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통계와 제갈량의 동남풍
상태바
국가통계와 제갈량의 동남풍
  • 경인지방통계청장 변효섭
  • 승인 2012.10.23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경인지방통계청장 변효섭
삼국지연의에서의 백미는 아마도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의 연합군이 조조의 30만 대군(대외적으로 80만)을 상대로 대승하는 부분일 것이다. 서기 208년 동짓날 제갈량은 몸을 가지런히 하고 하늘에 제사를 드림으로써 동남풍을 불게 한다. 동남풍으로 인해 연합군의 화공을 가능하게 하였고, 거센 불길은 조조의 수만여척의 배를 향해 거세게 휘몰아 불바다로 만든다. 겨울철에 불었던 서북풍의 바람이 방향을 바꾸리라고 조조는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제갈량이 없었다면 동남풍이 불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제갈량이 주유에게 목숨을 걸고 동남풍을 약속한 것은 ‘현지 어부에게 정탐한 결과를 토대로 예측했다’는 설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가통계의 역할은 제갈량이 날씨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동남풍을 전술에 활용하여 대승한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통계는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조사하여 생산·활용함으로써 보다 합리적이고 최선의 정책이 수립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욱이 정확한 국가통계의 활용은 국제기구와 세계각국에서 광범위하게 모색되고 있는 객관적 증거기반 정책(Evidence Based-Policy), 지식기반정책(Knowledge Based Policy)을 뒷받침하는 시대조류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을 넘으면서 동시에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상회하는 나라들의 대열에 진입하였다. 또한 8월27일 무디스(Moody's)에 이어 9월6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도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더블 A 수준으로 상향조정하였다.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가운데, 더불 A 등급으로 오른 것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불안한 대외여건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건전성과 금융기관의 대외건전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둘러싼 사회적 여건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단하다.
그 하나가 저출산․고령화에 직면한 인구구조의 변화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7년에 14%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또한 201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리고 일자리에 있어서도 2011년 말부터 경기가 둔화되면서 노동시장 주축인 30~40대 및 임금근로자의 증가세가 감소되고 있다. 20~29세인구(57.6%)와 여성(49.1%)의 고용이 여전히 낮으며, 저임금 저생산성 서비스 업종인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전년대비 3% 증가)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고 있는데, 이는 저임금 근로자의 증가라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이외에도, 빈약한 서민경제, 복지문제, 사교육비 부담 등 우리사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법을 국가통계에서부터 찾는다면 보다 원활하게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가통계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각종 정책을 뒷받침하고 청년, 고령자, 저소득층,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정책의 근거자료로서 방향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수량적 정보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국가통계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사생활 비밀정보 누출에 대한 염려와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 등으로 통계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통계응답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가끔 통계청 직원들이 통계응답자로부터 무시와 모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한 아쉬움과 함께 직원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해본다. 통계응답자를 만나기 위해 몇 번을 방문했을 것인가, 통계응답자를 만났지만 무시당하고 거부당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 것인가를 헤아려 본다.

통계청 직원들은 모두 국가발전에 헌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최일선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하는 통계조사에 적극 참여하고 수고를 격려해 주는 사회적 이해와 분위기가 하루 빨리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사회를 둘러싼 복잡다단한 사회여건 속에서 국가통계가 동남풍이 되어 불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