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살점들 깨어나
황량하게 침묵하며
익숙하도록 죽음을 잉태한다.
땅 속 깊숙이 박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을에서.
처음부터 그랬지.
상주(喪主) 하나 없어도
슬그머니 노을 속에 저물어도
바람 따라 술 한 잔에
잠시 머물다 가도
쌀밥에 고깃국이 아니어도
자정이 되면 제상(祭床) 앞에
기립(起立)한 자손들
달빛으로 저물고 있다.
사라지면, 아름다운 것들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온다.
남 몰래 선산(先山) 팔아
치매 중풍 들었다는 당숙은, 매번
20년 전 세상을 뜬 어머니는
요즘 어떠신지 묻는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사람을 묻고 또 묻을 준비를 한다.
처음부터 그랬지.
=글, 사진 : 신배섭(문학박사, 시인)