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거리는 흙냄새 속에서 살아온 시간들
그래서 사람들은 배를 곯지 않고
살 없는 얼굴 드러내도 웃음뿐이다.
그렇게 둔덕에서 60여 년 식구들과
나잇살 구시렁대며 뉘엿뉘엿 잠들 줄 모르는
논과, 떠날 줄 모르는 벼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랜드 마크라는 고층아파트 옆에서
새다리처럼 위태롭게 위태롭게
논길만 걸어도 동트는 빛만 남았다.
대문도 현관도 그 잘난 도어록 하나 없어도
논길을 걸으면 그곳이 집이고 아늑한 영토다.
지금은
갈증 속에서 발 동동거리며
기댈 곳 없이 등 굽은 중리천과
구만리 뜰이 허수아비처럼 곤두박질한다.
※ 새다리 : 이천 설봉산 계곡에서 설봉저수지를 거쳐 시내를 관통하는 중리천 냇물이 복하천으로 이어지는 곳에 있는 다리. ‘새로 생긴 다리[新橋]’.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