테리어로 깔끔한 분위기를 내는 전시장과 그 뒤로 작업실 등이 보이는데 한눈에 봐도 오랜 전통이 묻어난다.
이 요장 앞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고려청자의 명가 송월요를 알리는 작은 목간판이 걸려 있다. 이곳이 사기막골 도예촌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그 유명한 송월 김종호(70)선생의 도자예술의 전부가 깃든 곳이다.
송월요 작업실엔 김종호선생의 작은아들 성태(47)씨가 물레 앞에 앉아 열심히 도자기를 빚고 있고, 그 옆방에는 송월요와 20여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조각예술가 양찬영(55)씨가 조각칼로 양각과 음각을 조각하고 있다.
송월요 전시장 안에서는 성태씨의 아내가 방금 들어 온 손님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녹차 한잔을 정성을 다해 대접한다.
대부분의 공간들은 전시 작품들이 차지해 넉넉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전시장과 달리 송월요 전시장을 찾으면 손님들이 잠시나마 차 마시며 담소를 나눌수 있는 좌상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성태씨는 “연료비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가스 가마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색감에서는 여전히 장작 가마가 최고”라며 “장작가마에서 나온 작품은 전통의 예술혼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도예촌 사기막골의 전통 만큼이나 수십년 세월을 함께하며 작은 등불을 비추고 있는 송월요 가족들의 바램은 이 일대가 전통의 멋이 나는 도자 예술의 거리로 발전하는 것이다.
전통마을 도예촌 사기막골에서 수많은 도공들의 피와 땀이 묻은 작품도 감상하고 고려청자의 비색탐구를 필생의 업으로 삼아온 송월 김종호 선생의 아름다운 명품들이 전시된 요장에서 차 한잔 할수 있는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볼거리에 이은 먹을거리, 이천쌀밥.

이천에서 도자기에 이어 빼놓을 수 없는 특산품은 임금께 진상했다는 이천 쌀이다.
도예촌 사기막골을 빠져 나와 서울방면으로 좌회전하면서부터 3번 도로변 양쪽으로 수십 곳의 이천쌀밥 정식집들이 들어서 있다.
‘이천쌀밥’은 임금님 수라상에 올려진 이천쌀을 상품화한 음식으로 이천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지역 특산품으로도 유명하다.
이곳 음식점들은 ‘이천쌀밥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최고의 맛 자랑을 내세우며 손님 유치를 위한 선의에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통한옥 목조건물에 ‘정일품’이란 상호를 내건 쌀밥집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일품(대표·김전이)에 들어서면 아름답게 꾸며진 100%천연 목조 건물이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친절함을 항시 강조하는 김사장의 정일품 운영 방침으로 여기에선 누가 뭐래도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한 착각속에 빠져들게 한다.
한국제일의 이천쌀을 장수돌 솥에 하나하나 개인별로 내는 화려한 상차림은 조선 왕실의 방법을 재현한 것으로 어지간한 미식가도 그 밥맛에 있어선 천하제일로 꼽는다.
정일품은 특히 전통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명소 중 한곳으로 꼽는다.이천을 찾는 관광객들의 고정 사진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김 사장은 “외국 손님들이 사진 촬영에 응해 달라는 부탁으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다”며 외국인 손님들은 그때마다 “코리안 한복을 입고 있어야 최고”라며 다음에 다시 찾아 올때는 “꼭 한복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김 사장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단다.
모두 25가지 반찬이 도자기 그릇에 제공되는 정식에는 즉석에서 지은 돌솥밥은 물론, 궁중 갈비찜으로 알려진 너비아니, 우거지 된장찌개, 조기구이, 간장게장, 각종 나물 무침 등이 포함되는데 그 가격이 9천원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있는 정일품은 1층에는 일반손님을 받고, 2층에는 최대 275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단체 손님석이 마련돼 있다.
사기막골 도예촌에서 전통예술의 볼거리를 만끽하고 먹거리가 풍부한 이천쌀밥 거리에서 옛날 임금님께 진상하던 이천쌀밥도 맛보면서 우리고유의 전통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문화의 고장 이천에서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백상
이백상
sm3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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