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오르락내리락
등을 쓰다듬으며
오늘도 관념의 묶음을 버리고
땟거리를 얻으러 먼 길을 건너지.
그러는 동안 꾸덕꾸덕,
말라가는 늙은 허벅지와 근육들
가지런하게 범람하듯
조금씩 익어 깊어지지.
남루하게 쏟아지는 하늘은
어깨 너머 뜸 자국 가득한
새들이 떠나고, 뜰 앞 치자나무도
부끄러움을 견딜 만큼 견디지.
거스러미 가득한 길 위에서
맥없이 뛰고 또 뛰어도
바람이 되고 풀이 되고
억새가 되는 굽은 길을 걸어가지.
그리고 우리는 아버지처럼
달조차 힐끔거리며
주섬주섬 별을 세지.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